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풍종호
작품명 : 광혼록
출판사 : 초록배
이미 경지에 오르신 작가분중 한분이신 풍종호님의 작품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어제 다시 한번 책을 펴보고 흥이 일어 글을 적습니다.
풍종호 작가님 작품은 쉽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 나라에서 가장 친절하지 않은 작가분중 한분이실겁니다.
많은 작품들이 구구절절히,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독자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자꾸만 앞장을 넘겨보고 앞권을 넘겨보게 하는 스타일의 글도 아닙니다. 앞에서 무심코 지나간 한마디, 하나의 작은 행동 등이 복선이었는지 읽는 순간에는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앞장을 넘겨보는 일은 별로 없지요. 하지만 다 읽고 후에 다시 읽을때 "아!" 하면서 무릎을 치게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다시 읽을 때도 처음 읽을때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혼록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내용이었네요 ^^ 말주변이 없어서 툭하면 삼천포로 빠지는지라...
광혼록. 주인공은 조수인입니다. 소주 조가장의 외아들로, 성격은 한마디로 말해 막무가내 떼쟁이입니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성격의 주인공이죠.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습니다. 짱구와 더불어 제 동생이나 자식이라면 반쯤 죽여놓고 싶은 인물입니다.
무공 연마 과정은 정말로 황당합니다. 조가장 총관인 양노대가 황금 10만냥 ㅡㅡㅋ 을 주고 사온, "천하무적이지만 아무도 익히지 못한" 비급을 방에 쳐박혀 18개월인가? 만에 완전히 익힙니다. (후에 나오는데 이 비급이 자그마치 1만권이 뿌려졌으나 아무도 익히지 못했다고 합니다) 스승도 없이...그리고 천하무적의 고수가 됩니다.
나오는 노인들은 다들 주책바가지입니다. 천하 제일을 다툴수 있는 당금 무림의 최고수급 노인들이 쏟아져나오고, 백학같이 고고한 풍모와 성격을 가진 사람은...없습니다. 다들 한 성질 하거나 꽤나 싸이코틱 ;; 합니다. 혈적신군이 그나마 고고한 분위기이지만 앞뒤 꽉 막힌 인물이고...(둘다 신군이라 그런지 수라신군과 죽이 맞는 유일한 사람이라지요? 한 사람은 너무 황당하고, 한 사람은 너무 꽉 막혔는데 극과 극이 통해서인지 둘이 쿵짝이 잘 맞습니다)
정말 제가 싫어할만한 요소를 많이 갖춘 작품입니다.
그런데도...더럽게 재밌습니다. 벌써 몇번을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지만, 한번 붙잡으면 손에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황당한 상황들도 많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부분도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가벼운 작품, 쉽게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째, 전체를 꿰뚫는 스토리 라인입니다. 혈선교의 부활과 그를 저지하는 사람들. 원하지 않았으나 얽혀들어가는 사람들. 전체의 스토리가 하나로 귀결됩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이들, 그리고 사건들이 하나의 수레바퀴가 되어 굴러가게 됩니다. 그리고 왜 조수인이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었는가...헛되이 섞여있는 쓸데없는 장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둘째, 늘어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인기 연재물들이 인기에 편승하여, 혹은 작가의 수습 능력 부족으로 질질 끄는것에 비해 중반 이후부터 끝까지도 깔끔하게 진행됩니다.
셋째, 인물들이 살아있습니다. 조가장 총관 양노대와 귀혼대살 양천일의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양노대,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한 천하제일 신의 수라신군 공손이, 대책없는 노친네 육풍목 등 나이든 인물들과 말로는 당할 자가 없다는 망나니(?) 형산철구(鐵口 - 일명 무쇠 주둥이 ;) 가무량, 얽매이기 싫어하는 개방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비천야호 종무득 등등...
많은 웃음을 주는 작품들중 이만큼 잘 짜여진 작품을 언제 다시 보게 될까요. 사람들이 추천하는, 재밌다는(웃음을 유발하는) 작품들을 많이 읽어봤지만...아직 광혼록만큼 계속 읽게 하는 작품은 없었습니다.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대부분 읽으셨으리라는 가정하에 적은 글이라 아직 안읽으셨다면 스포일러성이 조금 보이는군요.)...만...역시나 나온지 오래된 작품이라 쉽게 구하시긴 힘드실겁니다. 그나마 풍작가님 작품중에서 구하기 쉬운 작품이긴 하지만요 ^^ 이건 소장판으로 재간 안되나 몰라~~~
지존록 7권을 출판사에 넘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다시 한바탕 논쟁이 일겠군요. 좀더 상황들이 밝혀지면서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 하는 논쟁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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