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강현
작품명 : 천신
출판사 : 드림북스
김강현님의 신시리즈 천신이 나왔습니다. 투신, 마신, 뇌신, 마신의 후속격인 태룡전, 그리고 이번의 천신. 어떻게 보면 김강현 작가님은 먼치킨을 풀어내는데 이야기의 초점을 모으는 것 같습니다. 퍼스트맨도 극강의 먼치킨이었고 말이죠. 이 분의 이야기는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즐기려고 보면 상당한 재미를 줍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로 가기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조금 식상하다는 것과 이야기가 상당히 가볍게 진행된다는 것 입니다. 저도 김강현 작가의 글을 좋아하지만 뇌신과 태룡전은 읽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뭔가 거슬린다고 할까 그런 느낌입니다. 흔하게 비판하는 이고깽, 그 중에서도 좀 취향에 맞지 않는 이고깽에 대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냥 주인공이 주변 인물들에게 막 자신의 능력을 퍼주는 느낌이 들고 그 주인공들이 한 없이 가볍다는 느낌이 들어 좀 읽기가 꺼려졌습니다. 장르소설이 아무리 스트레스 해소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데 특화되어 있다고 하지만 각 주인공들에게 '노력'이라는 것 자체가 결여 되어 있고 노력에 대한 무게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이야기를 써야 팔리기도 합니다만 갑자기 큰 힘을 얻은 어린아이가 그 힘을 마구 휘두르는 느낌이 들어 그런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면서도 권수가 넘어가면 맛있는 음식에 모래가 섞인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김강현님의 작품 중에서도 마신과 이 천신은 좀 특이하면서도 먼치킨이 가야할 점을 어느정도 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주인공들이 주변 인물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퍼주는 것은 변함이 없고 달리 말해 깽판을 부리는 것도 비슷하지만 마신과 천신은 여느 먼치킨 물과 다른 느낌이 듭니다. 그런 다른 색을 띄게 하는 것은 이 두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마신의 단형우도 그렇고 천신의 레이엘도 뭔가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희로애락에 대한 감정이라고 할까 인간적인 부분이 상당히 마모되어 있죠. 단형우는 진법에 의한 오랜 수련으로 여러가지 인간적인 면이 닳아 떨어져 있고 천신의 레이엘도 그 부분이 비슷합니다. 다른 먼치킨 이야기처럼 이 두 주인공도 자신의 능력을 주위에 마구 뿌리지만 뭔가 개연성이 있습니다. 내가 능력을 드러내고 힘을 발휘하지만 난 그 힘을 발휘하는 데'이유'가 있음을 보이는 것 입니다.
마신의 단형우는 새로 적응하게 되는 세상에서 사귀게 된 주위의 친인을 지키기 위해, 천신의 레이엘은 주위의 사람들이 흩날리는 빛에 매료되어 자신의 능력을 뿌립니다. 먼치킨 이야기에서 그저 자랑하기 위해, 갑자기 큰힘을 얻어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해 주위에 퍼뜨리는 가벼움에 대한 언짢음이 이 두 글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먼치킨 이야기는 주인공이 들어서는 순간 이야기가 땡하고 끝이 나버립니다. 중간에 힘든 일이 있겠지만 만능열쇠인 주인공이 나타나면 이야기의 판 자체가 뒤집히니 말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성격이나 주인공의 주변 인물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먼치킨 이야기의 재미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천신은 전작의 가벼운 주인공에 대한 고민으로 마신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발전한 주인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퍼주기냐는 비아냥이 주인공이 어떻게 하느냐,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레이엘의 천신도 재미가 있지만 전작인 마신의 단형우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물형을 창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단형우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입니다. 여태까지의 김강현님의 소설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라고 하면 마신의 단형우라 생각합니다.
그걸 반영하듯 단형우의 그림자는 후속 작품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이 이야기를 잘 마무리 짓는다면 단형우의 그림자를 어느 정도 걷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단형우란 인물이 너무 매력적이었기에 좀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단형우의 발전형 정도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뇌신이나 태룡전에 조금 질려 물러났더라도 마신을 즐겁게 보셨다면 이 천신은 그 정도의 재미를 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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