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설봉
작품명 : 마야
출판사 : 청어람
(문장의 특성상 설봉님에 대한 존칭은 생략했습니다. 이해바랍니다..)
설봉.. 과거 뫼사단의 시절부터 눈여겨보아온 작가중 하나이며, 사신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있을만큼 매력적인 작가중 한명이다. 거창한 제목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그가 걸어왔던 길과 그의 작품들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마야에 얘기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설봉.. 그는 신인들의 등단이 활달이 이루어진 그 시점에 암천명조라는 이름의 소설로 처음등장한다. 그의 작품이 다른 작가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진중함이다. 그가 지금까지 그려온 주인공들은 모두 사연을 안고있고, 비장미가 넘친다. 가볍고 활발한 주인공은 없다. 그리고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사넘나드는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치밀한 머리싸움과 기막힌 복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할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쩌면 수많은 작가중에서 무협이라는 장르의 분위기중 하나인 비장미를 가장 잘표현할수 있는 작가가 아닌가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중 하나가 설봉표라 일컬어지는 작품의 용두사미의 결말을 아쉬워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를 보아온 필자역시 그 점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수는 없다. 하지만 이부분에 대해서만은 나름대로 이유를 분석할수 있다.
뫼사단시절의 설봉은 특이한 소재를 많이 다루어왔다. 기막힌 인물묘사와 유려한 필력을 자랑하던 좌백의 등단이 있긴했지만, 소재면에서 특이하다 대단한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단지 이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인물들간의 묘사나 특유의 필력이 그의 장점이었다면.. 설봉은 이전 소설에서 흔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소재를 많이 꺼내려 했다. 그리고 그는 절대로 크게 바라보지 않는다. 무슨얘기냐 하면...중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무대가 펼쳐져 있지만.. 그보다는 작은것에 집중하고 자세하게 그리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즉 뭉텅거려 표현하는 것보다는 대도록이면 세세하게 자세하게 묘사하는게 그의 특성이자 장점이다. 그리고 그의 이런 특성은 최근작인 마야에까지 그대로 들어난다.
그의 처녀작인 암천명조는 그의 특성이 묻어나긴 했지만, 당시의 다른 신인들과의 차이점은 별로 발견하지 못한 범작이라는게 개인적인 평가다. 즉 용대운의 독보건곤류의 느낌이 묻어난다고 할까?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할것은 이 작품이 처녀작이라는 것이다. 그의 처녀작인 암천명조는 분명 그의 장점을 그에 대한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었다는 점이다. 요즘와서는 그때작품을 꺼내보면 아직 미숙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그만의 느낌이 묻어나와 새롭게 해준다. 하지만 요즘의 그 어떤 작가의 작품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두번째 작품은 독왕유고부터 그의 장점은 하나둘 발휘되기 시작한다. 독왕유고는 강자의 횡포속에서 어렵사리 살아남은 주인공의 복수아닌 복수를 담고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무공보다는 독술을 중심으로 얘기를 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그는 이런 저런 인물들이나 상황들을 집어넣어 의미없이 스케일을 키우기보다는 당문과 주인공에 집중하고.. 얘기를 끌어간다. 그리고 그의 특성중 하나인 뛰어난 심리묘사와 복선은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또한 그의 특성중 하나인 비중미역시 발군이다.
그후 다른 무협소설과는 괴를 달리하는 산타, 무공이 아닌 진식을 주로 끌어올렸던 천봉종왕기, 다른 소설에서는 조연이었던.. 그리고 사자후에서 무대가 되는 해남파를 최초로 그린 작품인 남해삼십육검. 신체적인 상황을 극복하며 살아남기위해 발버둥치는 수라마군. 그리고 최고의 무공을 만들기위한 집념과 가문을 되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표현됐던 포영매... 출판계가 대여점위주로 개편되기 전의 그의 작품은 이렇듯 매력적이고 강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다. 하지만 일정기간의 휴식아닌 휴식후 그가 보여준 작품들은 그 이전의 작품들과는 좀 다른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그는 몇번의 시행착오를 걸치며 또 다른 경지로 들어서고 있다. 이제 그 얘기를 해보자...
그가 오랜만에 모습을 들어내고 보여준 작품은 바로 사신이다. 그전까지 4권~5권정도의 규모의 소설을 써내던 그가 오랜만에 10권짜리의 소설을 쓰게된것이다. 사신.. 재미있다. 수많은 작품을 써오고 나름대로 인생의 경험을 얻게되고, 작가로써의 내공이 쌓인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작품이니 그 재미는 충분하다. 단지 많은 이들이 언급하기 시작하는 용두사미라는 단어를 얻게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신은 분명 재미있지만.. 아직 설봉이라는 작가는 10권이상의 규모의 작품을 쓸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꼈고, 그의 특성상 완결된 작품이 아닌 진행중인 작품이 출판되는 현재의 상황에 어울리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면 이상할까? 따라서 난 이 작품을 설봉의 적응기.. 혹은 시행착오라고 말한다. 사신은 분명 나름 설봉이라는 작가의 특성과 여러가지 장점이 녹아든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같은 상황의 연속과 해피엔딩보다는 약간은 어두운 결말을 좋아하는 그의 특성이 묻어나 조금은 김빠지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물론 추혈객이라는 4권짜리 작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항상 새로운것을 추구하던 그와는 달리 조금은 특성을 찾기 힘든 범작이다. 물론 나름대로 재미를 찾을수는 있었지만...
사신후에 그가 내놓은 것은 대형설서린이다. 왜 이런 작명을 했는지 솔직히 의문이지만... 사신이후 그가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느껴진다. 즉 사신은 이전의 그와는 달리 스케일을 제법 넓혔다. 그로인해 자신의 장점중 하나였던 세세한 묘사와 잘짜여진 플렌이 조금은 희석된 느낌이 들었다면.. 대형설서린에서는 사신을 답습하지 않기위해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즉 스케일을 넓히기 보다는 스케일을 좁히면서도 나름대로 그의 특성을 많이 살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또한 그의 시행착오였다. 사실 대형설서린이 4권짜리거나 지금과는 달리 약간 작은 규모의 소설이었다면.. 과연 설봉이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그만의 특성이 잔뜩 묻어나는 소설이다. 하지만 10권이라는 소설이 그 정도의 스케일으 담기에는 너무 권수가 많다. 자연 독자로 하여금 뭔가 크게 펼쳐질것 같은 느낌을 잔뜩 주었지만.. 결국은 그게 그거였다는 김빠지는 결과를 보여주며 설봉소설의 결말은 아쉽다라는 인상을 주었다. 즉 옛날의 그의 특성은 현재의 출판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꺠달음을 주었다면 이상할까?
그리고 사자후... 이 소설에서 역시 설봉은 한걸음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즉 그는 사신과 대형설서린에서 드러난 단점을 극복하면서 자신 특유의 특성은 그대로 살리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보여졌다. 무공을 싫어하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죽음과 약혼녀의 배신으로 무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는 앞의 소설들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기위해 발전한다. 초반은 그의 성장모습을 보여주고.. 해남도라는 배경에 집중하며 그의 성장을 그린다. 그리고 거기서 머물지 않고, 해남도를 벗어나 스케일을 키우면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설봉이라는 작가가 지금까지보여주었던 작품들의 세계에 조금은 미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10권정도의 규모에 어느정도 적응하면서 자신의 특성을 잃지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에 만족스럽다.물론 사신, 대형설서린, 사자후까지 다른 여타의 소설에 비해 완성도나 재미가 떨어진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재미있고, 완성도도 뛰어나다.. 단지 그가 가진 능력에 비해 모자르다는 느낌정도로 이해했으면 한다..
그리고 현재 출판중이며, 최신작은 마야.... 난 이 작품을 그가 이제는 완전히 현재의 출판상황에 적응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설봉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한가지 특성을 읽을수가 있는데.. 그에게 절대라는 말은 없다. 즉 한단계 올라서면 그 위에 다른 단계가 있고, 또 그 위에 새로운 단계가 있으며.. 그가 그리는 중원은 따뜻함 보다는 비장하고, 비열하며 음모와 술수가 판치는 세계이다. 마야를 쓰면서 설봉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전 세작품에서 보여준 독자들의 평가에 대해 어쩌면 '정말 그렇단 말야? 흥.. 잘못봤어' 하면서 독기를 품은듯한... 모습... 마야에 이르러서는 설봉은 그이전작품에서 지적받은 단점을 매꾸기위해 노력했다면..이제는 그 점을 그대로 돌파해가는 모습이다.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라고 지적했던 추적과 그 추척을 뿌리치는 인물들의 사투를 정말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마야 소립파는 선천적으로 무공을 익힐수없는 몸이다. 그런 그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세상에 나왔다. 그가 가진것이라고는 뛰어난 두뇌와 다른 이들이 가지지 못한 특이한 능력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이전에는 주인공의 뛰어남(무공)으로 이겨내고 성장했다면.. 마야에서는 주인공의 성장보다는 정말 처절하게 극한의 상황을 뚫고나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무공을 펼치지 못하는 주인공이라는 감정이입하기 힘든 주인공을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멀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그 주변인물들의 성장을 그린다. 환타지와 무협의 특성을 구분짓는다는게 힘든일이지만.. 그래도 힘들게 구분짓자면.. 바로 환타지는 파티중심의 느낌이라면 무협은 주인공중심이 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마야에서는 주변의 성장을 도우면서도 주인공인 소립파의 존재감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더욱이 결말을 쉽게 유추할수 없는 상황도 발군이다. 즉 마야는 그동안 2%부족했던 작품들을 딛고 선 완벽한 설봉표 무협이다. 물론 완결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 이런 단언을 한다는게 우습지만.. 설사 후반이 생각만큼 따라와주지 못한다하더라도 마야는 이제 제대로 설봉의 능력을 보여주는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을것이다.
중간에 약간의 공백(작가의 투병이라고 알고있음)이 있긴 했지만, 1권부터 5권까지 다시 읽어보면 이런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물론 지금까지 그 어떤소설보다 더 처절하고 무겁게 만드는 작품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들의 성장이 더 달콤하고 희열마저 느낀다. 더욱이 단순히 어려운 상황과 그 어려운 상황을 뚫고나가는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특별한게 있다. 모든 것들이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고나 할까? 아무튼 한국무협계에서 필자가 신뢰하는 몇안되는 작가중 하나인 설봉의 마야는 커다란 즐거움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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