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정률
작품명 : 트루베니아 연대기
출판사 : 드림북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작품이죠.
소드엠페러, 다크메이지, 데이몬 등의 작품을 쓰신 김정률 님의 출판작입니다. 현재 7권 후 8권이 몇 달 째 안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기대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지요.
사실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내용에 대한 기억이 점점 가물가물해지고 있긴 합니다만.
각설하고, 하프 블러드에서 이어지는 트루베니아 연대기에 대해 기억나는 것들을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고품격의 향취를 머금은 세세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감상문은 아닙니다. 수박바를 다 핥아먹고 나서 남은 막대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처럼, 아직 입에 남은 단맛을 쩝쩝거리고픈 토로가 될 듯하네요.
김정률 작가님의 작품은 항상 즐겨봐 왔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드 엠페러는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안맞는다기 보다는 제가 너무 늦게 접했기에 당시의 트랜드와 괴리감을 일으켰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그 후의 작품들, 그러니까 다크 메이지와 데이몬, 하프 블러드 등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예전 출판사에서 일할 때, 잠시 들른 '일필휘지'의 분들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한참 일에 매진하던 중이라(믿으세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 분이 오셨었는데 향공열전의 작가분도 오셨었지요.
허나 역시 제일 뵙고 싶었던 분을 꼽으라면 김정률 작가님이었습니다. 제가 출판사 이력서에 동봉하는 감상문을 적을 때, 그 주제가 트루베니아 연대기였거든요. 평소 즐겨 보는 책의 작가분을 본다는 기대가 한 몫 했지요. 허허 웃으시던 모습이 인상에 남습니다.
여하튼 하프 블러드에서 이어지는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푹 빠져서 읽었었습니다. 안구의 흰자를 붉게 충혈시키며 출연을 몇 주 앞둔 우리말 겨루기를 공부하던 때도 실상 관심은 트루베니아 7권에 가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플롯상의 내용은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오우거라는 태생을 가지고 살아가던 레온, 그의 소소하면서도 격렬한 인생사. 오밀조밀 짜맞춰지며 바깥 세상으로 그를 모는 각박한 환경, 그리고 블러디 나이트로의 진화.
허나 되짚어보자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률 작가님께선 이미 전 작이 있습니다. 소드엠페러 등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를 계속 등장시키며 흥미와 긴장의 끈을(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연이어 유지시키는 역량은 쉽사리 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일견하기론 적재적소에 제시하는 새로운 화두(혹은 떡밥), 이것이 관건이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인 것 같습니다. 하프블러드를 일례로 들자면 '외롭지만 어머니가 있어 행복한 삶', 그리고 '세상으로의 초대', '자신에 대한 연마', '존재감의 표출'등이 있겠지요. 얼핏 무난하지만 호흡을 고르게 유지하며 이끄는 힘이 있기에 가능한 구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구성 요소가, 아니 토대 자체가 약간 엮기 힘들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최고이자 최후의 맞춤 조각은 '어머니와의 해후', 그리고 '히로인과의 쿵짜작쿵짝'인데 좀 부족하지 않나 싶었지요.
왜냐하면 통례의 소재 제시와 핀트가 약간 어긋났으니까요. 주로 '복수', '자아성찰', '전쟁이다!'등이 주를 이룰텐데 경중의 비중이 모호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는 데이몬이 주인공에게 부탁한 '내 무학을 전 대륙에 알려라! 내가 랭킹 1위란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해!'라는 말도 한 몫 했습니다.
해서 읽고 난 후, 추후의 전개를 보자면 아쉬움도 있고 감탄도 있습니다.
세일러문처럼 진실한 정체를 숨긴 주인공, 초인들과의 올림픽, 히로인과의 미묘한 쿵짜라작작쿵짝짝, 해후, 위기 등.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약간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지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요.
개인적으론 7권부터가 반환점 겸 절정으로의 디딤판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6권 말미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진실한 정체를 사람들에게 밝힐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하거든요. 적절한 순간에 적들에게 '나 사실 이런 사람이야! 놀랐지?'라는 구성. 제가 참 좋아합니다.
한데 7권이 마무리되고 8권을 기다린 지 5개월 가량이 되자 긴장감이 사르르르 식어가고 있습니다. 한번에 파파팍 몰아쳐 줘야 할 이 때, 독자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고 터뜨릴 줄 아는 작가님이 이렇게 소식이 없으시니.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권 수가 이어질수록, 특히 10권을 넘어간 후로 식어가는 글들이 있습니다.(개인적으론 20권을 넘어간 후로 질질 끌며 식어가는 어느 글이 밉습니다)
하지만 김정률 작가님은 독자가 원하는 바를 알고 그에 상응하며 호응할 수 있는, 10권을 넘어가도 '오오~'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프블러드를 이어 트루베니아 연대기까지 합치면 지금 꽤나 권 수가 많지요. 아마 16권 가량 될 것 같습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 트루베니아 연대기 다음 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그 끝을 탐미할 수 있게 하여, 마지막 책갈피를 넘길 때 작가님이 저로 하여금 훈훈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쓰다 보니 '빨리 다음 권 내주세요!'라는 내용 외엔 없군요. 허나 그도 그럴 것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김정률 작가님의 글은 '시냇물'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짜고 맵고 단맛은 없을지라도 조용히 흐르는 그것을 보며 고즈넉하게 가슴을 적실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물이 둑에 막혀 약간 고이긴 했지만, 곧 고고하게 흘러내리는 폭포수처럼 제 기대와 바람을 시원하게 뚫어주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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