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우석훈,박권일
작품명 : 88만원세대
출판사 : 레디앙
(지금 이 상황은) 한국이라고 이름 붙여진 국민 경제 시스템에서는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미지막 질문이자 가장 치명적인 장애물인 셈이다. 왜냐하면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사회에 대해 지난 60년 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지금 20대'라는 하나의 현상 속에 증폭된 채 응축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석훈, 박권일 공저의 88만원 세대를 도서관에 간 김에 읽었습니다. 88만원세대란 용어를 만들어 낸 이 책이 어떤 내용인가 궁금해서 서두만 본다는 것이 자리를 잡고 끝까지 읽어 버렸습니다. 이 책은 흡입감이 있었습니다. 단맛이 아니라 쓴맛이라서 문제죠. 시중에 카카오99%라는 쓴맛이 나는 초콜렛이 있습니다. 그것을 120% 응축한 듯한 쓴 맛이 났습니다.
이 책은 상당히 도발적인 질문으로 포문을 엽니다. '첫 섹스의 경제학'이란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민감하면서도 좀 예민한 문제인 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서구의 10대와 지금의 10대를 비교하는 데서 시작을 합니다.
세익스피어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말하면서 흥미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서구의 10대는 동거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10대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섹스도 하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과 살고 싶기도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그것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동거의 문제는 성문제일 뿐 아니라 독립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거죠. 그래서 스스로 살아가는 서구의 10대와 우리나라의 20대는 시작부터 다르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10대는 '보호'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성인이 되지 못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는 것이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이 책에서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10대 후반에 독립하고 동거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인이 된 선진국의 10대와 지체 현상 속에서 종속된 존재로서 어둡게 20대 초반을 맞는 우리나라 10대들의 경쟁을 하면 누가 이길 것인가?
이런 성을 통해 물꼬를 튼 저자는 그 이야기의 틀을 확대해 갑니다. 10대들의 열악한 알바문제를 언급할때는 저의 경험이 생각이 났습니다. 나름 이름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자가 말한 것 처럼 손님이 없으면 바로 쫓아내더군요. 그 꺽기란 것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문제고 말입니다. 그런 10대의 알바문제와 사회가 소비를 조장하는 부분은 섬뜩했습니다. 13세에 기초 화장을 하고 18세에 색조 화장을 하게 만든다는 거죠.
이런 10대들은 그래도 부모가 주는 용돈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소비력이라도 있지만 지금의 20대는 그런 10대보다도 소비력이 없기에 더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20대 탤런트보다 30대 탤런트가 텔레비전을 점령한 것도 이런 맥락이 있다고 하니 입맛이 더 썼습니다.
태권도 대표팀에서 부터 조폭과 다단계까지 많은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슬퍼지던지 허탈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통해 말한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이기면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지면 죽는 상황
- 적자생존을 말하면서 강자생존을 말하는 사회
- 패자부활전이 없는 개미지옥 : 결국 다 잡아 먹히지만 나중에 잡아 먹히기 위한 발버둥
- 40대와 50대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 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다.
대충 이렇게 현실을 진단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왜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결국은 전두환 세대와 박정희 세대가 충돌하는 것인데, 이 가운데에서 이미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20대는 앞에 서 있는 두 세대 중의 어느 한 편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거나 자신들에게 아무 것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 너무나 뻔한 이 게임에 참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밖에 없다.
라고 말합니다. 이런 쓴소리만 늘어놓지 않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 했다는데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스크루지가 나오는 소설)을 통해 다안성을 설명하고 여러 사례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도 이렇게 요약됩니다.
바리케이트와 짱돌을 들라고 말입니다. 바리케이트와 짱돌이라고해서 과격한 폭력을 일으키란 말은 아닙니다. 20대끼리 뭉치고 스스로 자구책을 구하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식으로 말이죠. 스타벅스보다는 20대가 창업한 커피숍을 찾아간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식으로 연대를 하고 뭉치라는 겁니다.
프랑스의 68세대도 지금의 권리를 그냥 얻은 건 아니죠.(프랑스는 그 투쟁으로 대학이 국유화 되어서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확 줄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투쟁을 통해서(꼭 폭력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어서 스스로 권리를 얻으란 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386세대는 그런 투쟁으로 어느 정도 권리를 얻었지만 프랑스와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 저자는 아쉬운 듯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386세대의 모순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386세대가 부모가 되어서 원정출산의 문제가 나왔고, 조기교육에 사교육 등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세대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가감없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이렇다고 남을 원망하고 포기하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억울하다고 바뀌는 것도 없고 남을 탓한다고 바뀌는 것도 없다고 말입니다. 바뀌지 않는 사실에 연연하기 보다는 바꿀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지금의 현실이 어렵다고 주저 앉긴 너무 싫습니다. 88만원세대 정말 쓴 맛이 강한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작금의 현실을 정말 잔인할 정도로 알 수 있었고 어느 정도의 실마리도 잡았습니다. 그 해결의 실마리가 쉽지는 않지만 그걸 잡아서 풀어야 할 몫도 지금의 88만원세대인 20대의 몫인것 같습니다. 아니 20대들만으로는 힘들고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죠. 그래도 가장 노력해야 할 당사자는 20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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