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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 않은 판타지임이 분명하다. 작가 나름의 뚜렷한 세계관이 보기가 좋았고, 검강을 난무하는 주인공이 없어 읽기 편했다. 총기류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선 현대에 좀 떨어지는 총기가 판타지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뿐이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만큼의 뛰어난 계책을 펼쳐서 순식간에 영웅으로 떠오르는 주인공을 보며 아연함을 느껴야 했다.
아버지가 군인이어서 군사 서적을 많이 읽었다고 했었나? 주인공 자신도 군인이 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병법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많을 거라고 생각 했긴 했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
주인공의 능력을 부각시켜야 한다지만, 말도 잘 안통하는 시점에서 - 그것도 황녀의 뒤를 졸래 졸래 따라 다녔던 주인공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만큼 그 세계의 군사와 지형에 익숙해 졌다고 생각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전쟁이 일어난 곳은 주인공이 처음 방문한 곳이지 않는가. 지도 역시 소설에서 푸념하기를 그림이 그려져 있는 조잡한 것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전쟁을 이길 수 있다면 명장 아닌 사람은 없을 터. 무엇보다 황녀는 황실에서 고급 지식을 배웠을 터이고, 용병 생활을 하면서 나름 전장에 대해 잔뼈가 굵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배태랑이 주인공에게 의지 하다니......
설사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으로 동물들에게 주변 지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동물들의 눈으로 본 지형은 인간이 보는 것과 다를 터이다. 게다가 그는 부분적으로 배운 언어로 겨우 대화해 나가고 있지 않는가! 어떻게 과거의 전쟁 기록을 읽어 제국의 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계략을 짜 냈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전쟁에 대한 기록은 적어도 온갖 전문적인 군사 용어로 적혀 있을 텐데 주인공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고급 교육을 받았던가?
아무리 주인공을 부각해야 한다지만, 갑자기 영웅이 되어버린 그를 보자니 맥이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좀 더 한 템포 낮춰서 전장에 고생하면서 얻은 지식으로 전략을 세워 차근차근 올라가는 그를 그렸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면서.
이제 그는 그에게 주어진 콧대 센 병졸들을 잘 이끌어서 황녀의 힘이 되고, 나아가 대륙을 떨어 울리는 영웅이 될 것이다. 그 세계에 대한 예절,생활모습, 습관, 풍토, 군사 체계등을 정확히 모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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