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후시미 츠카사
작품명 :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1권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 노벨
내 여동생인 코우사카 키리노는 갈색 머리에 귀걸이까지 한, 소위 말하는 요즘 스타일의 여중생으로 가족인 내가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상당한 미인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오빠인 나를 아주 우습게 여기고 있고 해서 요 몇 년 동안 대화다운 대화라고는 나눠본 적도 없다.
남자 친구들이 자주 부러워들 하지만 예쁜 여동생이 있어봤자 뭐 하나 좋을 거 없다고 큰소리로 말하고 싶은 바이다(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 날, 여동생의 비밀과 관련된 초특대 지뢰를 밟고야 말게 된다.
설마 저 동생의 '인생 상담' 신청을 받게 될 날이 오게 될 줄이야─?!
-----------------------------
주의 : 이 책은 근친상간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 않...으려나?
주의2 : 책 스토리 전반에 관한 스포일러.
하여간 일본에서 출간되자 마자 엄청난 화제가 되었으며 연이은 매진 사례를 몰고 왔던 그 문제작,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가 드디어 한국에 발매되었습니다. 솔직히, 얼마만에 써 보는 '최신간' 감상인지 모르겠군요.
주인공이자 화자인 코우사카 쿄우스케는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쿄우스케는 사이 나쁜... 이라기 보다, 거의 서로를 무시하고 지낼 정도의 사이인 여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용모는 패션 잡지 모델일을 하고 있을 정도에, 성적은 학교가 아니라 '현' 단위로 따져야 하는 상위권, 게다가 육상부의 에이스. 뭐 하나 자신과 닮은게 없는 잘나가는 14살의 여동생, 코우사카 키리노. 전형적인 '잘 나가는' 스타일의 여자아이.
그런데,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쿄우스케는 키리노의 비밀스런 취미를 알게 됩니다.
그것은...
키리노는 오타쿠였습니다.
그것도 평범한 애니메이션 오타쿠일뿐만 아니라, 에로게임 오타쿠이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평범한 에로게임이 아니라 '여동생' 에로게임에 특히 편중된 취향을 가진 오타쿠였습니다.
"여동생이 좋은걸!"이라고 외치며, 만화, 애니, 에로게임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라고 말 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여동생.
주인공은 이때까지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며 단련해온 상식과 정신이 붕괴하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인생 상담' 요청에 응하게 됩니다.
뭐, 대강 이런 이야기.
일단 대강의 배경 설정은 저렇고, 그 후 '오타쿠'로서의 자신에 대한 키리노의 고민과, 그것을 어떻게든 도와주려는(속으로는 그저 연관되고 싶지 않을 뿐이지만, 여동생에게 반항하지도 못하는 나약한 오빠인) 쿄우스케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혼자서만 "난 역시 이상한건가?"라는 생각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은밀히 즐겨오던 취미를 공유할 수 있을 동료를 찾게 하가 위해 인터넷 오프 모임에 나가게 해 보기도 하고, 모임에서 사람들과의 대화에 섞이지 못해 소외되어 있는 것을 가슴아파하며 지켜보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가 생긴 것을 속으로 축하해주기도 하고... 그렇게 어떻게든 조력하는 쿄우스케. 모든게 순조로이 풀려가던 와중... 엄격하고 무서운, 경찰관인 아버지에게 키리노의 취미가 들통나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날 위기에서 쿄우스케는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게 됩니다.
특이한 배경 설정으로 이목을 끄긴 합니다만,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근본은 "오타쿠가 뭐 어때서!"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열중하고, 그것을 뜨겁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동료가 있고. 편견속에서 오해받기도 하고, 경멸받기도 하고. 그런 오타쿠들의 이야기를 좀 특이하게 풀어낸 것이지요. 물론 중학생이 에로 게임을 하는것은 그딴 "오타쿠는 나쁘지 않아!"라는 논리로 정당화 될리가 없으니, 오라버니의 자폭으로 어떻게든(...).
기존에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이란 비슷한 주제를 다룬 라이트노벨이 있습니다만, 이 '여동생'은 묘사면에서 한층 더 리얼합니다. 솔직히 노기자카는 '오타쿠'를 다루면서도 세계관 자체가 너무나 만화틱해서, 그다지 정이 안갔습니다. '현시연'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런식으로 가볍게 다루는 것은 영 꺼림칙한 느낌이네요. '여동생'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균형을 잘 잡고 있습니다. 여동생의 묘사는 정말 초인적입니다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과 반응 자체는 현실적(주인공 제외)이란 점에서요. 좀 노골적으로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준은 아닙니다만.
또 하나의 중심은 여동생과 오빠를 중심으로 한 가족 코미디. 서로를 진심으로 싫어하지만, 남매로서 의지하기도 하고, 몸을 던져 지켜주기도 하고. 쿄우스케와 아버지의 단판 장면은 꽤나 끓어오르는 장면이면서도, 정신나간 듯한 쿄우스케의 얼굴이 눈에 보이는 듯 해서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스토리 관련 이야기를 좀 많이 해버렸군요. 뭐 그럼 '감상'으로 돌아가서.
일단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곳곳에서 코믹한 장면은 제대로 웃겨주고, 전체적으로 캐릭터의 표현이 애매하긴 합니다만 모두들 자신이 빛나야 할 곳에서는 열심히 빛나 줍니다. 주인공의 자폭 장면이라던지, 마지막 키리노의 미소라던지. 마지막 일러스트에서는 주인공의 심정이 정말 확 다가왔을 정도.
문장이 꽤나 가볍고 서술이 간단해 가독성은 좋습니다만, 그 때문에 묘사가 적은것은 살짝 아쉽기도 하네요. 좀 지나치게 휙휙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살짝 아쉬운것은, 기존에 스포일러 당했던 대강의 스토리라인과 중요 장면들이, 사실상 작품의 거의 전부였다는 것. 지나치게 '특이한 설정'을 다루는데 집중한 탓에 너무 담백한 전개가 되었습니다. 2권부터 어떤 이야기가 될 지 짐작이 안가네요.
... 그런데 여동생이 주인공을 싫어하는 것은 뭐 그렇다고 믿어 줄 수도 있습니다만,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여동생 츤데레(...).
... 그러고보니 다른곳에는 주석이 열심히 달려 있는데, 왜 스이긴토는 '수은등'이라 표기해 놓고 주석도 없었던걸까요?
Commen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