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정담란에 글을 쓰다가 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끄적여 봅니다.^^ 역시 이하는 반말~
80년대에 야설록이라는 이름은 빛나는 별이었다.
그의 문체는 독보적인 감성을 보였고, 유미주의적인 글들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댄디(!)이며, 매력적이기 그지 없었다.
처음 무협을 접했을 때 가장 매력을 느낀 작가는 바로 야설록이었다.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용비어천가' 할애비쯤 되는 '대도무문'으로 처음 무협을 접한 나는 (이건 거의 코미디였다고 생각한다.) 바로 무협 최초의 필화(!)라는 사건의 주인공인 박영창의 '무림파천황' (나이 좀 먹어서 다시 보니 무슨 유물사관 어쩌고 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이런 글까지 싸잡아 묶어서 공안 건으로 만든 그들에게 존경과 안쓰러움을 보낸다. 다행이 박영창이 원래 사상범이었다가 이 건이 덧씌워졌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낄 정도였다.)으로 두 번째 경험을 한 나는 야설록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그 때가 한참 무한문고라는 이름으로 뫼에서 재간 러시를 할 쯤이었고, 처음 접한 책이 바로 '마객'이었다.
누군가가(랭보였던가?)가 '댄디란 감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그 집착하지 않음 (감동과 집착은 비슷한 종류의 감정이다. 자기 이외의 것에 자기를 '내어 준다'는 점에서.)에서 느껴지는 COOL함이 댄디의 본질이라고들 한다. 댄디의 주요한 특징으로 자학이라는 것도 있지만, 야설록의 주인공들은 무감동, (특히 인간 관계에의) 무집착이라는 점에서 아주 댄디하고, 쿨하다.(아니면 아주 정에 흐느적댄다.)
이 글, 강호묵검혈풍영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능조운은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주인공 중 하나다. 사실 이 책에서 여타의 기교나 구조 등은 길게 이야기할 게 못된다. 퀄리티를 논함이 아니라 평가하기 이전에 (집필 의도야 모르겠으나) 완벽히 능조운을 위해 쓰여진 책이기 때문이다. 마치 '사랑을 그대 품 안에' 에서의 차인표 등 처럼.(더 적절한 예가 떠오를 것도 같은데. 잘 떠오르지가 않는군요.^^;;)
그는 아주 무심하다. 그리고 아주 오연하다. '두뇌만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아예 감정을 찾을 수가 없다. 점소이로 처음 등장할 때, 공주에게 무례한 모습에서도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작품에서 높임말도 한 번도 쓰지 않는다. 그게 아주 자연스럽다. 주인공에게 보이기 쉬운 '에이, 저게 뭐야?'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현실적이지만 '있음직하다'. 마지막 강호를 제패하고 자살하는 부분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 작품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우울함'이다. 가끔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지만, 박장대소하거나, 씨익 웃게 하는 유머는 아니다. 그저 씁쓸하게 웃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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