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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검 - 그리운 이야기...

작성자
Lv.44 천장지구
작성
06.03.23 01:20
조회
1,943

작가명 : 진산

작품명 : 정과 검

출판사 : 시공사

(편의상 존칭을 생략하니 이해바랍니다.)

대만의 무협 작가 고룡의 산문에서 본 인상적인 글귀가 있다.

人在江湖 身不由己

사람이 강호에 있음에 자기 몸도 자신의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에 얽매여 살아가고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하는 비애를

겪고 산다.

정과 검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문에 매인 사람...검에 매인 사람 그리고 정에 매인 사람들...

그런 구속을 벗어나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도망자들의 땅 유주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천하제일인을 스승이자 아버지로 둔 출생의 굴레에서 자유를

찾아 떠난 무정검 이결

그리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유주로 찾아온 소녀 서영

둘의 만남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과 검은 결국 사랑 이야기다.

강호라는 공간에서 상처받은 이들의 극단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자유를 찾아 방황하던 이결이 결국 선택한 길은 정이었다.

역설적으로 이결은 자유를 버리고 한 줌의 정에 얽매임으로서

또 다른 의미의 자유를 찾은 것이 아니었을까...

'꽃은 다정할수록 빨리 시들고, 사람은 다정할수록 초췌해져 간다. 그러나 꽃은 언젠가 시들고, 사람도 언젠가 초췌해 지는 것. 사람에게 정이 없다면 그 무슨 재미가 있으랴?'

이 역시 고룡의 작품에서 나온 글이다.

언젠가 정 또한 다할 날이 있겠지만 그것 없이 사람이 어찌 살겠는가.

정과 검은 나로선 드물게 오래 전에 본 이후에도

지금까지 세 번 이상 손을 내밀게 되는 글이다.

그 책장을 마지막에 덮을 즈음엔 심장에 아련한 그리움이 너무도 스며들어서 그 무게을 감당하기가 힘든 글이다.

소리없이 사람이 그리울 때 이 책을 보면

나 역시 때로 바람소리 한 점 없는 고요 속에 땅바닥에 귀를 귀울이며 기다리는 서영처럼 기다리단 말을 듣는 환상에 젖고 싶어진다.

그 아득히 깊은 곳에서 이결이 깨어날 그 시간까지...서영의 기다림

계속되리라.

어쩌면 사람들이 영원이라 이름붙인 시간의 길이만큼 말이다.

그 아득한 기다림의 깊이가 주는 여운에 오늘 흠뻑 취해본다.


Comment ' 12

  • 작성자
    둔저
    작성일
    06.03.23 01:29
    No. 1

    이 작품으로 제가 진산님 글을 좋아하게 되었었지요.
    흑...ㅠ.ㅠ
    이결 이 자식, 잠이나 자고.
    서영이가 늙어서 할머니가 되기 전에 어서 일어나지 못할까!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2 묵수
    작성일
    06.03.23 01:55
    No. 2

    아...감상평만을 보는대도..새벽이라 그런지 뭔가..감정이
    야릇한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한척
    작성일
    06.03.23 02:17
    No. 3

    아, 정말 특이하고 멋진 소설이죠..
    진산님이 속편을 써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결을 가둬두고 끝낸 비정한 마님..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발트쉬타인
    작성일
    06.03.23 09:44
    No. 4

    진산님의 글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아직까지 보지 못하신 분들 있으면 꼭 보시길..
    중고책을 구하지 못해서 난생처음 이북으로 돈주고 구입한 책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북풍마황
    작성일
    06.03.23 10:34
    No. 5

    정말 좋은 감상이에요...
    가슴이 찡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Juin
    작성일
    06.03.23 12:01
    No. 6

    도서관에서 비슷한 제목을 본거 봤은데...
    헙, 한번 봐봐야 겠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물망아
    작성일
    06.03.23 18:32
    No. 7

    멋진 감상!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이랍니다.
    빨리 찾으면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그해겨울2
    작성일
    06.03.23 22:14
    No. 8

    엔딩이 주는 여운에 있어서는
    아직 이만한 작품을 보지 못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테사
    작성일
    06.03.24 09:32
    No. 9

    너무 가슴이 아련한 작품. 그리워하게 만드는 감상글이네요.
    이런 작품을 또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채울 수 있을지. 추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하늘의땅
    작성일
    06.03.24 15:48
    No. 10

    개인적으로 손꼽는 무협 명작 중 하나라는.. 집에 사두기도 했지요.. 볼때마다 그 끝의 아련함이란.. 이결은 과연 어찌 되었을까 서영은 그리던 그를 볼 수 있었을까 그 끝이 궁금하던..
    여성작가셔서인지 무척 섬세하고 서정적인 작품 아니었나 싶습니다. 뭐.. 좌백님..의 글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영.. 딴판이긴 하신 것 같지만서도..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하늘소ii
    작성일
    06.03.25 09:12
    No. 11

    아직도 무협읽냐? 이런소리 들어면 무협에도 이런 책이 있다고
    할만한 작품이죠. 정과검, 대사형...시간이 갈수록 빛을 보는 책이라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쿠쿠리
    작성일
    06.03.27 10:00
    No. 12

    정과검. 진산님 장편 중에서 최고로 꼽을 만한 정말 멋진 작품입니다.

    지금껏 제가 읽은 수천질의 작품중 열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작품이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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