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이첼
작품명 : 잃어버린 이름, 은빛어비스
출판사 :
방금 최신작보고 왔습니다. 이번에도 카이첼님께 보냈었던 쪽지내용. 스타트!
[귀찮으실지도 모르지만, 너무 근질근질해져서요. 실례가 안된다면 좋겠네요. 그럼 좀 더 올려보겠습니다.
그 전에 '모든 것에 필연성은 없다.'라는 것에 대한 카이첼님의 답변을 보고, 인터넷으로 약간 찾아봤습니다. 그 때 힘들기도 해서 대충 찾아본 거라 그것만으로는 감도 잡기 힘들더군요. 나중에 학교 도서관에서 전문서적으로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밤중까지 계속 고민해본 결과, 이런 가설이 떠올랐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한 번 들어서 설명에 들어가볼까요?
우선 컴퓨터에 하나의 소프트로서 '체스게임'이 깔려있다고 해봅시다. 보통사람이라면, 이 체스게임의 기존에 깔려있는 실행방법과 룰에 따라서만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령 체스를 얼마나 잘 둔다 할지라도, 결국 룰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체스를 두는 사람의 강함은 근저에 깔려있는 룰 위의 기반위에서만 성립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좀 특이한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소프트로 체스게임을 즐기던 사람이 만약 그 소프트를 건드려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분명 이 컴퓨터에 내장되어 있는 소프트(게임)는 누군가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었겠지요. 이 컴퓨터에 소프트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분명히 내장되어 있다면요?
그래서 그 소프트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인지한 누군가가 그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방식을 깨닫고, 그것을 이용해서 기존의 소프트, 그러니까 여기서는 체스게임의 룰을 자기임의대로 조작했다면요?
그리고 이 룰이 변형된 체스게임을 다른 누군가에게 임의로 강요한다면요? 그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측은 자기가 체스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가 '어라? 이게 뭐지?'하는 통에 당해버리겠지요. 그것은 체스 9단 고수라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순수하게 체스게임만을 즐기는 자들에게는 완벽한 룰 위반이지만, 승리하는데는 가장 유효한 수단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체스게임 소프트를 세계, 체스게임 내의 룰을 세계의 법칙, 체스말은 단순하게는 살아가는 인간, 넓게는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대입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필연성이 없다라는 것은…설령 원래는 어떠한 의미를 가진 행위라도, 그 밑에 깔린 기반되는 법칙이 변하면 그 의미가 변하거나 무의미해진다는 의미인가요? 또는 그 반대 이야기? 체스실력도 룰이 바뀌면 그 의미와 가치가 퇴색되는 것처럼?
저는 카이첼님의 전작은 이드레브밖에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역장이라던가 그런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그리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로나, 지금 제 생각으로 봐서는 혹시, 하는 게 있습니다.
즉, 역장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자신의 사상으로 기존사상을 뒤덮어서 현실에 강요하는 능력인 겁니까? 소프트 제작 프로그램을 다루어 체스게임 룰을 바꾸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으로 향하는 검'이라는 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갈지도? '모든 것을 향한다'라는 것 자체가 원래 이상하죠. 아무리 검술이 뛰어나고, 상대의 모든 움직임을 알 수 있다해도 검이란 보통 한 궤도만을 선택해서 가게 되어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런 룰조차 조작해버린다는 건가요? 역장은?
제 생각이 맞는지, 제가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기나 한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맞다면 뭔 사기적인 능력이냐고 벙질 정도지만요.
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는 일단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다른 건 노코멘트라도 위의 이야기는 좀 답변 좀 해주세요. 엄청 궁금합니다. 그럼 새로운 이야기 스타트!
1. 베부가 원한 것
잃어버린 이름 초반에 발렸던 덕분에 '안습의 베부'라고까지 불렸던 녀석으로 알고 있는 이 베부. 솔직히 그 중요도나 가진 힘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당해버렸지요.
아니, 솔직히 전투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녀석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거야 가진 명성과 연구자로서의 이미지때문에 그런 것일테고, 이 녀석 상대가 에위나여서 그랬지, 지가 한 말대로 위버 소환하느라 힘만 너무 소모하지 않았다면 좀 더 버티거나, 아니면 도망치는 정도는 성공했을지도 모르는데.
악마나 용족들은 베부를 천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뭐, 천재 맞겠지요. 보통사람에 비교하면 확실히 천재일 것입니다만, 제 생각에는 그보다는 '성실하게 실적을 쌓아가는 수재'라는 이미지가 더 맞을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적당히 어비스의 권력자들에게 당근을 던져주고,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엄청난 열정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 실험을 닥치는대로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천재적인 발상으로 뭔가를 이뤘다기보다, 물론 그런 것도 없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보다는 '일단 해볼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보자.'라는 식으로 오랜세월동안 닥치는 대로 실험하고 연구해서, 때로는 빼앗아서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쌓고, 그것을 하나하나 검증해가면서 실적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 멋대로의 이미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베부의 성향을 생각하면 인체실험같은 것은 우습게 했을테고, 실제로 그런 어두운 면의 실험이 병행되는 것이 진보속도를 빠르게 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요.
서두가 길었는데, 이 녀석은 대체 뭘 바랬느냐? 라는 것입니다만. 처음에는 이 녀석 무한루프라도 타면서 영생을 하고 싶었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관측자 개인에게는 영원이더라도, 결국은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가능성만 있는 별 가치없는 세계입니다. 그런 것은 이뤄봤자 결국 괴로워질 뿐이겠지요.
이 녀석은 제가 말했던 그 소프트 제작 프로그램에 접촉하고 싶었던 게 아닐지. 세계의 외측과 다른 차원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그 프로그램을 완전히 장악해 신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뭐, 이 이상은 별로 나온 게 없어서 그 이상 추론불가에…어차피 노코멘트일겁니다. 네, 압니다. 이 녀석 목적따위 밝혀봤자 엄청난 네타일뿐이라는 것을. 그러니 이 녀석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2. 그레이스
흠, 솔직히 저는 얘에 대해 뭐라 하기 힘듭니다. 지금부터 그레이스에 대한 제 생각을 쓸 겁니다만, 에위나에 대한 분석 때처럼 카이첼님께 칭찬받을 자신은 없네요. 거기다 여기서 전 아마 삐뚫어진 견해가 나올수도 있으니 그 점은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들은 그레이스가 삐뚫어지기는 했지만 하나의 완성된 인격이라고들, 하는데요. 전 애초에 인간의 완전함이라는 것 자체에 의문이 있어서인지 정말 그런가, 하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더군요.
아, 그러고보니 깜빡했는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은색을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색깔로서 회색이라고 하지요. 선과 악, 흑백이 섞여서 회색(혼돈). 그것이 찬란하게 빛나면 마치 은색과 같이 되겠지요. 그것은 또한 하나의 이상적인 인간을 뜻하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런 인간은 소설속에서도 좀체 없지요.
어쨌든, 아직 그레이스에 대해 다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속단하는 것은 이르기는 합니다만, 제가 그레이스에게 받은 이미지는 뭐랄까…어린애입니다. 그것도 에위나하고는 다른 타입의 어린애입니다.
중2병이라고 아시나요? 일본에서 나온 말인데, 혹시 모르신다면 찾아보시고요. 이 중2병이라는 게 보통 사춘기에 오거든요? 사춘기 애들이, 그리고 보통 남자애들이, '나는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 나는 특별하다.'라는 식으로 뭔가 설정을 가지고 자신에게 도취되는 건데.
이런 건 보통 사춘기가 지나 정신적으로 좀 더 성숙해지고, 자라면서 현실의 혹독함을 실감하며 자신의 왜소함을 깨달으면서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만.
아니, 뭐랄까…제 소견에서 그레이스는 조숙해서 일찍 중2병에 빠진 어린애가 뜻하지 않게 자신의 이상을 이룰만한 힘을 너무 일찍 얻는 바람에 그 중2병이 불치병으로 발전해서 손도 쓰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라는 느낌?
주위사람들이 어떻게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어서, 주로 내면에서 무한폭주한 끝에 에위나하고는 다른 의미의 성벽을 쌓고 그 안에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군림하는 여왕님이랄까, 나?
이런 인물이 내면적으로 강하다느니, 완성되었다느니하는 이야기는 좀 수긍하기 힘들지만 반박하려 한다면 또 당장 생각하는 게 없으니 일단 넘어가고요.
<듀라라라>라는 소설을 아시나요? 일본에서 나온 소설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8권까지 번역되서 나왔습니다. 그 책을 읽어보면 '오리하라 이자야'와 '쿠로누마 아오바'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그레이스는 이 녀석들과 닮아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위의 두 녀석이 어떤 녀석들인지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너무 길어지니까요. 쓸데없는 소리기도 하고요. 흥미있으시면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마 그레이스도 위의 두 녀석들처럼 '세계의 모든 것은 나의 것이다. 또는 나의 것으로 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사람을 장기짝처럼 생각하고, 자기맘대로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보는 타입이 아닐런지?
지금은 이 정도만 쓰겠습니다. 추가로 하자면…제가 지금 당장은 그레이스에 대해 더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이 정도이기는 합니다만, 그레이스도 아마 사람들이 생각하는만큼 강한존재는 아닐 겁니다.
오히려 에위나하고는 다른 타입이지만, 자기만의 완결된 세계관때문에 경직되어 보지 못하는 부분이 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 '약점' 비슷한 것은 잃어버린 이름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그럼 건필하시고, 답장도 좀 부탁드려요! 틀린 부분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고요! 좋은 하루되세요! 바이!]
역시 베부에 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하시더군요.^^;
그리고 그레이스에 대해서는 제 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카이첼님이 그렇다고 하시니까,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틀렸다고 욕을 먹어도 할수 없겠습니다.ㅠㅠ
다만 저도 그레이스가 남에게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서 그런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자기만의 확고한 세계관, 정확히는 이상적인 자신의 상을 세우고, 거기에 틀어박혀 움직이는 것이라고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레이스는 에위나와 위버 외에는 나머지는 파리처럼 귀찮아하는 정도밖에 없는 무관심일색이니까요.^^
그리고 전에 말한 코돈 가설에 대한 연장입니다만, 저도 코돈이 자신보다 악마라는 종족 전체를 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욕망도 카이첼님 세계관에서는 여러가지이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위인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다만, 악마라는 종족이 존재하지 않으면 코돈 그 자신의 존재의 의미는 많이 퇴색될테죠. 결과적으로 같은 결과를 낳더라도, 거기에 담는 의미는 좀 더 개인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대공급이 모종의 방법으로 부활가능한 경우라면, 진짜 나중에 부활조차 염두에 두고 나중에 자신이 지배할 '소유물'들을 보존해두었다라고도 생각할 수는 있지요.
물론 제 가정이 맞다는 전제하에서입니다만.ㅋㅋㅋ
그럼 즐감하시고, 여러분의 생각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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