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이바라 레이
작품명 : 은반 컬라이더스코프 1, 2
출판사 :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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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사쿠라노 타즈사.
16세의 피겨 스케이터.
실력파 기대주임에도 왜인지 시합에서는
제대로 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게 그것도 모자라
주위의 미움까지 사고 있다.
아마도 비아냥대고 싶을 만큼의
미모 때문이겠지.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가올
올림픽 진출티켓이 멀어져 가던 어느 날,
하필이면 ‘유령’이 들러붙어 버렸다.
저기, 잠깐! 이렇게 흔해빠진 전개가
있을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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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탄하다
정말 놀라버렸다. 스포츠를 다룬 라이트노벨이
여기까지 할 수 있다고 과시하는 듯한 작품이었다.
일본에서는 1, 2권이 동시 발매되었고 사실상
전/후편이라고 봐야 한다는 정보를 듣고 둘 다 질렀다.
그리고 3시간동안 침도 안삼키고 정신없이 탐닉했다.
2. 멋진 인물 조형
난 순식간에 사쿠라노 타즈사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스스로를 백억달러의 미모라 칭하는 이 입이 험한 소녀가
빙상 위에서 보여주는 환상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표정연기가 중요한 피겨 스케이팅에서 웃지 못하는 그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툭하면 매스컴과 싸우는 그녀.
항상 자신만만하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타즈사.
어떻게 보면 결점투성이에 악역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다.
그러나 이야기가 조금씩 풀려나갈수록 그녀가 그저
단순한 작은 악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새 타즈사 속의 피트처럼 그녀와 함께 하게 되었고,
엉망진창인 자신이라도 난 최고야, 뭐가 어때서, 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타즈사는 정말 눈부셨다.
3. 폭발하는 듯한 연기묘사
난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를 잘 모른다. 관심도 별로 없다.
그러나 그런 무지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에 전혀 문제없었다.
타즈사가 빙상 위에서 펼치는 드라마틱한 기적에 전율을 느꼈다.
그녀와 함께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 같았고,
동시에 관객이 되어 박수치며 환호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은반 컬라이더스코프 최대의 장점.
모든 단점을 무시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는 이유.
바로, 『역동적인 액션 묘사』다.
'액션'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표현이다. 은반에 전투장면 따위는 나오지 않지만,
어떤 전투보다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액션을 볼 수 있다.
마치 바로 눈 앞에 빙상이 있는 듯한, 연기가 펼쳐지고 있는 듯한
숨가쁘고 격렬한 심상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
엉성하고 김빠지는 전투묘사 따위들보다 백배는 더 긴장되며
천배는 더 짜릿한, 얼음 위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듯한 연기묘사.
타즈사와 하나되어 스탭을 밟고, 턴하고, 점프하는 그 감동.
그 이상으로 놀라운 것은 극적인 클라이막스다.
정석을 밟는 듯한 고난과 역경, 라이벌의 등장,
그러나 엄청난 노력과 독창적인 발상으로 판을 뒤짚고
세상아 나를 봐라!!!! 하고 외치듯 진면목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빙상 위의 기적. 이것이야말로 드라마다.
1권과 2권, 각각의 절정 부분에서
너무 몰입해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_-
연기 묘사 한줄 한줄마다 머리 속에서
이미지가 피어나오는 듯 했고,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4. 그 밖의 다양한 장점
피겨 스케이팅계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도 좋다.
실제의 일본 피겨스케이팅계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나야 잘 모르지만, 아주 그럴 듯 하게 표현해 놓고 있다.
이 '그럴 듯 하게'라는 게 참 중요하다.
적당한 라이벌 구조도 마음에 든다. 여제 리아를 필두로 한
세계의 내로라 하는 선수들에게 각자 개성을 부여하여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는 리아를 쫓아가는 전개가 될려나.
사실 이야기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유령 '피트'의 빙의는
그다지 큰 임팩트는 없었다. 아무래도 실체가 없다보니
대사밖에 없고, 주둥이로는 어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오히려 타즈사와 피트의 관계라는 면을 주목하고 싶다.
처음에 그토록 난리를 치던 타즈사가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어쩔 수 없이) 피트와 함께 겪으며 점점 그를 받아들이게 되고,
웃을 수 있게 되고, 조금은 부드러워 지고, 더욱 강해진다.
피트라는 인물 자체는 좀 흐릿한 기분이었지만
타즈사의 눈으로 본 피트는 달랐다.
마지막 장면은 꽤 여운이 남았고...
너무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으면서 산뜻했다.
5. 번역과 일러스트
잘은 모르지만, 현정수님은 무척 잘 하는 분인 것은 알고 있다.
은반 역시 분위기를 잘 살려서 번역해주신 것 같다.
사소한 부분 몇군데에서 오역이 아닌가 싶은 게 있었고,
잡담 부분에서 조금 뉘앙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눈에 밟혔다.
그렇지만 100점 만점에 95점은 된다.
일러스트는 마음에 쏙 들었다. 애니 작화보다 백배 낫다.-_-
사실 애니 보다가 2화에서인가 도중하차한 것도 작화때문이었다.
라노벨답게 귀엽고 산뜻하며, 톡톡 튀는 타즈사를 잘 표현했다.
6. 총평
다른 거 다 필요없고, 클라이막스의 연기장면 하나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살 가치가 있었다. 다시 읽어도
크하~~ 하고 감탄할 만한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게다가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다.
스포츠 소설이 갖추어야 할 노력과 근성, 캐릭터성, 라이벌,
동경, 고난과 극복, 짜릿한 카타르시스, 약간의 연애감정...
어느 것 하나 빠진 것 없이 제대로 짜넣은 소설이다.
전권 구매 결정.
아니, 원서로 사서 볼지도.
http://blog.naver.com/serpent/110022158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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