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운사
작품명 : 질풍처럼
출판사 : 영상노트
아... 1년이 넘게 대여점에서 알바하면서 이젠 더이상 볼게 없다 볼게 없다 투덜대다가 요즘 나온 수작을 건졌네요.
일단 이 소설은 아스팔트 무협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즉, 현대 무림의 이야기죠. 근데 현대물 치고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실제 있는 무술, 그것도 한국의 무술이 아닌 중국의 형의권이라는 무술을 익힙니다.
반보붕권 타편천하! 무협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 기술명이죠? 붕~~~권~~! 이 기술이 형의권에서 나왔죠.
여하간 주인공은 힘없는 약골이지만, 정의감만은 투철한 이 시대의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성폭행 당할 뻔한 여자를 깡패에게 구해내게 됩니다. 물론 멋지게 구해내는 게 아니라 신나게 두둘겨 맞으면서요. 그래서 입원하게 된 병원에서 무예스승인 광호를 만나 형의권에 입문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무술고수들과 조우하며 때로는 생명을 걸고 무예를 겨루기도 하고, 때로는 협력해서 위기를 벗어나기도 하는 스토리인데...
아 이 작가 보통 내공이 아닙니다. 실제로 형의권을 익혔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있는 무예를 가지고 이렇게 그럴듯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많은 현대물에서 뭐 무슨 천(天), 신(神), 왕(王), 선(仙), 무적(無敵), 패(覇), 또 뭐가 있지... 치우? 여튼 그럴싸한 말 다 긁어모아서 고구려부터 혹은 조선에서부터 내려온 허구의 한반도 최강 무예를 익혀 깽판치는 설정이 범람하는데, 이 소설은 거기에 대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의 무술이 짱이라고? 중국 무술을 익힌 사람은 맨날 우리나라 고유의 비전 무예를 익힌 사람에게 두들겨 맞는 역할이냐? 형의권, , 홍가권, 태극권, 당랑권, 팔극권... 다 정말 그렇게 약해 보여? 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이 작가의 마인드가 무술은 무조건 중국 것이 최고다란 것도 아닙니다. 하나를 좋게 보니 다른 부분도 좋게 보이는 건지 몰라도 중국 무예나 우리 무예나 익힌 사람에 따라 그 사람에게는 최고의 것이고, 무술이 강한 것이 아니라 무술을 익힌 사람이 강한 것 이다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더군요.
요즘 제가 현대물을 읽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게 우리 한민족이 최고! 쪽바리와 짱깨들은 아무리 열심히 수십년 무예를 쌓아도 우리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주인공에게는 안돼!란 마인드였습니다.
물론 우리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고, 중국과 일본에게는 역사적으로도 불쾌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만, 옛 조선의 무예를 짧게는 오년, 길게는 십여년 익힌 주인공이 삼십년은 넘게 적공을 쌓아온 중국 무인들을 가비얍게 제압하는 모습은 약간 허무하기 까지 했습니다. 현대물이면 차라리 택견이나 수박으로 제압하지... 주인공이 치우천왕무 같은걸로 제압하는데 애초에 무슨 무술인지도 모르니 머리에 잘 그려지지도 않고...
물론 이 소설은 허구의 이야깁니다. 실제로 형의권 익힌 권사가 붕권을 갈겨도 차가 날아가진 않아요. 하지만 정말 그럴싸하게 썰을 풀어내는 것이, 어라? 한 이십년 이렇게 산속에 들어가 각잡고 배우면 진짜 가능할 것 같은데? 란 생각마저 솔솔 품게 합니다. 사실 이렇게 실감나게 글 쓰는 것도 작가의 재능이죠.
주인공은 형의권을 배워서 현재 백회혈까지 뚫었습니다만, 강기나 검기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붕권으로 차를 측면에서 쾅 밀어버리는 수준입니다. 총 맞으면 골로 가고요. 칼이나 수리검 베이면 아파서 으아아아악 하고 소리도 지릅니다. 이정도면 밸런스도 괜찮은 거 같더군요.
사실 2권에서 국민적 영웅도 되고 가수도 하고 여자들도 많이 붙어서 어래... 조금 엇나가나 싶었는데 3권에서 다 정리하네요. 이제 호쾌하게 적들을 붕권으로 후려갈기며 전진하는 일만 남은 듯 합니다.
단지 대여점 프로그램으로 확인해 보니 대여수가 영 쪼달리는 게 가슴아프네요. 이러다가 4권 나오기도 전에 사장님이 반품하려 하실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 합니다.
진지하고 호쾌한, 그러면서도 그럴싸한 현대물 좋아하시는 분들께 꼭 일독을 권합니다. 질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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