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상수
작품명 : 청천백일
출판사 : 북샵
이 소설 서문에서 작가는 이 소설의 방향에 대해 기연 등을 가능한 없애면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잔잔하게 그려나가겠다 라고 하면서 이 소설은 이미 앞서 발표한 작품들 보다 더욱 충실하고 열과 성을 다하여 작품을 썼다라고 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 서문을 읽고 저는 갑자기 부담이 팍~ 왔었습니다.
이 글 읽고 재미없으면 어떡할까? 작가가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작품이 나에게는 재미가 없는 것으로 다가온다면 앞으로 이 작가와는 영원히 인연이 없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1. 1권부터 7권 완결까지 읽은 첫 느낌은 아~ 이 작가분은 이 소설을 정말 열과 성을 다하여 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작품이 중반이후부터는 조금씩 복잡한 구성을 보이고 있음에도 작가는 그에 흔들리기는커녕 그런 부분을 작품의 큰줄기에 적절하게 배합·배치함으로써 작품 전체가 통일성을 이루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자칫 잘못하면 뒤죽박죽이 되어 무어가 주가 무어가 종인지 독자들로 하여금 헷갈리게 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할 수 있는 상황인데 작가는 적절한 배치와 생략으로 이 소설이 주인공만 따라 다니는 평면적인 것이 아닌 입체적인 면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 여겨지며 그러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장면을 쓰다가 지웠을까 하는 작가의 땀과 노력이 행간에 녹아들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 잔잔한 재미를 주면서도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였습니다.
이 소설의 전체적 분위기는 임준욱 작가의 작품과 유사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지나친 기연도 없고 작위적인 요소도 많이 배제함으로 인한 결과론적일 수도 있으나 이 소설에는 그로인해 어떤 크나큰 긴박감에서 오는 재미보다는 독자를 차분히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로인해 내용상으로 제법 큰 긴박감을 보일 상황임에도 그렇게 처리되지 못한 아쉬움도 약간은 있었습니다만 글의 흐름 저변에는 피부를 따끔거리게 할 정도의 긴장감은 내내 관통하고 있어, 참으로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이 소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에 대해
남평왕부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주인공 이소명의 자문역할을 한 유충일이가 주인공에게 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권력 얻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초기에 직접 나가서 진압하여야 하고, 권력을 원한다면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그 반란 진압이 지지부진하여질 때 일시에 나가 진압하면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는 데 주인공은 그에 대해 끝내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장면이 나옵니다
참으로 그 장면 처리는 좋았다는 느낌이었으며 이 소설을 소설답게 한 장면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란 생각입니다.
구무협적인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권력을 얻지 않는 쪽을 선택하였을 것이고, 마도쪽이라면 당연히 권력을 얻는 쪽을 선택하였을 것입니다
주인공은 그에 대해 침묵을 지킨 이유는 저 나름대로는 이성과 본성의 갈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주인공의 인간적 갈등이 곧 소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던군요.
4. 이 작품의 아쉬웠던 점
작가의 탄탄한 문장력과 구성의 치밀함,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작위적 요소의 배제 등 거의 모든 요소에서 참으로 잘 쓴 글이었습니다.
(아! 이 작품 직전 풍종호의 화정냉월을 본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1권 중반까지는 문장이 좀 어설퍼 보이기도 하였지만 그 이후론 탄력을 받아서인지 아주 매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
다만 모든 상황 설명을 지문 위주로 하다보니 독자로 하여금 그 상황에 맞는 감정에 충실하게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도록 하였습니다.
즉, 주인공이 당문에 의해 생매장까지 당한 후 복수의 마음을 다짐하는 장면에서 소설에선다만 ‘이소명은 ····· 생매장시키는 그들의 악랄함에 분개했다’는 식의 설명으로만 처리하고 말았는데, 그보다는 주인공이 그를 떠올리면서 분노하는 행동(주먹을 말아쥔다든가, 입술을 깨문다든가 하는 따위)을 슬쩍이라도 보여주었으면 더욱 생동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5. 저는 이글을 계기로 앞으로 정상수님과도 꾸준히 인연을 쌓아갈 것인데, 강호제현들 중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은 함 읽어보시고 작가님과 좋은 인연을 쌓으시기를...
ps: 책 표지가 약간 칙칙한 것이 오히려 청천백일이란 제목의 이미지와 대비를 이루어 오히려 복합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듯해서 좋았습니다. 오래만에 표지 칭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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