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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난닝구
작성
03.03.23 06:43
조회
1,481

             --- 황금인형. GO! 武林  작가연재란. 현재 44회 연재중 ----

황금인형이 인상깊게 다가오는 이유를 곱씹다가 그것이 [밝음]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전에 연재가 됐다가 지워진 후 다시금 쓰여지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새로운 글을

읽는 듯 다가오는 것 또한 황금인형의 연재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인 듯 합니다.

그 지워진 분량이 어제오늘 올라온 내용의 언저리였는데(아마도 흑방의 방주가 녹림두목의 딸과 함께

어느 섬으로인가 떠나는 장면이 빠진 듯 합니다.) 어찌 글이 이리도 다르게 느껴 질 수 있는 것일까요?

철검무정에서부터 빙하탄에 이르기까지(성라대연은 완간이 아닌지라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장경의 작품 분위기는 [장중한 비장미]였다는 의견입니다. 그의 작품 읽을 때마다

휘호처럼 따라붙던 [변경]에 대한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었다는 얘기지요.  

단순한 지역을 따지는 변경의 이미지는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래서 어쩌면 진산의 서평에서 시작된 [장경의 변경]을 이젠 그 흔적조차 찾을 길 없을지도 모릅니다.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막걸리빛이 낮게 내려앉은 음습한 하늘같았던 그간의 작품들이 주던 묘한 매력!  

파멸로 가는 길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던 히로인의 아픔들.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이어지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벽호가 빠져야 되는군요.)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 장엄한

비극의 감동으로 다가오던 장경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없을 듯한 막연한 섭섭함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황금인형이 나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요.

나쁘지 않을 뿐 아니라 장경이라는 이야기꾼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됨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빙하탄과 황금인형의 사이에 놓인 성라대연에 거는 기대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7권이 나온 성라대연의 완결을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무엇이 황금인형을 통해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장경의 분위기를 이리 감칠맛 나도록 변하게

만든 것일까요?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 읽음에도 전혀 다른 사람이 쓴 듯, 새로운 것일까요?

짐작하기로는 통신에 처음 연재를 올리는 탓에 처음에 쓴 글이 매끄럽지 못한 이유인 듯

합니다만, 단순하게 그런 잔재주가 늘었다고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겝니다.

(어쩌면 잔재주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앞서 얘기한 [밝음]이 그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장경을 좋아하는 이유를 단 한가지로 요약하라면 여자를 제대로 무협에 등장  시키는

탁월한 능력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때로는 구원의 성녀로, 때로는 운명의 계승자로

등장하는 무협의 여주인공들 중 장경이 만들어 낸 여자들만큼 인상깊은 캐릭터들이 또 있을까요?

진산이 무협으로 돌아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 십 수년 동안은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것의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황금인형의 [해원]을 만나면서 그런 개인적 생각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입니다. 주인공의

들러리로 만족했던 강호의 여자들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지요. 예전 연재 때, 주인공을

누구로 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까지의 줄거리를 놓고 볼 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해원이군요.(대사형은 어딘지 모르게 정이 덜 가는 캐릭입니다.  엄등도 괜찮군요.)

장경을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조직의 부침(浮沈)을 가장 리얼하게 다루는

작가라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흑기당, 흑수당, 금강당, 금단문, 무영단에 이르기까지 조직 창조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작가가

좌백이라면, 공동파나 명교, 장강수로십팔채의 예에서 보듯, 한 단체의 성쇠를 가장 치열하고

치밀하게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장경에게는 있습니다.

작가 장경이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변했듯, 그런 치열함이 이 황금인형에서는 감칠맛으로

변했습니다.

아주 흡족합니다. 변화하는 작가의 모습을 발견하는 독자의 기쁨이 이런 것이군요.

처녀작과 최근작의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은 작가도 많습니다. 혹 어떤 작가는 처녀작보다

훨씬 쇠퇴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점점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는 훨씬 뛰어난 작품을 쓰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작가는 흔치 않습니다.

백야와 함께 장경은, 대가의 향기를 맡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흔치 않은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듯 싶습니다.

황금인형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Comment ' 4

  • 작성자
    난닝구
    작성일
    03.03.23 06:49
    No. 1

    이 감상은 금강님께 드리는 사죄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딴지는 함부로 거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 역시 담겨 있지요.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03.03.23 10:50
    No. 2

    감사합니다.
    그리고 기왕 시작한거 계속 하셔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처니..
    작성일
    03.03.23 11:29
    No. 3

    \'막걸리빛이 낮게 내려앉은 음습한 하늘같았던 그간의 작품들이 주던 묘한 매력!\'
    정말 그렇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아주 드물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책 속 묘사 장면들이 활자로 인식 되는것이 아니라 하나의 영상으로 구체화 되는 경험인데 장경님 작품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3.03.23 20:39
    No. 4

    헐... 잘 읽었습니다... ^^
    변경에서 주류가 되는 과정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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