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상문에 들어가기 앞서서, 조금이지만 1권의 내용을 스포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은 무협이었습니다.
본래 무협은 ‘한자'가 많다는 편견 하나 때문에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간혹 가다가 십병귀나 무림사계에 한 번 손을 대보려고 했지만, 무협 초짜인 제가 읽기에는 벽이 있는 지 몇 장 읽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포졸 이강진이 재밌다는 감상을 보았습니다. 한 명이었다면 신경도 안 썼겠지만, 많은 분들이 재밌다는 감상을 올려주셨고, 그 결과 ‘나도 한 번 봐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동네 대여점에 딱 1권이 꽂혀 있기에 냉큼 집어 왔습니다.
그리고 첫 장을 펼치고, 2시간에 걸쳐서 다 읽었습니다.
정말 재밌더군요...
단순히 곽노와 강진이 대화를 나누면서 병아리를 키우는 내용이 전부였던 1챕터 부분에서 ‘이 책 재밌구나! 이 작은 이야기를 작가 분이 정말 재밌게 잘 쓰셨구나!’ 하고는 작가 분을 향한 존경과 동시에 포졸 이강진이란 책의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싸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했던 주인공이 점차 사고방식을 바꿔가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마침내 조금씩 조화를 이뤄가는 그 과정들이 전부 재밌었습니다.
게다가 단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서, 상대방의 열린 입을 다물게 하는 강진의 대화문은 하나 같이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곽노에게 감정이입을 했을 때에는 ‘아니, 이 놈이 그런데?’ 라고 살짝 버르장머리 없다고 생각도 했지만, 평소 속으로만 했던 상사의 욕을 마치 강진이가 대신 해주는 거 같아서 나름 속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저도 상사에게 강진이처럼 말해보고 싶다고 느꼈네요^^;
그래도 역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전 포졸 이강진이란 책에서 가장 큰 재미를 느낀 요소가 바로 곽노가 강진을 가르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무술을 가르켜 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곽노가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하고, 곽노의 도움 없이 친구인 서문우람과 함께 무술을 완성시키는 부분에서는 왠지 모를 아쉬움과 함께 재미가 조금 떨어진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곽노의 적은 출연과 강진의 단독 등장은 포졸 이강진을 읽는 내내 느꼈던 재미를 조금씩 줄어들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물론 뒷 부분에서 강진을 납치하려던 도적단들이 예상과 달리 멍청하고 귀여운 부분에서 재미가 다시 살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부분은 여전히 재미가 약간 반감한 듯 했습니다. (그나저나 도적단들이 나타났을 때에는 강진이가 자신이 익힌 무술로 모조리 묵사발 낼 줄 알았습니다만...)
어차피 나중으로 갈 수록 곽노의 출연이 적어지고, 주인공인 강진의 단독샷이 많아지겠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단 1권 만에 곽노란 인물에게 애정을 품게 되어서 그런 걸까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인 듯 합니다.
어쨌든 1권을 재밌게 봤으니까, 당장 2권도 빌리러 가봐야겠군요. 하루에 대여점을 두 번이나 가는 일은 드물었는데, 그 드문 일을 포졸 이강진이 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며칠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면서도 재밌는 책을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느꼈는데, 오늘은 포졸 이강진을 보면서 그 감정을 느꼈네요.
ps. 이 감상은 어디까지나 1권만 보고 쓴 것입니다. 스포일러가 될만한 댓글은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ps2. 아직 무협 초짜라서 포졸 이강진처럼 살짝 가벼우면서도 위트있는 느낌이 읽기가 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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