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지출이 정해져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정말 책을 잘 골라서 '사야' 하던 시절이죠.
도서대여점? 고무림? 그런 것 없을 때입니다.
사는 것 이외의 방법은 하이텔 등의 pc통신에 올라오는 연재가 전부이던 시절입니다. 황규영 씨의 '표사'를 보다가 연재중지하신 걸 보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나니 맞을 겁니다.
책을 보려면 '사서' 본다는 게 너무도 당연했던 시절입니다.
그러니 책의 질도, 안의 내용도 왠만하면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십 년이 훨씬 넘은 지금도 상당한 장르소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퇴마록부터 이영도씨의 작품 등은 오래되서 사실 다시 손이 가지는 않지만 버려지지는 않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뭔지 아십니까?
그 당시에도 잘 읽으면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던 사람은 있었다는 겁니다. 그냥 까는 게 목적이지 다른 게 아니예요. 까는 거 자체가 재미있는 거지 별다른 의미를 두진 않아요. 하이텔은 날마다 패갈려 싸우는 싸움구경이 더 재미있었을 정도.
다들 우리나라 비평계를 이끌어갈 재목이예요.
구구절절 옳은 소리로 도배를 하지만 알맹이는 빠진, 장르소설의 발전? 그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글만 판쳐요. 그냥 까고 싶어서, 까는 걸 즐겨서 까는 글이었어요.
그 까는 대상이 흔히 말하는 듣보잡, 갑툭튀 작가들의 작품만 해당되는 건 아니었어요. 위에 언급한 표사가 얼마나 까였는지 모르실 겁니다. 드래곤라자? 퇴마록 국내편? 그들의 까댐에 성역은 없었으니까요.
잡설이 긴데 줄일게요.
어차피 아무리 좋은 글도 까대기 위한 시선에는 까입니다.
작가는 신경쓸 것도 없고, 독자도 직접읽어보고 진지하게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 이외에는 부화뇌동하지 마세요.
장르소설은 제일의 덕목이 재미입니다.
(제가 우선 독자 이십 년이니 독자 시선으로 하는 말입니다.)
재미있으면 보고 없으면 접으세요. 철학을 원하면 철학도서를, 역사를 알고싶으면 역사서적을 읽으세요.
태규님의 '천라신조'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런데 오타는 매권 나와요.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었죠?
그래도 재미있어 잠안자고 보다가 마눌에게 등짝 맞았어요.
작가님들은 오타 몇 개가 트집이 안되게 재미있게 쓰세요.
양판소? 재미있으면 돼요.
오타? 잘 팔려야 천부 넘게 찍는 책에 출판사도 신경 못써요.
재미있게 쓰시면 까댐의 미학을 추구하는 일부도 일단 궁금해서라도 읽어보고 깝니다. 실제 읽지도 않고 까대는 금치산자도 많아요. 아닌 거 같죠? 얼마 전 비평란에 시끄러웠던 글은 생각없이 읽은 독자의 글에 읽어보지도 않고 끼어든 금치산자들이 만들어낸 작품이예요.
사실 전 지금도이십 년 전처럼 책을 보려면 서점으로 나가야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카드 내역을 보고나서 절대고수 마눌의 심검에 두 쪽이 나겠지만요.
정담란에 올렸던 글 재탕입니다.
오늘부터 완결권을 쓰고있는데 문득 치킨에 소주 한잔하며 근래 문피아를 보며 느꼈던 점을 써봤습니다. 한담 내용에 적합하지 않아 짤릴 지도 모르겠어요.
즐겁고 행복한 여가활용을 위해 문피아에 오십니다.
그러면 재미있는 글만 읽고 가셔요. 마음 상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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