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근처의 헌책방을 지나다 충동적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풍중호님의 호접몽 3권을 발견하고 4500원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횡재한 기분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았는데 전에 읽었던 그 기분이 아직도
납니다.
호접몽을 읽으신분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제 생각에
호접몽은 무협중에서 특이하게도 뒤틀린 인생에 대한 고찰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 기억에는 장경의 작품에 이런 구상이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빙하탄이고 천산검로나 장풍파랑도 그렇습니다.
보통의 무협은 주인공의 고난극복기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물론 배경으로 구무협에서 흔히 나오는 혈겁이 초반부에 깔리는 경
우는 많지만 근본적으로 주인공이 느끼는 고뇌의 느낌은 별로 전달
되지않습니다. 그냥 잘빠진 주인공이 나와서 화려하게 활동할수
있는 단순 배경이라고나 할까요? 비록 고난의 깊이가 무척 깊고
그에 따라 주인공의 고초가 크다고 할지라도 대개 극복이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주인공 주변인물이 죽거나 했다면 좀 슬픈 느낌이
나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끝에 나타나는 느낌은 행복감입니다.
주인공을 통한 대리만족이 무협을 읽는 가장 큰 원인중 하나라고
한다면 당연하겠지요. 물론 주인공이 약간은 쓸쓸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솔직히 멋부리는것같아 보이더군요...
그에 반해 빙하탄과 같은 장경의 작품과 이 작품 호접몽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사람이 운명의 놀림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를 그야말로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친구를 위해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키고 그와 함께 세가의 맥을
끊어버리겠다는 아버지의 결정은 묵린영이 선택할수 있는 길을
굉장히 제한하는 한편 그나마 남은 길 또한 모두 괴로운 선택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빙하탄에서 심연호가 어머니의 부정와 아버지의 삐둘어진 충성심
사이에서 상처잎고 도피하듯 변황을 방황하듯이 묵린영 또한
괴로운 선택을 놓고 고민합니다.
물론 어쩌면 이런 선택이 통속소설로서 무협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일지도 모르지만 글쎄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다보니
제게는 이런 주제가 가슴에 와닫는군요.
여러분은 묵린영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냥 보통
무협소설마냥 씩씩하게 나타나 세가를 다시 일으켜야할까요?
아니면 단지 모용호를 죽인 냉서한과 그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유장룡만을 처단하고 세가를 모용호의 세 친구에게 맡기고
그들로 하여금 세가를 이어나가게 해야할까요?
이도저도 아니라면 세가를 이루는 세가문을 완전히 처분한다음
논검회에 나타난 다른 다섯가문의 하나를 골라 그들에게 난곡
주민의 안위를 부탁해야할까요?
제게 묻는다면 모용호의 세친구에게 기회를 주는것에 마음이
기우는군요. 그들이 충분히 모용세가가 아닌 다른 세력을
형성해 모용세가에 의탁한 주민을 지켜줄수 있으리라고 생각
합니다. 물론 그것도 추측이지만...
어쨌던 호접몽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