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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6 표류풍경
작성
07.05.25 17:58
조회
2,751

작가명 : 백 준

작품명 : 초일, 건곤권, 그리고 송백.

며칠전에 '바람~'님께서 초일과 송백에 대해 쓰신 글을 읽었다. 나도 많이 동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또 장화영과 송백의 관계는 나도 몰랐던 부분이라 감탄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도... 바람님의 글을 보고서 나도 이제 한번 백준님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사실, 벌써 진작부터 백준님 글에 대한 감상문을 쓰고 싶었지만, 내 글솜씨 없음과 또 내가 느끼는 그 무엇을 글이라는 언어로 풀어내는게 보통 어려운게 아니기에 주저주저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렇게 백준 작가에 대한 내 기쁜 마음을 한번쯤 표현하고 싶었다. 마침 송백 2부 4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상글이란게 사실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줄지 또 많은 분들이 동감하는 그 부분을 명확히 표현해낼지는 미지수지만...^^

(이하 글에서는 작가님들에 대한 존칭 생략합니다... 제 버릇이라)

...

무협은 무엇인가?

아주 황당하고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셀수도 없는 사람 숫자 만큼이나 무협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이니까. 당연히 정답도 없는 질문이다. 다만, 그렇게 다를수 밖에 없기에, 한가지 공통점이 생길수 밖에 없는데...

그건, 무협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란 거다.

또, 무협은 '삶에 대한 이야기'란 거다.

무협을 가볍게 읽기도 하고, 무겁게 읽기도 하고, 혹은 대리만족을 위해, 혹은 멋있어서, 혹은 현실도피를 위해, 등등 뭐든 간에...무협은 그런 이야기이고, 무협 안에서는 그렇게 해서 작가들에 의해 창조된 사람들의 인생이 숨을 쉬게 마련이다.

무협작가는 그런 인물들이다.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자신만의 삶에 대한 가치관으로, 자신만의 해석으로 풀어내는 게 바로 무협작가들이다.

그래서, 무협작가는 자신만의 강호를 만들어낸다.

작가마다 다른 무협세계.

그들만의 강호.

나는 그걸 이른바 작가들만의 "향기"라고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용대운의 향기, 좌백의 향기, 임준욱의 향기, 장경의 향기...

(여기에서 또 몇몇 좋은 작가 이름 빠졌다고 하진 마시고...^^ 말그대로 예를 든거니까)

작가만의 향기라는 건, 어찌보면 한계처럼 들릴수도 있다.

이 작가의 글은 항상 이런 점이 부족해... 라는.

하지만, 역으로 보면 작가만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 무협작가는 이제껏 내가 지켜본바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기 자신만의 특징이 있는 법인데, 그 글속에 작가만의 향기가 은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글쎄. 뭔가 맥이 빠진다.

정말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보자면, 어떤 작가의 글이 새로 보였을 때 나는 심지어 그 작가의 "향기"를 다시 맡기위해서 그 글을 선택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보자.

용대운의 군림천하. 처음 1부가 나왔는 때, 많은 분들이 그랬다.

이거 용대운의 글이 맞냐고.

작가가 그렇게 군림천하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더니... 글의 문체나 분위기도 완전 대변신을 시도했나보다고. 나로서는 읽으면서 아. 마치 '김용' 글 분위기가 난다면서, 역시 대작이라서 기존 글과는 다르게 쓰려나보다... 했었는데.

근데... 1부 말미부터 연결되어 2부에 이르자, 역시나였다. 용대운만의 글. 그리고 1부에서 전개된 모든 얼개로 인해서 2부에서부터 폭팔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된 강렬한 이야기는, 정말 어떤 용대운의 글에서도 못봤다고 말하리만치 대단했고....

결국 "역시 용대운 글이군..." 하는 느낌이 문장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배여있었다. 용대운의 강호에 언제나 나오는 주인공들의 특징까지 그대로. 그렇지만 그게 과연 매너리즘의 요소인가? 아니다. 그게 그냥 매너리즘, 혹은 한계라면, 군림천하를 좋아하고 아끼는 분들이 그렇게 많다는 건 설명할 수 없지 않은가.

작가의 "향기".

그들만의 "강호".

그렇다... 백준의 강호를 말하기 위해서, 이렇게 둘러서 온 셈.

기존의 대가들에 대한 칭찬이야 이미 이 문피아에 수도 없이 올라와있고, 나도 그런 글을 이미 쓴적도 있기에, 말을 아껴도 될듯하다.

그분들은 제외하고서, 요즘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 중에서 내가 주목한 작가들은

"조진행, 황규영, 백준, 김석진, 한백림, 김대산, 장영훈, 촌부" 이다.

그들 모두 좋은 글들을 쓰시는 분들이라 굉장히 기쁘고, 또 각자 자신만의 '향기'들이 조금이라도 느껴지시는 분들이라 기대도 많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글들을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그렇지만 그들 중에서도,

백준의 강렬한 "향기" 는 어떤 분에게도 맡기 힘들만큼 강렬하고,

특히나 백준의 "강호" 는 정말 이미 완성되었다고 할만치 분명하게 특징지어진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었기에, 나는 말 그대로 그 세계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백준의 강호는, 쉽게 창조된 것이 아니다. 작가는 "초일"의 서문에 밝히고 있다. 군대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완성되어진 글이라고. 하나의 글이 창조되려면 얼마나 힘이 들런지 나는 알수는 없지만, 최소한 하나의 예상은 할 수가 있다.

"초일"이라는 글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미 "초일" 만의 강호는 이미 작가의 머리 속에서 살아숨쉬고 있었으리라고...

그렇게 창조된 백준의 강호는 "초일" 이라는 처녀작을 거쳐서 건곤권, 송백1부, 청성무사를 거쳐오는 동안 아주 분명해진, 살아 숨쉬는 거대한 세계를 탄생시켰다.

'바람~'님의 글에서 영웅문 같은 글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그리고 답글에서 어떻게 신필 김용의 글과 비교가 되겠냐는 글도 있었고, 또한 김용의 글에는 못미친다 해도 적어도 '스케일'은 그렇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또 그러자 다른글의 예를 들면서 '스케일'하면 그 글이 최고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영운문과의 비교가 가능하냐는 논란은 차처하고서라도, 그런 언급자체가 나오는 글이 과연 흔한 것일까에 주목해보자.

영웅문은 무협의 고전이다. 그리고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는 각기 다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한데 묶어서 "영웅문" 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우리나라만의 호칭이라고 해도).

그렇게 불리우는 것은 그 작품들이 각기 다른 작품들임에도 그 등장인물들의 삶이 글 전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인연들이 중첩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각자의 삶들이 다 살아숨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주인공도 있지만, 주인공의 삶만이 모든 이야기의 전체가 이니고, 주인공과 인연이 얽혀진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영웅문 전체의 글에서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그렇다. 그래서 "영웅문" 만의 하나의 강호가 존재하는 것이다. 모두가 살아가는 하나의 세상. 강호.

그것은 단순히 스케일이 크다고 탄생될 수 있는게 아니다.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역대 연표마냥 무슨 고수가 300백년 전에 존재했고, 200년 전에는 누가 있었고, 그 사람들이 각기 주인공과 무슨 사연으로 얽혔다고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그런 강호는 느껴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백준은 그 역량이 김용에 미칠지 못미칠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 강호의 모습만큼은 "영웅문"이 연상되어질 정도로 살아숨쉬고 있기에 그런 언급들이 나온 것이다.

초일의 삶과 송백의 삶은 면면히 인연으로 이어져 있으며, 그들의 지우들은 화산파, 남궁세가, 능가와의 인연으로 다시 얽혀있고, 또 세월이 흐르고 나서는 소림과 보타산을 통해서 유이건의 삶으로 다시 얽히기도 한다.

백준의 강호에서 가장 큰 두 축의 하나, '신교'와의 인연 또한 거대하게 얽혀있다. 초일과 초일의 사부, 철우경과 철시린, 천왕성과 초일, 강호사현과 철우경, 철우경과 조민, 조민과 담오, 송백과 철우경, 제갈세가와 신교, 화산파와 신교의 악연, 안희명과 능조운, 신교와 천수궁, 천수궁과 광화문과 유이건. 모두 연결되어 중첩된 인연들이다.

단순히 인연만 언급된 것인가?

우운비의 삶은 어땠을까? 그는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운비의 삶이 초일보다 가치가 없던 것이었나?

우운비의 삶, 그리고 우운비와 초령의 사랑. 우운비를 통해 이어진 초령과 화산파의 인연은 백준의 "강호" 에서 살아숨쉬는 사람의 한 모습이었고 작가는 그대로의 그 삶을 느낄수있도록 해주었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서 그 삶 자체가 주인공보다 가치가 없지 않케끔, 사람들 하나하나를 살아숨쉬는 존재로 우리에게 전달한다.

능풍운의 결혼을 통해서 한가족과 같이 맺어졌던 남궁세가와의 인연이 후대의 능조운으로 오면서 서먹서먹하면서도 경쟁하는 사이로 변해버린 것은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면서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능조운이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신교를 증오하게 되면서도, 정작 안희명의 할아버지가 신교의 장로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함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삶의 어려움을 엿보게 한다.

굳이 우운비와 능풍운, 능조연처럼 비중있는 조연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백준의 강호 안에서는 각자가 다 살아가는 '인간'이다.

신교인들만 해도 마냥 악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말그대로 착하다고 할 수 없는, 때로는 '마교' 소리를 들으리만치 잔인할수도 있는 인물도 있다. 그렇지만 단순하고 명쾌한 선과 악의 잣대를 쉽게 들이대서 갈라버리지는 않는다.

바로, 신교의 인물들은 단지 자신의 욕망에 좀더 충실한 사람들이 많은,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는 곳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악연이 중첩되긴 하지만 그뿐이다. 그속에서 비극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사람의 삶 자체를 말살시키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신교의 무공은 "극악"하거나 "마성"이 깃든 무공이 아닌, 단지 중원무림과는 발전과정이 달랐던 개별적인 무공일 뿐이다.  

정파인들의 삶도 면면히 이어져내려오고 있으며 신교인들의 삶도 면면히 이어져내려온다. 당장 초일과 송백과 유이건의 무공의 시작은 무엇이던가? 신교의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작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인연과 인연 사이의 연결이 아니다. 선악의 구도도 아니고 갈등도 아니다. 내가 이제껏 백준의 강호 운운... 하며 이러한 것들을 언급했지만, 사실 백준의 글에서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다. 그리고 무공의 강함조차도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은 작가가 바로 한가지를 말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까 부수적으로 탄생된 수많은 군상들의 모습이다.

물론 내가 작가의 의도를 감히 함부로 재단하는게 웃기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는 백준의 '강호'는,

의외로 작가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과 사람의 '정'이다.

'사랑'.

내가 송백과 동방리의 모습과 그말에 느낀 충격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사셔야 해요..."

"너를 위해 살아왔다..."

"내게 가장 재미있었던 무협은 무엇이었나?" 에 대한 답이 있다.

그런데, "내게 가장 강렬했던 무협은 무엇이었나?" 에 대한 해답이, 가장 재미있던, 혹은 좋았던 무협에 대한 답과 조금 다르다.

내게 가장 강렬했던 무협은 장경의 "암왕"과, 최후식의 "표류공주"이다. 명강량의 강같은 한에서 왔던 그 살풀이의 모습과, 모진위의 깊숙한 열망에서 왔던 채경령에 대한 간절한 눈빛...

이 두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를 기억한다.

그 다음 두세번째 다시 읽었을때는 그정도의 강렬함이 없었지만, 처음 읽었을때 내 뇌리에 영상처럼 박혀 있어서, 절대 잊어버리지 못하는 그런 세계이다. 남자가 소설을 읽으면서 펑펑 울때만큼이나 곤혹스러운 때가 또 어디있을까.

"송백" 역시나, 글로 이루어진 소설이지만,

처음 읽었을때 동방리가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했던 말이 내게는 영상처럼 박혀버렸다.

송백은 동방리의 말처럼 '살기 위해서' 처절하게 기어가서 초일 앞에 매달린다. 송백은 '살기 위해서' 강해진다.

초일과 송백의 무공은 무엇인가? 살기 위한 무공이다. 무슨 무당파 도사가 들으면 무안하리만치 단순한 목적이다. "건곤권"에서 유이건이 송백의 건곤권을 배울 때 건곤권의 목적이 나온다.

후생필살(後生必殺).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 왜 반드시 죽여야 할 정도로 강해야 하는가? 내가 살기 위해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반드시 살아남아서...

"너를 위해 살아왔다" 라고 고백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송백 뿐이 아니라, 초일도 그러했으며, 유이건의 무공의 목적도 사랑에 대한 한 때문이었다. 신교와 무림맹이 대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때문이다. 우운비의 죽음이 화산파와 신교의 깊은 원한으로 이어졌다. 송영의 죽음이 기수령의 원한을 낳았다.

초일이 신교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신교에서 그들을 사랑했던 수많은 신교의 인물들이 초일을 '신교 제1의 적'으로 규정하게 했다. 철우경의 조민에 대한 어긋난 사랑으로 인해서, 장지명의 죽음으로 인해서 허난영이 철우경을 미워하게 되었다.

그렇게 개개인들의 수많은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악연의 연결로 인해서 강호의 원한과, 크게 보면 신교와 중원무림의 대립이 존재한 것이다.

출발점은? 사랑이다.

남녀간의 사랑 뿐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모두가 맺고 있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사랑이 존재하고, 사랑 때문에 기뻐하며, 사랑 때문에 슬퍼하며, 사랑 때문에 증오하는 곳.

그곳은 우리의 삶이 있는 우리의 세상이고,

그곳이 바로 "강호" 이다.

임준욱의 '강호'가 왜 사람들에게 그토록 사랑받는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래. 그래. 이 세상이 비정한 것이라지만, 그래 나도 그렇게 경쟁해주며 짓밟아주며 살아주마, 다짐한다지만.

내가 과연 진정 그걸 원했을까? 되돌아보며 임준욱의 글을 읽고 있을때, 내가 아직 따스함이란게 뭔지 느낄 수 있는 존재이구나. 나도 아직 따스함이 한가닥 존재하는 사람이구나... 느끼는게 아닌가.

백준의 '강호'는 임준욱의 '강호'보다는 좀더 비정하다.

백준의 강호에서는 사랑으로 인한 증오가 헤어나지 못하는 골처럼 깊어서, 서로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채로 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최소한도로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 목적들은 거창한 '명예욕'과 '정복욕' 이 아니다.

신교인들이 중원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목적은 피로서 강호를 독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따뜻한 중원땅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원초적 욕구 때문이다. 그걸 막고자 하는 정파의 인물들도 신교인들이 천하에 없는 악인이라서가 아니고, 내 아버지와 내 연인을 죽인 인물들이기 때문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백준의 강호는 임준욱의 강호보다는 좀더 현실에 가깝다. 마냥 행복하고 인간의 향기가 따뜻한 임준욱의 고향같은 글보다는, 훨씬 비정하지만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처절하게 부딪치는 삶들이 치열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백준은, 초일과 건곤권, 송백을 통해서 거대한 유기체적인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영웅문과 비교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만한.

이미 우리나라의 무협 수준은 중국과 단순비교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출발은 중국에서 했지만, 이미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정서와 삶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의 무협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직도 중국의 "김용", "와룡생", "고룡"과 비교운운하는 것만으로도 성역에 범접하는 것처럼 금기시되어야 할까? 이미 내 경우를 예로 든다고 해도, 내 베스트 10작품을 꼽을 때 중국 무협은 "영웅문" 단 하나밖에 안들어가는데 말이다.

또한 수많은 기라성 같은 작가가 있는데 왜 하필 백준이냐고 말할수도 있다.

많은 30대 40대 독자들은 기존 작가들만 최고라고 한다. 금강, 용대운, 좌백, 장경, 진산, 설봉, 풍종호, 백야, 이재일, 박성진.... 그렇다. 이른바 90년대 뫼사단 출신작가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요즘 글들을 '가벼운 것같아 손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묻고싶은 것. 그들이 처음 무협을 접했을 때의 나이가 몇이었을까? 많은 답들이 있겠지만, 아마도 내 생각엔. "10대때 무협지를 처음 접했습니다."라는 대답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내게도 마찬가지다. 중학교때 영웅문을 처음 접했고, 바로 뒤를 이어 가장 처음 읽은 한국무협소설은 바로 "태극문"이었다. 처음 태극문을 읽었을 때의 신세계를 본듯 한 그 충격이 아마 지금까지도 내가 무협을 읽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다른 분들은 어떤가.

10대 어린시절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던 그 추억들이 지금의 열정적인 독자가 되게 한건 아닐런지. 그래서 50대에게서는 중국번역소설이 추억으로, 40대에게서는 금강, 서효원, 야설록 같은 작가분들의 작품이 추억으로, 30대에게서는 뫼사단 작품들이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 아닐런지. 그래서. 지금의 10대들이 좋아하는, 그 무협들이 바로 20년 후에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작가" 의 작품이 되지는 않을까?

좋은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작가들" 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기존 뫼사단과 드래곤북스에서 배출한 작가진이 분명 현재에는 최고의 작가들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토양에서 10대시절 글을 읽고 성장해서

지금 바로 작가가 되어서 글을 쓰고 있는 많은 무협작가들이 있다. 그들이 쓰는 글들은 분명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맛깔스러워 질 것이고 또 그들이 현시점에서 쓴 글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사랑받는다면,

그 작품들이야 말로 현재의 우리들이 알아차리지 못했던, 또다른 "태극문"이요, "대도오"가 되는 것이다. 최소한, 현재 '10대들이 좋아하는 무협' 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성이 평가절하되는 경우는 없으리라 믿고싶다.

그리고 "백준"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분도, 별로라고 하는 분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재진행형이므로,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만큼이나 좋은 향기와, 멋진 "강호"를 탄생시켜 준 작가임에...

나는 백준은 오늘날 무협을 쓰는 최고의 작가 중 한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송백"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초일"과 후세의 "건곤권" 사이에 감춰진 이야기, 감춰진 사연.

그 마침표가 찍힐 것이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후세의 이야기인 "건곤권"을 먼저 풀어놓음으로서 더더욱 중요할수 밖에 없는, 그리고 그 하나의 이야기만으로도 절대적으로 강렬한 송백의 사랑이야기. 그렇게 해서 거대한 유기체적인 이 백준의 이야기가 완결되면, 자신의 바로 이 작품으로 인해서 백준은 고전할지도 모른다.

내게는 장경의 "암왕"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아직까지 그의 다른 모든 작품들이 "암왕" 만큼은 와닿지 못하는 것처럼이나 어쩌면 백준의 이 3부작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어쩌면 초일의 월파검법의 모태가 된 "한산비"의 이야기가 송백 2부의 후속작이 될 수도 있겠지?(그리되면 4부작이 되는 것인가...) 어쨌든 그 강렬한 체취로 인해서 후속작들이 고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미 '청성무사' 를 통해서 난 백준만의 강호를 여전히 느꼈고 즐거웠다. 백준만의 글을 계속 읽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사실 백준이 글을 계속 써나가기만 한다면, 현재진행형인 그가 거대한 방점을 찍을만한 또다른 작품을 탄생시키리라고 기대하고 있으니까.

최소한...

그 거대한 방점을 찍어나가고 있는 작품.

송백.

난 그 글을 지금 지켜보고 있다.

즐겁기 그지없는 것을......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백준님의 글을 읽어보시지 못하신 분이라면, "초일-송백1부-건곤권-송백2부" 순으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인연의 중첩을 좀더 세세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_^


Comment ' 10

  • 작성자
    Lv.4 엘피드
    작성일
    07.05.25 18:53
    No. 1

    초일, 송백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은
    글로 말로 표현하기 벅찹니다!!

    순간순간마다 대화마다 느껴지는 그 전율!!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순간 순간!!

    정말 최고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엘피드
    작성일
    07.05.25 18:53
    No. 2

    어째 요즘 송백을 다시 읽고 읽어도
    동방리하고 안이어질거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지-_-
    제발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합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神색황魔
    작성일
    07.05.25 19:08
    No. 3

    -0-백준님만의 강호는..이미 저만의 강호가 된지 오래고오래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복학생
    작성일
    07.05.25 20:01
    No. 4

    정말 좋은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을 팍팍 긁어주는 것 같네요
    저는 초일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송백을 읽었을 때 송백 뿐만이 아니라
    송백이라는 책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하나 하나가
    실제로 살아 숨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송백을 정말 좋아합니다
    송백을 읽으면서 송백 뿐만 아니라 주위 인물들의
    처절한 삶의 여정들을 읽어가면서
    아 이런게 진짜 살아있는 강호가 아닐까 하고 생각할만큼..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1 용천구패
    작성일
    07.05.27 00:35
    No. 5

    저는 헐리웃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작위적인 해피엔딩과 권선징악이 이제는 '잠시의 즐거움'을 떠나 '황당한 짜증'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지난 휴일에도 '스파이더맨 3'를 보는 대신, 그래서 '전투요정 유키카제'를 봤지요. 좋은 선택이었던 거 같습니다 ^^)

    [백준의 강호는 ... 훨씬 비정하지만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처절하게 부딪치는 삶들이 치열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이 말에 정말 동감입니다.
    현실을 살다보면 절대선과 절대악이란 정말로 극단적인 적은 예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나'와 '그들'의 관계는 '同異'의 관계이지 '是非'의 관계가 아니란 것을 참 많이 깨닫게 되지요.

    좋은 풍경님 말씀처럼, 백준님의 강호는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처절하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의 현장과 다를바 없는 현실 속에서의 치열함이기에 독자인 우리는 초일과, 송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그들의 혈검지로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의 싸움이 곧 나의 싸움이기에...

    부라보~ 좋은 풍경님~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당운설
    작성일
    07.05.27 04:17
    No. 6

    AlBaTiNy님 말에 저도 공감하는........
    왠지... 동방리랑 안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아
    이러면 안되요ㅜ
    설마 초일에 천여랑처럼 될라나....
    동방리와의 가슴시린 사랑이 송백의 백미였는데...
    설마 송백이 마교 교주나 고수에게 죽을 위기에 쳐해서 동방리가 교주랑 결혼을 하게된다거나 몸을 내준다는 그런건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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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4 s망망대해s
    작성일
    07.05.27 08:27
    No. 7

    예전에 청성무사 연재하실때
    송백을 해피엔딩으로 끝낸다는말은 안하셨지만
    본인도 해피엔딩을 좋아하신다고는 하셨죠
    좋게좋게 끝내리라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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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속전속결
    작성일
    07.05.28 01:10
    No. 8

    절대공감입니다.. 송백뿐만 아니라 백준작가님이
    20년넘게 독자들을 위해서 계속 글써주시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約鮮
    작성일
    07.05.30 23:54
    No. 9

    앞으로 좋은 감상문 많이 많이 써주세요.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外柔內剛..
    작성일
    07.07.02 16:54
    No. 10

    아 정말 잘 읽었습니다..

    멋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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