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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라임에 대한 단상

작성자
Cloud_Nine
작성
07.04.07 01:47
조회
1,670

작가명 : 카이첼

작품명 : 더 서브라임

출판사 :

% 아래의 글은 평문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

마우스 조작 미스로 다 적은걸 날려버려 새로 적고 나니 1시간이 넘게 지나갔군요. 에구구.. 감상도 적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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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라임 - 광대한, 숭고한.

뭔가 있어 보이는 뜻을 제목으로 지니고 있는 있는 이글을 발견한 것은 카이첼님의 희망을 위한 찬가를 읽던 도중 댓글을 보고서였다.  양샨형 클리셰(Cliche) - 진부한 표현, 판에박은 듯한 모형 - 의 모음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이른바 판타지 사전처럼 양판소를 대책없이 까는 소설인 줄 알고 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은 곧 알게 되었지만.

- 양판소와 소재만 같지 이야기의 부분은 매우 다른 소설이었다 -

이글은 카이첼님 스스로도 밝히셨지만, 카이첼님의 분위기가 많이 억제된 그런 글이다. 개인적으로 뒤로 가면 갈수록 조금씩 그 억제됨이 풀리고 있다고는 생각되긴 하지만, 나름대로 풀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문제될 바는 아니라고 본다.

이글을 읽고 난 지금, 현재 연재된 분량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을 이야기 하자면, 가볍고, 발랄하고, 스피디하며, 마치 동화같은 글이다. 전작인 희망을 위한 찬가가, 무겁고, 비극적이며, 어딘가 조금 둔한, 사상적 고전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인 것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브라임을 읽으면서 첫째로 가장 놀랍게 느낀 것은 다름아닌 문체의 급격한 변화였다. 서브라임은 문체자체가 상당히 시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마치 도화지에 하나하나 그림을 그리듯, TV화면의 영상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가듯, 카이첼 님의 묘사를 차분히 따라 가면 하나의 영상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진다. 전작인 희망을 위한 찬가가, 사상과 논리의 영역을 이야기하는 이성적인 글이기에, 서술적인 면이 많았는데, 그걸 이렇게 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앞에서도 말한대로 발랄하고 스피디한 분위기이다. 양식있는 먼치킨인 엘과 카린이란 양 주인공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게 설령 저주받을 러브러브 분위기라고는 해도~ ^^: 솔로부대여 단결하라!! ㅋㅋ)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문제 해결도 먼치킨인 관계로 압도적인 무력을 이용해 크게 어렵지 않게 잘 해결해 나간다. 양식있는 먼치킨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3류 양판소 처럼, [다 쳐죽이는] 방식 하나 만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자들이 슬쩍 웃을만한 가벼운 위트들도 눈에 들어온다.

- 용 여기저기 있음이라던가. (개인적으로 많이 웃은 대목이다.)

- 온도가 3도 정도 내려간다던가.

희망을 위한 찬가에서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희망의 찬가는 근원적인 절망을 깔고 있는 무거운 분위기 탓에 위트가 잘 살아나지 못했지만, 서브라임에서는 발랄한 분위기를 더욱더 발랄하게 만들어 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주인공인 엘과 은결의 차이가 분위기의 차이를 결정적으로 짓고 있다. 희망을 위한 찬가의 은결이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낸 인문학의 문제점과 세상의 모순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제대로 된 해답을 찾기 위해 절망하며 나아가는 구도자의 입장이라면, 엘은 오만할 정도의 절대적인 자기 개념 위에, 사회와 사상의 문제점을 인식하긴 하지만 그것과 타협하거나 거부함으로써 남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지 않고 해결해버리는 타입이라고 할수 있다. 이 두명의 주인공은 자석의 양극단에 서 있다고나 할까.

이렇게 전작인 희망을 위한 찬가와는 완벽히 다른 서브라임이지만, 180도 바뀐 글의 영역안에서도 여전히 카이첼님 특유의 사상적인 테마들은 숨쉬고 있다. (완전히 자신을 억누르지 못하신 모양이다. ^^;)

먼저 처음에 이야기되는 주인공인 엘의 동기인 삼좌에 오르기 위해 사용하는 검을 꺼내는 조건.

즉 진정한 [아름다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부터 사상적 트릭에 걸려들게 된다. 작가이신 카이첼님은 수많은 [아름다움] 중에서 하필이면 숭고미 - 더 서브라임 - 을 이야기하셨는데, 이건 뒤에 나오는 서브라임은 인간적인 것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와 함께, 마치 동화 [파랑새]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본래 [행복]이라던지, [아름다움]이라던지, 하는 개념은 개량화 될 수 없다. 저런 추상적인 개념들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고,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다. 물론 절대대다수가 [공감]하는 어떤 영역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아름답다]라는 개념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서브라임 - 숭고 - 와 같은 영역은 더욱더 그렇다.

주인공은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서 세계로 향해 나선다. 하지만, 과연 그가 어떤 것을 [보는 것]만으로 [아름다움] 그것도 [숭고미]를 느낄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 하지 않을까?

본문에서도 엘은 여러가지 싸움에서 위기에 처해 극한을 뛰어넘을 처지에 다다를때마다, [어떤 것]을 느낀다.

이는 그가 사로잡혀 있는 [죽음]의 [숭고미]와 연결되는 것으로 목숨을 걸고, 자신의 [한계]를 넘는 그 순간에 가서야 원래 바라던 [검]을 얻을 수 있게 만들어진 장치라고 보인다.

그리고 카이첼님은 [죽음]의 [숭고미]가 자칫 잘못하면 사무라이나, 고대 무사들의 [아름다운 죽음]과 혼동될까봐, 자그마하게 복선도 깔아 놓고 계신다. [죽음]이 [아름다운]것은 죽음이 어떤 특정한 개념이 아닌 일종의 허무(虛無)의 개념이며, 죽음이 허무라면, 실제로 사람이 중요하게 여길 것은 죽음이 아닌 삶이라고 역설하고 계신다. 죽음이 인간에게 있어 가장 낮은 개념의 영역이 아니란 얘기다. - 그렇기에 엘은 죽음보다 못한 처지를 동정하며, 죄인에게 죽음이라는 형벌을 내리지 않는다.

이야기가 공화국으로 넘어가서는 인간이 만든 제도(법 혹은 시스템)와 인간의 감성의 가치가 충돌하는 부분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화국은 현재 인류의 문명과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는 곳으로 그곳의 문제는 그대로  현실 세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이 되어 논리적으로 사상적으로 사정없이 독자들을 찔러대기 시작한다.

노동자와 자본가. 자본가의 착취, 평등사회의 모순, 자본적인 시스템의 문제점들. 정의와 자비의 차이등등.

위의 사상적 논의는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 라고 딱 꼬집어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렇지만, 서브라임은 저런 주제를 다루면서도 위에서 말한대로 엘(El)의 입장이므로 무거워 지지 않는다. 그냥 한번쯤 생각해 볼 이야기 정도? 아마도 이게 희망의 찬가의 은결이었으면,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다 절망하거나, 폭주해버릴 이야기일텐데.

작가이신 카이첼님이 밝힌 그대로,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의 감상 그대로 이 글은

가벼운 양판소의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는 발랄한 성인 동화적 이야기쯤 되겠다.

- 여기서 성인 동화라 함은 폭력성이나, 성적인 문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 사상적인 제대로 이해하며 보려면 어느정도 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가리킨다. -

그래서 댓글을 읽다 보면 희망을 위한 찬가와 같은 이른바 머리 아픈 [카이첼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도리어 재미가 없다고 적혀 있는 것도 종종 볼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카이첼님의 글의 분위기나, 캐릭터, 서술방식 같은 모든 것이 바뀌었어도, 전달하고자 하는 비판적인 사상적 메시지는 변한게 없다고 본다. - 물론 희망을 위한 찬가에 비한다면 많이 미약해 지긴 했다 -

희망을 위한 찬가가 정식적으로 규칙을 갖추어 먹어야 하는 만찬의 메인디너라면, 서브라임은 그 뒤에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먹을 수 있는 디저트의 형식이라고 할까? 메인 디너를 먹기가 불편하다면, 혹은 아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면, 지금 나온 서브라임이란 디저트라도 드심이 어떠한가? 상큼한 맛과 함께 당신의 머릿속이 배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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