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유성
작품명 : 리얼강호 2권까지
출판사 :
* 미리니름 약간 있습니다 *
* 2권까지의 감상입니다. 반납되어서 더이상 못읽었네요 ㅡㅜ *
괜찮은 느낌이다. 대충 쓴 글은 아니다. 읽으면서 느낀건 「참 애 열심히도 굴리는구나」하는 거다. 뭔가 잘 되어간다 싶으면 반드시 꼬인다. 열심히 노력해서 뭔가 보이는가 하면 외적인 요인으로 꺾인다. 요컨데 주인공 엄청 고생시키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단련시키는 그런 류의 작품이다. 사자는 새끼를 절벽 아래로 굴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물론 헛소리지만) 여기서 사자애미는 작가고 사자새끼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주인공 하는 일마다 잘 풀리고, 기연 줄줄이 이어지고, 대단한 분들과 차례차례로 안면 트다가 순식간에 강호까지 구해내는 그런 소설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추천할 만한 글이 아니다. 글 제목은 리얼강호이지만 비정강호가 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허접스런 무공 하나조차 쉽게 배울 수 없고 힘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되는 그런 세상.
사랑하던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힘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그저 마냥 강해지려고 애쓰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처음엔 단순히 자기 자신이 강해지는 것만을 생각하며 애쓰다가, 어느샌가 주변인들을 감화시켜 함께 하게 된다. 최초엔 오해로 시작된 관계였으나 점점 그들에게 정이 들고, 마음을 터 감에 따라서 정신적으로도 성숙하게 된다.
리얼강호는 문장이나 스토리짜임새가 아주 특출나다고는 할 수 없다. 거슬리는 부분 없이 무협적 세계를 잘 표현하는 것은 요즘의 무협에 비하면 칭찬해야 하겠지만, 원래 그정도는 갖추는 게 기본이다.(기본도 못지키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스토리도 흔한 복수극에, 고생속에서 뒹굴며 강인한 의지로 성장한다는 매우 고전적인 부류다. 재미있게 잘 이끌어나가고는 있지만.
내가 좀 더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장면장면을 맛깔나게 다듬는 재주다. 예를 들면 봉황진이라는 놀이에서 점점 무학의 이치를 깨달아가고, 더 나아가 병진의 운용까지 습득하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부분이라던가. 간단해 보이지만 이게 참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쓰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또 삼조 인물들이 모두 잡혀서 고문당하는 장면. 인간 한계 이상의 극심한 고문에 무너지려는 이들이, 주인공 무강에게 입은 은혜를 고래고래 서로에게 외쳐가며 다독이고 버텨내는 모습은 정말 괜찮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고문하던 괴파라는 단순한 조연조차 '나를 인간으로 보았으니 내가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식으로 미묘한 심리변화를 잘 포착해내어 즐겁게 만들어준다.
같은 맥락으로, 주요인물들의 깊이도 상당하다. 특히 처음으로 주인공에게 비정강호의 맛을 보여주고 이후 의형제를 맺어 생사를 함께하는 보영같은 경우는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생존과 이익을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이런 이기형 캐릭터가 한번 정을 주니 정말 진국이다. 행동 하나하나가 보영이라는 캐릭터를 참으로 잘 형상화시켜주고 있다.
여성캐릭터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나 짧은 등장으로 꽤 강한 인상을 남겨주어 좋았다. 제일 처음 등장한 귀여운 소청, 무협판 츤데레(?)같은 유향, 그리고 이제 나타난 신비한 여고수. 각각의 인상이 다 강했고 유향이나 무명여고수같은 경우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어갈지 흥미가 깊다. 설마 유향이 다시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_-
개인적인 취향으로 볼 때는 2권의 전개가 크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긴 했다. 패거리 만들고, 우리가 최고다, 우리는 하나다, 원포올 올포원 이런 분위기 팍팍 풍기면서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 그런 스토리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조 조원들의 감정묘사가 참 괜찮았기 때문에 취향범위를 살짝 벗어났지만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스토리 진행이 너무 진부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강제노역장으로 유배 → 조금씩 세력 장악 → 무대 확대, 충돌 → 무공도 함께 업업】이런 분위기는 지나치게 흔한 소재다. 아마 각 세력에는 또 각자 사정이 있을 테고 무강이 잡혀들어오게 된 배후세력과도 이야기가 이어질테고, 힘을 합칠테고, 탈출도 하겠지.
물론 독창적이고 기발한 전개가 리얼강호의 장점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을 흔해빠진 상황을 좀 더 제대로, 양념을 잘 치고 간을 맞춰서 보여주는 것이 리얼강호가 가진 강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2권 후반으로 진행되며 조금씩 고식적인 전개쪽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러다보면 장점도 사라지고 스토리는 뻔하게 흘러가면서 또하나의 용대가리에 뱀꼬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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