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폴 앤더슨
작품명 : 타우제로
출판사 : 나경문화사(1968)
십여년 쯤 전에 읽었던 SF소설 <타우제로>란 책을 최근에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타우제로>는 '레오노라 클리스티네'라는 이름의 우주 식민지 건설을 위한 항성간 우주선 이야기입니다.
이 우주선은 최고의 승무원들과 기술자들, 과학자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33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베타성계를 향해 날아갑니다. 만약 도착해서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조건이 갖추어 있다면 그곳에 정착하기 위해 남녀 각각 25명씩, 총 50명을 태우고요.
레오노라 클리스티네는 램제트 엔진을 이용해 광속을 향해 가속해 가며 우주선 내 시간으로 5년후(아마 지구상 시간으로는 수십년)에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출발 1년후 예기치 않게 작은 성운과 충돌하게 되고, 우주선의 감속용 역추진 장치가 고장이 나 버립니다. 감속 장치를 고치려면 보호역장을 끄고 선외로 나가야만 하는데 치명적인 우주선(너무 빠른 속도라 우주를 떠도는 수소원자핵 등이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끼치게 되죠)때문에 고칠수도 없게 됩니다.
결국 목표 행성에 도착하더라도 감속을 할 수 없게된 레오노라 클리스티네호는 은하계를 돌면서 극한의 타우치(우주선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이 가면 우주선의 질량이 무한대로 늘어나고 시간 역시 제로에 근접)를 얻어 은하단(은하들의 집합체)과 은하단 사이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진공의 공간(보이드)을 찾아가 감속장치를 고치려고 계획합니다.
그러나 우주선의 시간으로 몇년, 지구시간으로 몇천만년후(극한의 타우치로 이런 결과를 낳습니다)에 도착한 그곳은 그다지 진공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우주선은 더욱 진공인 곳을 찾아 초은하단(은하단의 집합체)과 초은하단 사이의 빈공간(절대적 공허)들을 찾아가 지구시간으로는 거의 백억년후 역추진 장치를 수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미 광속에 너무 가까워진 우주선은 우주선 앞에 존재하는 물질로는 충분히 감속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게 되는데,
과거에는 가속을 위해 성간물질을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감속을 위해 성간물질들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이러다 결국 우주 종말의 시간까지 이르게 됩니다. 대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결국 다시 하나의 점으로 수축되는 빅크런치(빅뱅에 반대되는 개념)를 맞게 되는 거죠.
모두들 절망에 빠진 채 인간의 나약함과 허무함에 몸부림을 치게 됩니다.
이 때 한 사람이 소리쳐 외칩니다. "우주의 다음 싸이클까지 살아남자"고요. 결국 우주는 하나의 점(모노블럭)과 같은 상태까지 수축한 후 다시 대폭발(빅뱅)을 하게 됩니다.
'레오노라 클리스티네'호는 이러한 천지창조의 순간까지 살아나게 되며, 그 사이 연구한 과학기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우주(그러나 훨씬 젊어진 은하속)에서 지구와 환경이 거의 유사한 행성을 발견하고 마침내 그곳에서 제2의 지구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 책의 표지에 있던 글귀하나 소개하고 줄거리를 마칩니다.
"순간은 영원이었고,
영원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생명은 불멸이었다"
폴 앤더슨은 다양한 주제의 소설들을 썼지만 주로 '시간여행'의 주제를 많이 다뤘습니다. 여러분들도 익히 들여보셨겠지만 '타임패트롤'이나 '영원으로의 비행' 등이 바로 그의 작품입니다.
저는 이제껏 수많은 SF소설을 접해봤지만 <타우제로>만큼 큰 스케일의 작품은 보지 못했습니다.
시간과 공간 차원에서 그야말로 영원과 무한대에 가까운 극한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 되어 있습니다.
바사드 램제트 항성간 우주엔진, 상대성 이론, 항성의 노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우주, 빅뱅, 빅크런치, 물질과 반물질 등 현대과학의 많은 이론들이 이 소설에 녹아있는 것이죠.
(다만 저자가 책을 쓸당시에는 초끈이론이나 M이론, 양자역학, 인플레이션우주론 등이 충분히 발전되지 않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나서 제가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우리의 과학기술문명이 조금만 더 발전한다면( 일이백 년 정도?) 소설과 같은 방식을 통해 수천억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우주의 종말(빅크런치가 될 지 , 대결빙이 될 지 모르지만)을 목격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글이 잘 안써지는 우중충한 주말,
혹시 이런 류의 소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번쯤은 읽어보실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책 소개글을 올립니다.
ps.
레오노라 클리스티네는 17세기 덴마크의 공주의 이름입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오랜기간 감금 상태에서 지냈습니다. 우주선에 이 이름을 붙인것은 등장인물들이 갈수록 희망이 줄어드는 절망적인 상태에서 조그만 우주선에 감금(?)된 채 우주의 영원한 방랑자가 되어 떠도는 상황을 감안하여 붙였다고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시종여일 배상..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