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괴월영
작품명 : 이계남녀
출판사 : 영상노트
언제나 만나는 두 사람, 하지만 절대로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
이 책을 소개하는 짧고 간결한 문장이 맘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저에게 기대이상의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짠한 감동이나 큰 교훈을 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서로 다른 차원의 두 남녀가 서로 링크되어 상대방의 삶을 엿본다는, 인간 본연의 욕망중 하나인 관음증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감정이입의 중요성 때문에,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관음증은 안되는 바,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는 몰래보기 이상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소설의 핵입니다.
가이오스트 대륙의 아이네스는 당찬 공주님이자, 마법의 마스터, 그리고 그의 귀여운 여우입니다. 자신과 관계없는 남자의 인생에 질투도 하고, 의지도 하는 깜직한 우리들의 애인감이죠.
반대로 중원무림의 무혼은, 전형적인 외강내유의 듬직한 무인입니다. 그가 대륙의 파티복을 걸치고 나가면, 파티장의 귀족여식들을 홀려놓을 정도로 옷걸이가 훌륭하니까요. 물론 무림에서도 마찬가지죠. 이 둘의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가 소설의 주요 내용입니다.
듬직한만큼 곰처럼 그녀의 마음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우직함도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위기를 즉시 알아채고 중요한 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는 백마탄 왕자님이라기보단, 백마정도는 됩니다.
우리여우는 항상 백마에게 쫑알쫑알 댑니다. 스스로 무혼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나 봅니다. 링크되어있기에 마치 자신을 사랑하듯이 무혼을 좋아하는 것은 인정합니다. 여러분도 자기자신을 사랑하니까요, 그러나 여느 남자를 사랑하는 모습 같은 것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여느 애인들이 하는 질투는 다 하고 앉았죠.
둘의 챕터중에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일인합격 입니다.
이인합격이 아닌 일인합격, 하나의 몸에 서로의 정신이 링크되어있기에, 판타지에서도 마검사요, 무림에서도 마검사인 두 남녀 입니다. 물론 정체성덕에, 판타지에서는 빛과 얼음의 여자마검사이고 무림에서는 어둠과 불의 남자 마검사이긴 합니다.
신필 김용의 신조협려에서 소용녀와 양과의 합격술을 기억하시는지요? 비주얼로 보자면 그런 맛은 조금 떨어집니다. 혼자서 둘의 합격을 주문과 검격으로 시전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작가의 튼튼한 필력은 그 정신적인 내면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상하게 이 작가는 특별히 감탄스런 필력을 지닌 것 같지 않고 담담하게 내용을 이끌어감에도 불구하고 지나고 보면 하나도 덧나지 않은 스토리 전개를 보여줍니다. 진정 이런 작가가 뛰어난 작가겠죠. 오히려 제목이 부족해 보입니다. 저라면 싱크로나이즈드 정도의 제목을 짓지 않았을까요? (웃음)
어찌됬던 이 여시가 하는대로 우직하게 움직이는 곰탱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염장이 확 타오르는 쾌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한여름의 진정 필독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하나쯤 데리고 있고 싶은 여우를 독차지한 주인공이 부럽기도 하고 응원의 마음도 생깁니다. 이쁘장한 누나들이 있는 주인공이기도 하니 찰 삶아서 처남을 만들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계속 봐야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더 좋은 해피앤딩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이 미련한 곰탱이가 주변 여자들을 정리못하고 다 잘대해주느라 공주님이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저처럼 눈치빠른 스타일의 남자였다면, 일찌감치 주변의 꼬이는 파리걸들을 정리하고, 여우만 잡아먹으려 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소설의 등급을 한단계 올리는 내용으로 전개되었을 테지만요,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은,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라는 것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렇게 미적지근한 곰탱이에게 저런 베물어도 비린내도 안날 여우가 성공적으로 안길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녀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인순간, 전심전력으로 그녀를 추종해야 합니다.
에구, 이야기가 딴데로 새었네요, 간만에 맘에 드는 로맨스+퓨전을 만나다 보니, 작가의 사상이 맘에 들어서 헛소리를 좀 했습니다.
하여간 여우의 알몸도 다 훔쳐본 주인공의 고뇌가 등장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이상하게, 두 커플이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긴 하나, 평생을 살아온 연인처럼(사실 틀린말은 아닙니다) 그부분에 대해서 큰 소동 없이 넘어갈 줄 아는 현명함과 경륜을 보입니다. 저는 소설을 보면서 내내 그 부분이 걱정이었는데요. 결국 이 곰탱이는 그녀의 알몸을 부득이하게 감상하고도 아무런 타박을 받지 않는 행운을 누립니다. 것도 사실 한 두번이 아니겠죠. 소설에서 묘사가 안되어서 그렇지...
소설이 중반을 넘어갈 수록, 둘이 실제로 언제 만나게 되나, 관심이 끌리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둘이 링크되는 시간도 길어지고, 상대의 몸을 조정할 수 있게 될만큼 싱크로 율이 깊어지며, 14화에서 싱크로율 400%를 재연할때는, 둘의 몸이 며칠동안 바뀌게 됩니다.... (아...)
결국 둘의 내공과 마나가 물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며 상대방의 잠시간의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둘이 성장하는 마음을 보고 있노라면, 이글이 놀랍도록 RPG게임 시나리오로 적합함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FM(필드 메뉴얼)대로 작성된 글이라는 마음입니다.
3권을 독파하고 나서, 책방에 다음권을 빌리러 갔더니 장기간 대여중이고 5권만 덜렁 있습니다. 그걸 한참 쳐다본 저는 절망하다못해 3년동안 한 번도 안하던 짓을 저질렀습니다.
바로 4권 건너뛰고 5권 보기,
이 글의 재미는 이 정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5권의 처음을 본 저는, 그 난감함에 두 손 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깨닫게 된 또 하나의 장점,
이 글은 전 내용을 5권이라는 비교적 짧은 것에 충분히 담고 있으며, 주절주절 내용 늘이기를 하지 않습니다. 딱 필요한 대사, 필요한 말, 필요한 묘사가 이야기를 스피디 하게 진행시킵니다. 1권을 건너뛰어서는 읽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할수없이 조금 보다말고, 마지막 부분을 보았습니다.
.....
그냥 덮었습니다.
4권 나오면 순서대로 볼랍니다.
간만에 작품대작은 아니어도, 흥행대작을 건진 것 같아 기분이 흡족합니다.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