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을 싫어합니다. 전형적이라서 싫어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하도 많이 본 레파토리가 또 계속 나오니 그냥 질리는 것이지요. 마치 똑같은 게임을 계속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것처럼. 전 그래서 회귀물도 싫어하고 겜판소도 싫어하고 먼치킨도 싫어하고 왠만한 것은 싫어합니다.
미러이미지도 저에게 별다른 차이점은 없었습니다. 책뒤 설명을 보니 전형적인 겜판소 같았고 그냥 고딩 한명이 용돈벌이나 할 속셈으로 생각없이 낸 책 같았습니다. 우선 그렇게 생각했었다는 사실에 작가님에게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런대 제가 왜 미러이미지를 보게 됬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오늘 문피아 강호정담에서 표절 논란이 나온 책이기에 내용이 어떤지라도 보고 싶어서 빌렸던 것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빌려놓고보니 왜 빌렸나 후회가 막심했지만 일단 빌렸으니 돈값이나 하려고 봤습니다. 그런대 보다보니 의외로 재밌더군요. 소재 자체는 평범했습니다. 정말 평범했고 많이 본 레파토리였어요. 게임에서 렙업하니 현실에서도 렙업하고 능력자 되서 초능력자 집단에서 싸운다. 제가 하도 많이 봐 딱 신물내는 종류의 전형적 레파토리이지요. 그런대 어째 한 페이지를 보면 다음장을 보고 싶어졌고 책장을 넘기는 손길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1권을 덮고 나니 딱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 물건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것이 재밌는 이유는 필력이 훌륭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오늘오후에라는 필명의 작가님 필력이 진짜 장난이 아닙니다. 술술 읽혀요 글도 잘쓰고요. 그뿐만 아니라 독자가 몰입감을 놓치지 않도록 전형적인 레파토리일지언정 세세한 부분까지 개연성있는 설정을 넣어줘서 작가님의 세계에 점점 빠져들도록 만들어줬습니다. 흔히 간단히 넘어가는 부분들도 깊게 생각한 흔적이 보이는 설정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캐릭터가 한 행동들을 이해할 수가 있고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물론 비판할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너무 수동적입니다. 물론 수동적이지 않고 괜찮은 인물들도 있지만 주인공의 조원들은 그냥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기계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엘더 뱀파이어가 되서 둘 수 있는 엘더 뱀파이어의 숫자가 딱 10명인대 마침 있던 조원 9명과 아크 리치 한명으로 채웠다는 점에서 모든 것이 딱딱 맞춰들어가는 것 같아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뛰어난 흡입력을 가지고 있으며 단점들은 작중 보이기보다는 다 읽고난 후 숨을 들이쉬며 작품의 흡입력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날 때나 보이게 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괜찮은 소설입니다. 전형적이지만 뛰어난 개연성 갖춘 설정들과 필력으로 왕도를 이루었습니다.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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