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새로이
작품명 : 10서클 마검사
출판사 : 마루
삐뚤어진 인물들. 그리고 어딘가 금이 가 있는 성격.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어두워지는 이야기 전개.
10서클의 마검사란 소설 안에서 주인공 카일휘리스 리오르는 그 행동과 판단에 이중성을 드러내 보입니다. 마치 표면심리와 심층심리의 차이와 같이 말입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에 표면 심리와 심층 심리는 같은 행동을 일으키지만 그 속에 감춰진 목적과 이유는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그 본인 스스로도 눈치 챌 수 없는 심층심리 안에는 어릴 적에 사고에 의한 놀람이나 분노 혹은 큰 두려움, 그리고 아물지 않은 상처가 뿌리 깊게 뻗어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이러한 과거의 잔재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싫어한다거나 특정한 물체에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거나 무엇인가에 쉽게 소스라치게 놀란다거나 혹은 불필요한 습관 또는 편집증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수반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10서클의 마검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정신적으로 완성되어 있지 않은 존재들입니다. 쉽게 상처받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엄청난 일을 저지르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겐 그럴 이유가 있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들은 그럴듯한 명분을 가지고 끔찍한 일을 저지릅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포함한 그들이 복수를 하고 사람을 죽이는 실제 이유는 그런 표면적인 이유가 아니라 심층적인 심리에 의한 것이지요.
청소년기에 사랑과 친구 때문에 생긴 상처가 점차 벌어져 편집광처럼 바뀌어 버린 황자.
레일리안 레자건으로서의 삶과 카일휘리스로서의 삶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주인공.
자신과 관계된 사람을 건드린 것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뿜어내지만 사실은 그 분노란 진정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오만이 가득 차 발생했던 것이었습니다.
“이 내가 누군데, 누가 감히 내 주위의 것을 건드는가?” 하는 삐뚤어진 자존심.
그들은 그것을 직시한 후에도 본성에서 단 한발자국도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자기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적을 죽이고 또는 살리고 연합하고 분열합니다.
과연 그러한 편협한 성격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가는 그의 어렸을 때부터 약한 몸과 사람을 멀리하며 오랜 시간을 혼자 마법연구와 함께 보낸 것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데..
결국 10서클의 마검사 1권도 지나지 않아 주인공이 인세에 보기 드물 정도로 크게 강해지면서, 이러한 주인공의 성격이 소설의 진행에 불러일으킬 결과란 참으로 무섭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이란 단순히 주인공의 자존심을 충족하기 위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적들과 주인공을 조우시키는 과정에서 무참히 죽어가는 티끌 같은 핏빛 장식이 되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0서클이란 단어에서부터가 초월적인 존재를 말하는 것이며, 초월적인 존재란 어쩌면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생각과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마치 가즈나이트에서처럼? 마족들의 침략. 살육. 구원. 살육. 구원. 하지만 이 구원이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든가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한 정의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비참한 겁니다.
분명 강한 주인공을, 그것도 엄청 강한 주인공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 분께는 자신있게 권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무게를 잘 실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취향에 따른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읽고 난 후에 남는 것은 뇌에 스며든 약간의 다크 포스와 입 안의 씁쓸한 감정, 그리고 주인공이 내리는 이해를 짓밟는 독단에서 결정된 결론에서 생기는 가슴 속의 분노 덕에 마치 새 옷 입고 굴뚝 청소하러 간 기분이었습니다. 시원하게 막힌 굴뚝을 긁어대긴 했는데 정작 몸과 마음엔 때 묻은 느낌.
그건 이 글이 못썼다거나 재미없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저는 따뜻한 정이 흐르는 소설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풍기는 분위기가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인간을 자기 맘대로 짓밟는 건 넘 싫어!
하지만 당신의 취향에 따라 이 소설은 얼마든지 큰 재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