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대운 선생... 그의 전작들을 읽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가 있다.
현재만을 고집하려는 무협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마구 뒤섞어 이야기하는
무협이 아닌 오로지 현실만을 고집하며 간결한 문체에 모든 무협을 아우르는
경지까지 올라섰다. 시대가 배출한 직감이 뛰어난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그의 필생의 역작 군림천하에 대해 간소하게 말하고싶다.
한권의 책을 완성하고나면 고심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건 반대일 경우도 있다.
재목이 그게 아닐까한다. 재목한가지만 보아도 이미 그 책 내용의 절반은 보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타이틀을 훌륭하게 달아주는 것이야말로 하나의 존재를 잉태시키는 마지막 작업이 완성되는 것이다.
군림천하... 단순하게.. 주인공이 천하재패를 하는군.. 이렇게 받아들일수도 있고 이해해버릴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데, 정작 중요한것이 그것이다.
내용의 전개나 개요 의미가 과정에 함축되어 펼처지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군림천하라는 재목은 아주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하게 잉태되지 않은 재목이다. 작품의 질을 한껏 고조시킨 재목이라 평한다.
오늘 난 용대운 선생이 군림천하를 집필하면서 의도했을 두가지를 말해보려한다.
저자는 내용을 풀어가는데 있어 두가지의 맹점과 극대화를 끌어왔는데, 하나의 세력과 인물이 그것이다.(이건 순전히 나만의 관념이며 사고이고 생각이다)
첫번째 고민과 극대화...
수많은 세력 중 그가 선택한것은 왜 종남일까?
그것도 몰락하고 별볼일 남아있지 않은 설정을 통한 종남파.
극대화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것은 '나중을 위해' '반전을 위해' 라는 의미를 두고 있다.
구대문파의 한 축으로도 등장하지만 어쩔때는 이미 사라진 문파로도 묘사되는 세력이 종남파이다. 언뜻 떠오르는 비기로는 천하 36검정도인데.. 그것이 훌륭하거나 무섭게 묘사되어 무협에 등장한것을 난 한번도 보지 못했으며 때론 구대문파의 한 기둥이면서 멸시와 무시라는 찬밥신세를 당하고 사마의 무리가 중원을 유린할때 아무렇게나 멸문지화 당하거나 봉문 당하는 곳이 바로 종남이었다.
소림도 있고 화산 무당 곤륜도 있다.
그들 중 하나를 선택하고 쇠퇴한 문파로 설정한다면 좀 더 이해가 쉬웠겠다.
그 문파들은 늘 정도의 기둥이고 천하제일의 힘을 보유하는 것으로 굳혀진 무협계의 통설이니까!
맹점을 이용한 극대화는 우리에게 하나의 가상을 보여줌으로서 이해시킨다.
그게 바로 과거 천하제일 종남 오선이다. 종남의 오신선!!
이미 과거속으로 사라졌으나 그런 설정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의 가능성과 이해성을 강요했는데, 옳은 설정임을 나중에 확인할수 있다.
바로 주인공이 한 말에서 나타난다.
'이제부터 내가 검정중원이다!' 즉, 진산월 그가 곧 중원이라고 외친 말이었는데 그 얼마나 짜릿하고 시원하던지. 난 가슴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저자는 종남이라는 세력을 통해 무공의 이해력을 한껏 도취시키거나 정리하지는 않았으나 하나의 가능성은 재시했다. 무공은 강한것보다 누가 어떻게 수련하느냐의 척도를 보여줌으로서 기존의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어필하게 만들었다.
즉, 삼재검법도 '누군가'가 익히면 대단한 무공으로 둔갑한다는 미묘한 설정이었다.
도대체 종남에 어떤 훌륭한 비기가 알려졌으며 인물이 있고 대환단같은 영세의 보물같은 성약이 있었는지 우리는 아무도 몰랐지만 종남오선같은 불새출의 영웅들이 존재했다는 설정만으로그것을 단번에 뒤집어 버린 것이다.
나는 진산월이 아주 운 좋은 존재로 본다. 그 팔자에 조사들의 비기를 취해 그 자신이 곧 중원이라고 외칠수 있었으니까...
저자의 첫번째 의도는 별볼일 없는 세력을 내용의 중심에 둠으로서 약하디 약한 세력이라는 맹점을 이용하여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극대화 시키려 한것임에는 분명 할것이다.
첫번째 중요한 무엇 죽이기는 이로서 훌륭하게 이루어진 셈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두번째 고민과 극대화...
이것은 좀 애매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부분인데...
그동안 저자의 전작들을 보자면 주인공 모두가 강골들만으로 묘사되어왔다.
한예로 독보건곤의 노독행을 보면 처절할 정도로 피의 행보를 딛으며 겪는 그 파란 만장은 이루 표현할수 없을 정도이다.
과묵함, 뒤를 돌아보지 않는 저돌성, 냉정한 마음... 그러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버리지 않은 케릭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추어보면 이 진산월은 기형아적인 케릭이 분명한데...
저자의 의도는 분명하다. 진산월의 케릭터를 보자면 훌쩍큰 키, 비대한 몸집에 유순하고 인간적이며 따듯한 마음씀씀이로 도저히 몰락한 사문의 부흥과 어린 사제들을 이끌만한 인물이 아니다.
의도는 시작되었다. 엉망으로 만든 주인공 죽이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맹점은 그런 주인공의 성품이고 극대화는 그가 나중에 검정중원을 외치는 순간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한가지 재미있는 설정을 볼수가 있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으나 용대운 선생의 요리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말할수 있겠다.
전작들에서도 자주 발휘되는 그의 음식솜씨는 이미 공인된 바지만 이번 작품의 요리는 다소 다른 성질을 띄고 있다 보여진다.
전작들의 요리를 보자면 투박하며 맛나는 요리지만 생존을 위한 터득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정통요리가 등장하고 그 이유가 단지 좋아서..
누군가 부탁하고 해달라고 졸라서... 이게 과연 사내다운 모습일까?
지금에 와서 말이지만 당시에는 도대체 작가의 의도는 뭔지 너무 힘이 들었다.
읽기가 힘들었고 마음으로 머리로 사고로 이해하며 기억하기가 힘이 들었다.
아마도 10귄이나 11권이 나오지 않았으면 진짜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순간도 몇번 있었다. 다만 용대운이라는 작가의 힘에의한 본능이 그것들을 참아내게 했으며 나중에 진산월이 내가 검정중원이다라고 외치는 그 내용을 보고 나의 모든 의문과 불만은 일거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무협을 이십년이상 읽으며 그처럼 가슴에 와닿는 외침은 처음이었다.
각설하고..
진산월이라는 인물.. 주위에서 보자면 남에게 퍼주기 좋아하고 자기실속은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며 억울해도 말도 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일것이다.
아주 주인공을 엄청나게 못난이로 설정한것은 저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했으나...
물락한 사문의 대제자... 어린 사제들의 대사형...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암울한 현실속에서 진산월은 원치않는 강호행을 통해 인연과 은원을 쌓고 세력간의 다툼과 한을 불태운다. 사부가 유언으로 남긴 중원에 군림하라는 실천의 행보가 시작되는 순간이 온것이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그의 행보는 지루하리라만치 느리고 가엽게 그려진다.
부드럽던 얼굴인상은 칼질로인해 삼엄하게 변하고 사문의 비기를 찾아 수련하는동안 그이 비대했던 몸은 회초리처럼 가벼워지고... 이른바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참된 사내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 와신상담...
시간이 흘러 그가 중원이 곧 자신이다라고 외칠만큼 강한 검을 들고 사문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끝으로 그의 성장기는 끝이난다.
성장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하지만 성장뒤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것은 각자의 선택일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그의 나중 행보가 아주 흉폭하고 사납게 그려졌으면 한다.
함부로 사람을 죽인다라는 그런 행태가 아닌 저자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그런 행위의 모습... 사랑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고독한 절대자로 남기면 어떨까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원하지 않을것이다.
사문의 부흥과 복수 은원 사랑 인연.. 아무것도 할수없는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진산월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무엇이 남았을까.. 나름대로 오만가지 상상력을 동원하지만 쉬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이 전간 21편으로 구상되었다면 아직 남아있는 10권속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 거리가 존재할런지 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
난 아마도 용대운 선생이 이미 작품은 모두 써내려 가지 않았나 싶다.
끝없이 손질하고 보완과 수정을 통해 이제는 세상에 나올날을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사문과 복수의 개념이 아닌 한 인간의 고뇌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저자의 테마는 인간이었다. 사람간의 삶과 갈등.. 이작품은 주인공에게 너무도 많은 시련과 사명을 남겨놓은 내용이다.
한명의 인간에게 씌어진 굴레.. 도대체 하나의 존재에게 그렇게 많은 책임감과 사연을 주면 그 존재는 어찌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라고 그를 그리도 괴롭혔는지 의도가 너무 불쾌했던적이 있었다.
내용을 두번에 걸쳐 읽어 내려가며 가슴을 울리는 비감을 느낀게 한두번이 아니다.
어느새 나와 하나가 되어버린 진산월을 동정하고 응원하며 나머지 내용에 심한 갈증을 느낀다.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어졌는지 나중에 그가 말할테지만 뭐라 말하기는 미묘하지만 조금 미숙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없지않아 있는데, 그것을 찾지 못하겠다.
혹여 나만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용대운 선생의 필생의 역작 군림천하. 진정 인간애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더 많이 남아있을 내용을 뒤로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이야기 만으로도 완성도가 빛나는 작품이다.
오늘도 군림천하를 생각하며 짧은 소견의 글 이것으로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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