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사와 건달
작가 : 장삼
출판사 : 청어람
나온지 벌써 10년도 더 전의 작품이지만 나름 한국의 해학과 서구 판타지의
유쾌, 통쾌한 만남, 퓨전이 돋보이는 걸작이 있죠.
바로 작가 장삼씨의 기사와 건달이란 판타지입니다.
내용은 2000년대 초반의 한국에 마법 기사가 한국의 건달 박달삼과
운명적으로 만나는 건데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 기사인 간달프처럼 뛰어난 십자군 기사 크루터가
중원 무림에서 대난리를 일으키면서 시작됩니다.
서구 판타지에 나오는 마법과 검술로써 명나라 시대 중원을 휩쓸고 다니다가
시간 이동마법으로 현대의 한국에 옵니다.
현대 한국에 사는 외모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마음씨 만은 누구보다 올곧고 순수한
청년 박달삼과 크루터가 운명적 대결을 벌이죠.
여지없이 패배한 박달삼은 크루터의 시종이 되기로 맹세하는데...
"나 박달삼은 맥시… 뭐냐, 하여간 크루터님에게 충성을 바칠 것 이며
최선을 다해 주인 겸 형님으로 모실 것을 맹세합니다." (하지만 주인님이 사나이답지 않은 비겁한 짓을 하거나
먼저 배신을 때릴 때는 말짱 꽝이 되는 것은 물론, 언제라도 뒤통수를 치겠다는 것 또한 맹세합니다!)
비록 승부에 져서 맹세한 데로 팔라딘의 시종이 되기는 하지만, 만약 주인님, 형님답지
않은 행동을 하면 죽어도 순종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죠.
마치 신성기사 팔라딘이 방자를 만난 거 같은 요절복통의 촌극이 이후 벌어지면서
웃음과 재미, 감동을 줍니다.
부정부패한 정치가, 재벌, 조폭들에게 시달리고 사는 서민들을 돕기 위해 팔라딘과
그의 시종이 벌이는 시원통쾌한 활극은 다시 봐도 멋지죠.
정의감에 넘치면서 냉엄한 심판관으로서 악인들을 여지없이 처벌하는 팔라딘 크루터
마찬가지로 정의감에 넘치지만, 악인들에 대한 관용과 인정을 베푸는 박달삼
두 영웅과 서민의 기묘한 조합은 해학과 요절복통한 재미를 줍니다.
현대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현실과 부조리를 통쾌하게 풍자하는 재미가 좋았죠.
특히 크루터를 쫓아서 한국에 온 중원의 소림사 고승은 중국무협의 흔적을 보여주죠.
서구제국의 침공에 몰락하는 중국인들이 황비홍과 같은 무협을 통해서, 자존심을
세웠다는 사실이 한국의 퓨전판타지 무협에도 반영됩니다.
한국에서 다시 벌어지는 팔라딘과 소림사 고승의 대결에서 박달삼은 두 인물 간의
화해를 주선하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입니다.
마치 현대 한국이 서양과 중국의 화해와 협력을 주도하는 현실을 예견한 듯 하죠.
박달삼의 활약으로 오해가 풀리고, 화해와 협력을 한 두 인물들은 같이 천하를 지배하
려는 악의 세력들을 격파하는데 성공하죠.
이런 박달삼의 공로를 인정한 크루터는 박달삼을 시종에서 정식 팔라딘으로 승급시키죠. 그러면서, 크루터가 한국에 온 이유를 밝힙니다.
십자군 전쟁에 공헌할 인재를 찾기 위해서 온 거였죠. 시종에서 당당한 팔라딘으로 승급한 박달삼은 크루터와 함께 세계를 구하기 위한 전쟁터로 나가면서, 1부가 끝납니다.
심오한 철학과 세계관, 사상보다 한국인의 인정과 해학, 화해 정신을 잘 드러내는 가슴
훈훈한 걸작이죠!
특히 한국인이 서양과 중국의 화해를 주선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였고, 세상과 인류를 구하기 위한 전사로서 전쟁터에 나간다는 결말은 현대 한국이 나가야 할 바를 예견하는 듯 합니다.
현재 이라크와 이슬람에서 벌어지는 비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행동을 보면서 한국인도 나름대로 공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품이 1부에서 끝난 사실은 더 아쉽습니다. 2부에서 박달삼이 십자군 전사로서 나간다고 했는데, 장삼 작가는 더 이상의 후속편을 내지 않았죠.
철학과 사상, 세계관보다 현대 한국의 부조리함과 모순,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했던 걸작이라고 평가합니다.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