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공명전을 읽으면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은
글에서 공명의 향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인공은 단순히 공명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뿐. 그는 공명이 아니라는거죠.
삼국지를 소재로한 여타 소설에서 느껴지는 최대 단점은 그것이 삼국지를 소재로 했다는 점입니다. 삼국지를 소재로 했으므로 기존의 삼국지와의 비교가 당연시되고, 삼국지를 아는 사람은 기존의 삼국지와 차별점을 느끼지 못하고 모르는 사람은 방대한 인물들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이해가 힘들지요. 그런면에서 이계공명전의 선택은 탁월합니다. 어설프게 삼국지의 인물을 가져오느니 잘 알려진 인물을 한명 업어오는걸로 타협을보고 환생같은게 아닌 단순히 기억만 일부 가져옴으로써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영지의 지배자라는 설정도 좋습니다.삼국지에서 공명은 용이 아니라 구름이나 여의주에 가깝습니다. 스스로 오르지 못하는 이무기를 인도하는 구름이나 여의주지만, 용이 오르면 용과 같이 올라가는게 여의주나, 구름이죠. 하지만 이번 주인공은 용 그 자체입니다. 스스로 오르기위해 여의주와 구름이 될 인재를 모으고 공명의 기억을 이용해 승천을 위한 준비를 다지고 있는 용이죠. 이렇듯 공명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설정은 글이 가진 가능성을 증대시킵니다. 읽는 입장에서도 삼국지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편히 읽을 수 있으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판단합니다.
출판된 내용보다 앞으로의 내용이 더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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