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파래
작품명 : 레드서클
출판사 : 로크미디어
논단란에 금강님의 평이 있습니다. (읽고 오셔야 이하 이해가 됩니다)
깔끔한 책표지와 금강님의 추천이 생각나 서점으로 뛰어가서 대뜸 빌렸습니다.
후회했습니다.
보지말고 살껄...
한번 빌려보면, 빌려본 값이 아까워서 잘 안사게 됩니다.
책을 읽어보니, 금강님의 책에 대한 평가가 아주 정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몰입감이 떨어지는 평이한 묘사와 서술이라는 부분에서는, 조금 다른 의견입니다. '암전' 이란 단어때문인지는 몰라도, 연극의 나래이터가 서술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지는 몰라도, 연극을 여러편 감상한 경험을 살리면, 오히려 더 극적이고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스스로 상상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런 상황에선, 흥분된 묘사로 제 상상력을 서술어가 미리 만들어버리는 어투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듯 했습니다. 제 과거경험을 살리면, 평이한 묘사가, 오히려 제가 상황에 대한 상상을 제 취향대로 펼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금강님이 이야기하신 한가지 단점조차 제게는 장점이 되다보니, 글이 술술 넘어갔습니다.
글의 호흡이 빠르지는 않았습니다만, 레드서클 5권까지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의 10권 분량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쓸데없는 씬으로 질질 끌지 않습니다.
이 느낌은... 마치 사나운새벽을 읽었을때의 감동이군요.
작가님의 마법관은 기존엔 없던 겁니다. 써클위주의 무공과 별다를바 없는 무력수단으로서의 마법이 아닙니다. 진정한 마법사는 시인으로 표현되는, 언령과 관(觀)의 느낌을 잘 살린, 마법다운 느낌의 마법입니다. 비슷한 마법세계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전민희님의 아룬드연대기와 테일즈위버세계관에서 였습니다.
제가 기존에 읽었던 높은점수를 준 소설들의 장점이 레드서클 하나에 녹아있었습니다. 자기전에 1권만 읽고 자려 했지만, 어느새 아침나절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단점은 딱 하나 입니다.
다른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왕자이며, 유배(?)되는 듯의 배경이 장점으로 작용하겠지만(나머지 소재들의 장점이 워낙 떨어지니..) 이 소설에서는 그것조차 단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왕자 이야기... 너무 진부해서 한동안 고르지 못했던 책이었거든요, 하지만 읽고보니 그런 시시한 출생소설이 아니었습니다. 그 선입견이 유일한 단점이라 할만합니다.
'파래... 레드서클에서 미래를 보다..' 라는 금강님의 논평은 정말로 문주님 수준의 논평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미 레드서클에서 충분히 현재를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발전하는 것보다, 이 수준의 글이 저에겐 딱 맞는 것 같았습니다. 전민희님의 글처럼, 여러 시적 표현을 뛰어넘고 읽거나, 이영도님의 글처럼 절묘한 묘사를 제 스스로 커트해가면서 읽고 싶지 않습니다.(수준미달로 그런 묘사가 이해가 한번에 안되어 방해됩니다)
어제 엘프의똥배님이 연담란에서 말이 심하셨지만, 레드서클에서만은 공감하고싶은 논리입니다. (다만 수준은 양판소가 아니라 레드서클은 되어야겠습니다)
지금은 살까말까 고민중입니다.
ps 왜캐 길어졌지요?
Commen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