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머리를 부딪친 곰 이야기 頭のうちどころが惡かった熊の話, 2007
저자 : 안도 미키에
그림 : 시모와다 사치요
역자 : 이영미
출판 : 문학수첩
작성 : 2009.08.13.
“나는 그 중 어떤 동물의 이야기에 속하는가?”
-즉흥 감상-
여섯 권의 소설 ‘스탠드 The Stand, The Complete and Uncut Edition, 1990’에이어 열 권으로 구성된 ‘아라비안나이트 the book of the thousand nights and a night’를 읽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동안 영상물에 대한 감기록만이 하나가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편식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시야에 포착된 얇은 책이 한 권 있었다는 것으로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작품은 문득 정신을 차린 곰 한 마리가 있었고 머리에 혹을 하나 붙인 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로 그저 자신의 반려자를 찾아 해매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짧지만 기나긴 여정을 통해 다시금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곰의 이야기 [머리를 부딪친 곰 이야기] 에 이어, 호랑이를 시작으로 여우, 닭, 도마뱀, 거미, 파리 순으로 먹힌 생명체들의 한탄을 들어주게 되는 나그네의 이야기 [잘 먹겠습니다] 로 계속되는 이야기의 장이 열리는 작품은, 아기 뱀에게 삶을 전수하던 중 사고를 당하게 된 아빠 뱀과 그런 모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신없는 아기 뱀 [은혜 갚는 뱀], 모두가 인정하지 않는 ‘백로’를 바라보고 있는 까마귀[없는 것만 졸라대는 까마귀], 반항아기질을 보이던 올챙이 한 마리의 험난한 인생여행 [연못의 왕], 숲속 동물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던 훌륭한 수사슴 한 마리가 결국 ‘의미’라는 개념에 뚜껑이 열리게 되고 [훌륭한 수사슴], 달님을 손님으로 맞이하게 되지만 우연한 사고로 굴속에 갇혀버리게 된 달님을 구출하기위해 노력을 하게 되는 반달가슴곰[손님은 달님]의 이야기가 있게 되는데…….
아. 재미있었습니다. 만약 저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잠들기 전으로 읽어주고 싶을 정도였다고 적어보고 싶은데요. 애들이 그린 것 같이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삽화하며, 성인에 접근중인 저의 시점에서 보아 정말 오랜만에 ‘우화다운 우화’를 맛본 기분까지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독립되어진 듯 보이면서도 미묘하게 연결되어있는 이야기들하며, 그 짧은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개성 있는 인생철학과 상황에 따른 논리의 흐름이 전혀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등 그저-비록 근무중이라서 차마 소리를 내지를 순 없었지만-정신없이 웃어볼 수 있었는데요. 틈틈이 읽을 가볍고도 재미있는 책을 원하시는 분들께 조심스럽게 추천서를 내밀어보는 바입니다.
흥분했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자리에 앉아봅니다. 그리고는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물음표’를 하나 던져보자면, 어떤 이야기책을 선호하시는지요? 단지 자극만이 범람하는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 지극히 어둡고 찝찔한 뒷맛을 여운마냥 남기는 이야기? 논리와 가능성으로 무장하여 한없이 진지해지기만 하는 이야기?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큰 사건 속에서 또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논하는 이야기? 그 밖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 작품들이 존재할 것이나 다른 분들은 어떠한 선택기준으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찾고 계시는지 궁금해졌는데요. 아? 네. 저는 어떤 한 작품이 재미있었으면 그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연대기 목록을 정리하여 처녀작에서부터 영상 등 다른 형태로 전환된 것 까지 일단 달려보았다가, 그것의 종점에 이르는 순간 다른 작가의 책을 집어 들거나 그 순간의 상황에 손에 잡히는 책을 만나는 편입니다. 아무튼, 이번의 이야기책은 각각의 짧은 만남 속에서 많은 생각의 시간을 선물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만나기까지 연관된 모든 분들께 소리 없는 감사의 박수를 보내볼까 하는군요.
그럼, 이번에 읽은 책 제목을 전해들은 애인님의 ‘즉흥 반응(?)’을 마지막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사 마쳐보는 바입니다.
“머리를 다쳤으면 병원에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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