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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세계

작성자
Lv.1 인위
작성
07.01.04 00:00
조회
1,956

작가명 : 라이큐

작품명 : 부서진 세계

출판사 : 스카이BOOK

이 소설은 아주 오래전 제가 꾼 악몽과 유사한 점이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악몽 꾸신 적 없으신가요?

세상은 지금 평화롭지만 묘하게 정적을 품고 있습니다. 마치 큰 해일로 엄청난 재난이 일어나기 직전의 해변가처럼 고요합니다.

하늘을 바라보자 눅눅한 어둠이 저 지평선에서부터 세상을 덮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괴기스럽게도 저 외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못 느낀 채 그저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제 눈엔 보입니다. 제 자신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일이 세상에 벌어지려 합니다. 크나큰 공포가 제 판단을 마비시키고 있고 제 목숨을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어디로 도망가야 안전할 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큰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 건물의 천장에선 찐덕찐덕한 체액과 불그죽죽한 피부, 끔찍하게 돋은 이빨을 가진 그로테스크한 괴물들이 핏빛거품 속에 증식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상상이 아닌 실제상황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일정한 때가 되면 이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서서히 도시의 밤거리를 헤매기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이 괴물들은 인간보다 높은 단계의 포식자로서 근처에 있는 인간들을 쫓아 육중한 몸으로 껴안듯 달려들고 질겅질겅 씹어 분시합니다.

괴물들이 증식하고 있는 곳은 지금 제가 있는 이 건물뿐만이 아닙니다.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이들은 조용히 숨죽이고 번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튀어나오는 괴물들로 인해 세상은 혼란에 빠지고 강대한 미국마저 무너져 내립니다. 도시가 점차 폐허로 변해가고 있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우왕좌왕 뒤섞여 도망치지만 괴물들의 살육을 피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제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되어 있지만 아직 벌어지진 않은 일들입니다. 저는 그 끔찍한 미래를 미리 알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 뭔가 이질적인 것이 끼어든 것과 같이 야릇한 존재가 저입니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일로 바쁘게 움직이지만 저는 그것에 동화되지 못하고 마치 동떨어진 곳에 놓여있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왜 나만이 그것을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은 머릿속에 없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저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을 저는 모릅니다. 미래를 알고는 있는데 이제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전혀 판단할 수 없고 아까운 시간만 흐릅니다.

괴물이 나타나기 전 일어나는 전조들이 이윽고 제 앞에 나타납니다.

저와 같이 그 전조를 바라보는 어느 누구도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워하거나 두려움에 허우적대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이한 현상에 환호를 하며 웃고 즐기는 사람마저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모습에 절망하지만 동시에 야릇한 쾌감에 휩싸입니다. 나만이 곧 있을 절망적인 미래를 미리 알고 있다는 삐뚤어진 우월감.

'당신들은 어느 누구도 몰라. 이제 괴물이 세상을 점령할 거라고. 당신들은 괴물을 피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다가 먹히게 될 거야. 하지만 나는 달라. 나는 그렇게 될 거란 사실을 혼자 알고 있어. 그걸 알고 있으니 나는 살 수 있어.. 나는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그런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거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점차 어둠은 코앞까지 다가옵니다. 이윽고.... 괴물들이 세상을 잠식하기 시작합니다.

조용히 발걸음을 죽이며 어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는 괴물들. 사냥감을 찾아 으슥한 골목길을 따라 움직이는 그들은 혼자인 사람들을 노려 쥐도 새도 모르게 덮치기 시작합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것도 잠깐입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울리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이제 건물 안도 건물 밖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천장을 찢고 튀어나오는 괴물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바닥에 피를 뿌리며 고깃덩어리가 되자 사람들은 경악하면서 혼란에 빠집니다. 저는 사람들을 밀치며 필사적으로 건물 밖으로 도망칩니다.

하지만 건물 밖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한 사람을 잡아먹고 있던 괴물 하나가 저를 발견하고 네 다리로 뛰어오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턴 끝없이 도망치는 것으로 꿈이 끝납니다.

이 공간이 꿈에서 벗어나 소설로 옮겨간 것이 부서진 세계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이 멸망하려고 하는 꿈을 꿔보신 적이 없습니까?

그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현실에 발버둥 쳐본 적이 없으십니까?

없다면 소설 부서진 세계는 당신의 평범한 일상에 이질적인 긴장감을 불어넣어 더 이상 이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음을 생생히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이미 어딘가 부서져 멸망을 앞두고 있지만 그곳의 당신은 평범한 개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사건에 점차 휘말리면서도 정작 진실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씨가 마른 곳에 저주받을 괴물이 뛰어다니는 미래는 알아도 정작 무엇을 해야만 그 지긋지긋한 절망스런 미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주인공입니다. 당신은 나약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겐 능력이 하나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손이 닿은 사물을 멈출 수 있는 능력. 손을 접촉하지 않으면 발휘할 수 없고 손을 뗀 즉시 다시 사물이 움직이는 불완전한 능력.

당신은 그 능력 하나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허무하게 괴물에 찢겨 죽지 않도록 지켜내야 합니다. 괴물을 멈추는 그 와중에 당신은 눈이 멀 수도 있고 팔이 잘려 나갈 수도 있고 고막이 터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 순간순간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쫓기듯 처절하게 도망쳐야 합니다. 세상에 깃든 저주스런 괴물들에게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싸워야 겠지요.

만약 당신이 이미 위와 같은 꿈을 혹시라도 꾼 적이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꿈에서 뛰쳐나와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때입니다. 소설을 읽게 된 순간부터 평범한 일상을 헤매던 당신은 이제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당신은 평범합니다. 하지만 평범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에겐 뭔가 비밀이 있고 그 때문에 주인공이 된 것이니까요.

당신이야 말로 이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을 작은 희망입니다. 이제 당신이 세상을 구해야 합니다.

부서진 세계는 가슴을 조이는 긴박감으로 당신에게 그러한 사명감을 안겨줄 것입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위와 같은 분위기에 취해 두근거림을 멈출 수 없습니다. 흡입력과 긴장감이 넘치는 소설입니다.

한번 이러한 세기말적 분위기가 당긴다면 그때가 바로 이 소설을 읽을 때입니다.


Comment ' 2

  • 작성자
    당근이지
    작성일
    07.01.04 00:20
    No. 1

    1권이 정말 제대로 다크포스를 풍기더군요^^
    2권은 약간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초기대작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BearStone
    작성일
    07.01.04 20:21
    No. 2

    잘 안나가더군요..ㅠ.ㅜ 갈때마다 항상 신간란에 있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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