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타야마 켄타로
작품명 : 전파적 그녀 2권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노벨
쥬자와 쥬우가 거리에서 만난 길 잃은 어린아이, 카가미 사쿠라. 쥬우와 헤어진 사쿠라는 안구만을 빼앗아가는 흉악범 '안구수집광'에게 희생되고 만다. 사쿠라가 눈을 잃게 된 것이 자기 때문이라며, 쥬우는 '안구수집광'을 찾아내기로 결심한다. 쥬우에게 충성을 맹세한 오치바나 아메와 신비한 분위기를 가진 그녀의 친구 키리시마 유키히메의 협력을 얻어, 쥬우는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메는 범인을 체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데...
과연, 쥬우는 '안구수집광'의 정체를 발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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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읽었던 1권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에 이번에 신간을 주문하며 같이 주문했던 전파적 그녀 2권입니다.
1권에서 거슬렸던 부분들은 이미 '작품의 특성'으로서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 상태이고,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상당히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는게, 과연 데뷔작과 데뷔 후에 프로로 쓴 작품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훨씬 깔끔하고 잘 짜여진 이야기에, 캐릭터들 또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읽기에도 편하고, 묘사도, 전개도 안정되고 충실. 말 그대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새로 등장한 아메의 친구들, 마도카와 유키히메 또한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주연급 인물 중에서 주인공이 가장 약한게 아닌가 생각되는건 조금... 아무리 그래도 학교 최고의 불량아가 입지가 너무 위태한건 아닌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인간성을 잃은 험악한 현대사회를 극단적으로 과장시킨 전파적 그녀의 세계. 이번 사건은 상당히 악독한 이야기입니다. 유치원생 정도의 어린 아이만을 노린 '안구 절취' 사건.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길 잃은 여자아이. 파출소의 위치를 알려 준 후 별 일 없을거라 생각하고 헤어진지 몇 일 후, 그 아이가 헤어진 직후 안구수집광에게 유괴되어 눈을 잃었다는 것을 뉴스에서 보게 된 쥬우.
맹렬한 후회와 자괴감. 그리고 끓어오르는 분노. 갈 길 없는 이 감정속에서 쥬우는 그녀에 대한 최소한의 속죄로서 범인을 쫒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들어나는 진상은 쥬우의 예상을 뛰어넘는 추악하고도 슬픈 것.
1권의 내용도 내용이었고, 애초에 작 중 분위기가 분위기라 어느정도 각오는 했습니다만, 솔직히 그런 각오따윈 아득히 뛰어넘는 이야기에 이런 물건에 어지간히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저조차 가히 경악. 참으로 불쾌하기 이를데 없는 범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글을 읽으며 이정도로 분노와 불쾌감을 주는 악당과 사건은 상당히 오랜만이라는 것을 세삼스레 떠올렸습니다. 이쪽 면으로는 상상초월이로군요, 이 작가. 그러면서도 1권의 납득되지 않았던 범인의 심리보다 훨씬 '이야기로서 받아들이기'는 편하다는게 역시 1권보다는 발전했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해결에 와서는 '과연 이것이 최선의 형태인가?'라는 의문이 남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크게 터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인지라... 처벌되지 않은 사람들은 단순히 '죄책감을 지고 가는 것'만으로 끝나도 되는 걸까요? 사건의 성격으로 볼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됩니다. 과연 그 후에 그 사람들이 제대로 행동할 수 있을지는 의심 될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만, 최근 '사악한 주인공, 교활한 주인공'을 찾는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다 보니, 휘둘리는 주인공은 싫다는 것입니다만... 글쎄요. 그렇다고 해서 왜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사악해지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해야만 할까요? 그 속에서도 나름의 기준을 잃지 않고, 인간성을 지키며 꾿꾿하게 버텨내고, 싸우고, 이겨내는 주인공을 찾는다는 사람은 왜 갈수록 적어지는 걸까요?
레이몬드 챈들러를 읽어 본 적은 없지만, 필립 말로를 소개할때 자주 인용되는 이 대사는 매우 마음에 듭니다.
"터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착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
아직 낭만을, 이상을, 가슴 속의 인간을 잃지 않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강함'을 가진 주인공들이 환영받기를 기원하며 이만 감상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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