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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류민
작성
03.12.07 18:50
조회
1,130

원래 나란 놈은 귀차니즘이 하늘에 이르러 수중에 있는 꿀단지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녀석이랬다.

낑낑대며 이고 온 수십질의 비서들을 책장 한 켠에 고이 모셔두고 손길 한번 주지 않았더랬다.

그러던 어느 지독한 감모가 읍습한 날!

이부자리 위에 누워 문뜩 쓸쓸한 무료함을 느끼고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풍운만장 이라더라.

-음! 이름 높은 금강 선생님의 글이군.

사실 금강 님의 글은 뭐랄까. 작은 벽이 있는 것 같은 어려움을 느꼈었다.

지금 생각하면 개풀 뜯어먹다 사레걸린 것 같은 소리지만, 이름이 너무 높다 못해 저 까마득히 천장에 이르면 어쩐지 엄청 어려워 보이고 쉬이 접하기 어려운, 무협이 아닌 한편의 논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던가.

대가의 이름은 어쩐지 어렵더라.

'나도 영웅이 될 테야!'

일개 객잔의 심부름꾼인 점소이가 우연히 만난 영웅을 보고 한 결심!

기지와 해학의 행로....

책 뒷면의 간략한 소개글을 보고 있었더랬다.

그떄 이놈의 생각은 이러했다.

'기지와 해학이라니! 재미없겠는데... 난 살점이 뚝뚝 떨어지다 못해 떨어진 살점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흐르는 피로 온천을 하고 싶었단 말야!'

사실... 요즘 시대의 기지와 해학이라 하면 딱 하나가 떠오른다.

'비뢰도'

웃긴 놈이 웃긴 이야기 하는 웃긴 소설이다.

비뢰도란 글이 아니라도 웃긴 소설은 많다.

하지만 이런 글들의 공통점이라면 하나같이 어정쩡하게 웃기다 만, 이제 슬슬 입이 찢어져라 웃어 보려고 하는데 그 속으로 파리 한마리가 들어간 느낌이랄까.

내가 싫어하는 1순위 무협이 그런 기지와 해학... 으로 파운데이션을 두껍게 칠한 허무개그 무협이다.

당연 그런 고정관념으로 이 시대를 뛰어 넘은 대작을 폄하한 것도 사실.

'흐응...'

하는 개방귀에 빨래 날아가는 느낌으로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겨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랐다.

그렇도 대단하고 엄청나고 놀랍고 경악스러울 정도로...

아니 한마디로 말해, 졸라짱쎈 짱이었다!

누가 이 글을 더럽게 웃기는 글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즐!"

풍운만장.

이건 입이 찢어지도록 웃기진 않는다.

실제로 전권을 보면서 포복절도한 적은 한번도 없다.

하지만 우습다.

고래로부터 내려오는 유쾌 상쾌 통쾌의 삼절을 적당히 버무려 시종일관 잔잔한 미소를 품게 하는 그런 글이다. 이 풍운만장은.

그리고 나는 내 우둔함을 꾸짖었다.

기지와 해학의 정의!

그러했다.

금강이라는 대가의 기지와 해학과 당금 무림의 기지와 해학의 어마무시한 차이점을 나는 간과한 것이다.

지금은 영웅천하를 일독하고, 풍운천하를 일독하는 중이다. 만약 풍운만장으로 금강이라는 이름의 벽이 줄어들지 않았다면 장식용으로나 쓰디 쓴 눈물을 머금고 있을 작품이리라.

그만큼 이 풍운만장은 시공을 초월하고 세대간의 벽을 허무는데 일조한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지금 내놔도 10대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으리라.

- 풍운만장을 일독하지 않은 이가 있다면 그는 진정한 웃음을 알 지 못하는 것이다!

-----------

정신을 차리니 여차저차 쓰인 잡문입니다. -_;

ps: 해학을 엄청난 글자로 바꿔 쓰고 말았군요. -_-;

금강권이 작렬하기 전에 전서로 알려주신 이동휘 님께 감사드립니다. -_;;


Comment ' 5

  • 작성자
    Lv.1 太乙劍仙
    작성일
    03.12.07 18:54
    No. 1

    허허 정말 좋으시겠네요. 저도 금강님 작품은 전부 2번 이상 읽었는데...
    오늘은 풍운만장을 읽으며 긴긴밤 시름을 달래야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용마
    작성일
    03.12.07 18:56
    No. 2

    ㅎㅎ 봐야 겠군요^^ㅎㅎ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8 정파vs사파
    작성일
    03.12.07 20:29
    No. 3

    저는 가끔가다가 이런 감상글을 보면..

    울고 싶어 집니다...

    이런... 보고 싶어서 어쩌나...

    아구구... 내 아까운 용돈이 날아가는 구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비진립
    작성일
    03.12.07 21:23
    No. 4

    말씀을 참 재미있게 잘 쓰시는군요. ^^ 풍운시리즈중 만장은 아직까지 못보았는데 류민님의 감상글을 보니 한번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그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설지상
    작성일
    03.12.08 09:19
    No. 5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한 번 감상해 보세요.
    요즘엔 옛 글들이 아련히 그리워집니다. 겨울이라 그런가?
    오뎅(역시 오뎅이라 써야 제 맛이 나는군요.) 국물 마시며
    읽으면 더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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