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권우현
작품명 : 오렌다의 제국
출판사 : 로크미디어
몇년전 환생군주를 읽고 대체 역사소설의 매력에 빠진 이후 책방에 있는 대체 역사소설은 1권이나마 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재밌게 읽은건 환생군주밖에 없었죠.
아마 10번도 넘게 읽었고 2부가 나오길 간절하게 바래서 지금도 가끔 검색해 보곤 합니다.
다른 대체 역사소설중 수준 이하도 많았지만, 분명히 평가가 좋은 몇몇 소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다시 읽기 싫어지더군요.
그러던중 오렌다의 제국을 얼마전 읽었습니다.
먼저 소설 자체를 평가하자면 대체역사소설을 가장한 먼치킨류의 스토리 구성도 별로이고 필력도 딱히 좋은편이 아닌 그저 그런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 다 읽었습니다.
다 읽은 정도가 아니라 다시 한번 더 봤죠.
그건 제 취향과 상당부분 코드가 맞았기때문입니다.
먼저 이책을 보고 떠올린건 [총, 균, 쇠]라는 책입니다.
상당히 재밌게 본 책인데 지역별로 문명발달 속도가 차이가 난 이유가 무었인지, 어떻게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했는지, 왜 유럽에서 가까운 아프리카보다 먼 아메리카가 먼저 식민지화 되었는지 등에 대해 당시로는 독특한 -그렇지만 아주 수긍할만한- 관점에서 쓴 책입니다.
지은이는 인류학자나 역사학자도 아니고 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자인데 아프리카등 오지에서 새를 연구하던중 그곳 부족민이
"왜 당신네들은 잘 살고 우리는 가난하냐?"
라는 질문을 했고 간단한듯한 그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죠.
막연히 민족간의 우월성과 열등성으론 설명할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곳을 다니면서 느낀것은 가난한 민족들이 잘사는 민족보다 머리가 떨어지는것도 아니고 게으른것도 아니였거든요.
나름대로의 연구끝에 내린 결론이 '총, 균, 쇠'인데 오렌다의 제국은 철저하게 이 관점에서 나라를 발전시키더군요.
그다음 떠올린것은 [유로파 유니버셜리스]라는 게임입니다.
봉건시대 말기부터 르네상스, 대항해시대, 나폴레옹시대까지를 다룬 유럽의 '삼국지'라고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삼국지같이 싸우기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 외교, 종교, 상업, 기술등 현실적인 요소가 강조된 게임입니다.
정식발매도 안된 매니아들만의 게임이지만 팬카페가 활성화되어 한글화도 된 아주 재밌는 게임으로 개인적으로 3대폐인게임 'fm, 문명, 히어로즈'보다 훨씬 더 재밌게 플레이했었죠.
오렌다의 제국에 나오는 여러 인디언부족들, 유럽 여러나라들의 위치와 당시 상황들을 게임을 통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으니 머리에 지도가 그려진다고 할까요?
읽으면서 배경이나 교리, 기술부분등 여러가지 면에서 유로파를 만든 패러독스사의 '크루세이더 킹(중세배경), 빅토리아(제국주의시대배경), 하트오브아이언(1,2차 세계대전배경)등의 게임들을 작가가 해봤겠구나', '내가 흥미 있는것에 작가도 흥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의 호감같은것도 조금 들더군요.
아쉬운 점을 꼽자면 운석하나 주웠다고 거의 반인반신이 되는 주인공, 돌과 뼈를 갈아 창을 만들어 사냥하던 인디언들이 주인공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증기기관까지 만들어 내는등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한가지만 말하자면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 혹은 명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 유로파의 경우 명분이 아주 중요해서 명분없는 전쟁을 일으키면 패널티가 엄청납니다.
현대들어서 전쟁에서 명분은 더욱더 중요해진것은 말 할 필요도 없죠.
임진왜란을 도요토미가 일으킬수밖에 없었던 이유, 제국주의시대때 열강들이 식민지를 만들어 강탈한 이유, 독일이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유.. 이것들이 전부다 '정복욕'이라는 저차원의 이유 또는 미개한 문명을 교화시킨다는 명분때문에 일어난것일까요?
그때 당시의 시대상황을 살펴보면 각각의 나라 혹은 지배자층의 생존을 위해서 그렇게 흘러갈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 이유와 명분이 이해가 간다는것이지 올바르고 용서할만한 것이였다는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렌다의 제국에서는 유럽을 침략하는 이유가 나오진 않지만 글의 흐름상 백인들이 좀 있으면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침략해서 인디언들을 죽이고 노예로 삼아서 착취하려 할것이기 때문에 미리 가서 밟아놓고 비싸게 물건을 팔아먹을 식민지로 만들겠다는것 같습니다.
먼치킨 주인공때문에 우두법등 전염병 예방도 해놓았고, 축복받은 기후와 땅, 우수한 농경법으로 식량도 풍부하고, 유럽보다 훨씬 더 발전한 무기와 전투교리를 가지고 있는 상태, 즉 유럽의 침략을 막을 충분하고도 넘치는 전력을 가진 상태에서 개발하고 문명화해야할 남아메리카와 미국 서부지역의 광활한 영토가 남아있는데 유럽을 '정복욕'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침략 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가깝게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을때 명분이 세계평화를 위협할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죠.
실질적인 이유는 석유를 유로화로 결제하려는 움직임에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치와 석유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하고 신무기를 실험하기 위해서였지만요. (다양한 해석중 하나일뿐입니다)
후세인에게 끔찍하게 탄압받던 이라크의 인권이 미국의 지배로 분명히 좋아졌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 옮은 것이였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먼치킨때문에 주인공의 뛰어난 정치로 그 나라 혹은 영토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나오며 그 자체로 전쟁이 올바른것으로 되어버리는데 진정 올바른것인지에 대해선 생각해볼 문제 같습니다.
물론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서 유럽과의 분쟁은 일어날수밖에 없겠지만 대체역사소설이라면 여러 자료조사도 나름 했을터인데 실제 역사상의 여러 전쟁들의 원인중 맘에 드는것을 골라 변형시켜 상황을 그려나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유명한 전쟁이론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도 정치의 한수단일뿐이다'라고 했습니다. (빅토리아라는 게임을 하면 알수밖에 없는 말입니다)
그 말 자체도 논란이 있고 '정치'라는 말 자체가 사람마다 정의가 틀려 여러 해석이 있을수 있겠지만, 먼치킨 주인공이 나라를 잘 다스려 행복하게 발전시켜나가고 있는데 위협이 될수 있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켜 침략하는것은 올바른 정치라고 할수 있을까요?
주인공이 하는일이 다 잘되고 올바른 일로 묘사되는것에 통쾌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마치 어린아이가 길거리에서 총을 난사하는데 나쁜놈만 맞아 죽는다고 할까요?
이러한 점은 형태만 달리했을뿐 다른 여러 먼치킨 소설들(특히 게임소설)에서 나타나는것 같습니다.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 결론은 오렌다의 제국은 구성과 필력은 그다지 별로인 대체역사소설이지만 소재가 독특하고 매력이 있어서 르네상스, 대항해시대때의 서양사에 관심이 있다면 재밌게 볼만한 책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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