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경
작품명 : 빙하탄
출판사 :
빙하탄은 다 큰 어른의 투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심연호! 강호제일의 방파인 천붕방의 최고 충신인 심제충의 아들.
하지만 아버지가 자신의 장인인 열사자성의 장인을 암습하고 전설의 무경인 '초혼경천록'을 탈취한 뒤, 그 여죄를 물어 아버지는 사형당하고 자신은 한 팔을 잘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형 역시 자살을 하고, 본인은 천붕방을 떠나 북부의 천산으로 떠나지요
그런 그를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교검'이라는 과거의 사매가 찾아옵니다. 마교의 무적병기인 '무적마인'이 등장한 가운데 강호는 다시 혼돈의 소용돌이로 돌아서고...
1권, 2권을 보면서 내내 주인공에 대해서 짜증이 났습니다. 주변의 모든 것에 시비를 걸고, 친구들을 내친 뒤에는 버림받았다고 투털대고, 자기 어머니에게 시비를 걸고, 죽은 아버지를 모욕하고...
하지만 무언가 깊숙하게 숨은 아픔이 보이기에, 자기가 사람을 내치고도 그 뒤에 남는 독백안에 있는 아련한 아픔이 보였기에 책을 덮지 않고 결국 마지막에 도착합니다.
3권의 마지막에 밝혀지는 예측되었지만 가슴아픈 진실. 3권에서는 초혼경천록이 쓰여지게 된 진실, 마교와 무적마인의 정체와 같은, 현 무림의 중요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마지막에는 천붕방의 방주 조원홍, 심연호의 어머니인 위혜련, 그리고 심연호와 그의 아버지에 얽힌 비사가 드러납니다.
원래 연인이였던 조원홍과 위혜련, 딸을 싫어하고, 천붕방주를 싫어했기에 그 딸을 강제로 상대방의 충복인 심제충과 결혼시킨 열사자성주, 그리고 무적마인에 의해 강호가 말살되기 직전, 과거의 연인이자 수하의 아내와 나눈 하룻밤... 그리고 그 아래서 태어난 첫 아들인 심인호는 방주의 핏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심제충이 알게 됩니다. 때마침 아내로부터 듣게 된 열사자성의 '초혼경천록'의 입수. 그는 천붕방을 위해 장인을 암습하고 초혼경천록을 입수합니다. 그 때 자신의 혈족도 위험에 처할 것을 알고, 자신의 아들이 아닌 심인호를 피신시키고, 사람을 통해 초혼경천록을 전합니다. 또한 심인호가 방주의 딸과 사랑에 빠졌기에 그것을 막기 위해, 그가 방주의 핏줄인 것 또한 같이 전합니다
그리고... 심인호는 절망끝에 자살합니다. 자신의 연인과의 관계,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동생에 대한 미안함... 그는 동생에게 초혼경천록을 전하고 목숨을 끊음으로 이 상황을 종결시킵니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심연호의 절규!
"가끔 이런 생각을 하지. 그들은 사랑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놀이에 열중했고 그들은 충성심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에 충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그들의 길에 열심이었던 것뿐이다."
"그렇게 이해하려고 했는데... 남들의 꽃 장난에 자신의 사랑을 버려야 했던 형은! 충성심 때문에 아무렇게나 도마 위에 서야 했던 나, 절망밖에 없었던 젊은 날의 나는! 형, 나, 우리는... 우리는 무엇이지? 조원홍, 철봉황, 심제충, 사도상, 대답하라! 우리는 무엇인가? 대답하라!"
무협소설 가운데 이렇게 처참한 절규는 다시는 찾아보지 못할 듯 싶습니다. 그리고도 그에게 비극은 그친 것이 아닙니다. 마교와의 싸움에서 고삐풀린 사대금강과의 싸움을 위해, 마지막에 위혜련의 손에서 건내진 초혼경천록의 외경... 영원한 꿈에 빠져 오직 싸움만을 위한 존재가 되기 위한 그 외경을 심연호는 받아들이기로 하므로써 소설은 막을 내립니다...
빙하탄은 사회에서 일반적인 미덕들을 통렬하게 공격합니다. 사랑이 지나쳐 불륜으로 연결된 조연홍과 위혜련, 충성이 지나쳐 천륜마저 외면했던 심제충, 이상에 빠져 피바다를 개의치 않았던 마교의 대장로, 역시 사랑으로 천륜을 외면하는 위혜련... 오직 무의 자부심만을 위해 수련자를 해치는 무공을 창안하는 낙등양,
그리고 미덕이라고 부를 수 없는 욕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군상들...
심연호는 끝내 세상에 대해 투정을 부리지만 세상을 버리지는 못합니다. 인연을 부정하지만 인연에 목말라하고, 안고 있는 아픔이 너무나 큰 나머지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하지요. 상처입는 것을 두려워해서 더 몸을 사리는 작은 동물처럼...
'표류공주'와 더불어 제가 생각하는 무협비극의 최고봉 중에 하나인 소설입니다. 미흡한 글솜씨로 명작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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