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의 근성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닥터스톱 TKO패한 선수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UFC 라이트헤비급 파이터 파비오 말도나도(32·브라질)가 그 주인공이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HSBC센터서 열린 'UFC 153'에서 말도나도가 맞붙은 상대는 글로버 테세이라(32·브라질)다. 2006년부터 무려 16연승을 이어온 그는 이미 팬들 사이에서 '재야의 강자'로 불릴 만큼 정평이 나 있다. 프라이드 말기 반짝 돌풍을 일으켰던 '프레데터' 라모우 티에리 소쿠주(28·카메룬)를 WEC에서 때려눕힌 선수로도 유명했다.
지난 5월 카일 킹스베리를 서브미션으로 가볍게 잡아내며 UFC 무대에 안착했던 상태라 팬들의 관심은 테세이라가 어느 정도나 위력을 떨칠 것인가에 모아졌다. 그만큼 말도나도의 승리를 점치고 있던 팬들도 거의 없었다. 이전까지도 연패를 당하고 있었던 말도나도를 보며 팬들은 당초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로마병정' 알레시오 사카라(32·이탈리아)의 데자뷰를 떠올렸다.
예상대로(?) 말도나도는 테세이라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영화 주제가에 맞춰 멋지게 등장하기는 했지만 복서 스타일에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전천후 파이터인 테세이라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가 버거웠다.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테세이라는 묵직한 주먹을 휘두르며 말도나도에게 달려들었다.
당황한 말도나도는 순식간에 정타를 허용했고 이어진 테세이라의 테이크다운에 허무하게 넘어졌다. 테세이라의 공세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테세이라는 통산 19승 중 판정 경기가 두 번밖에 없을 정도로 결정력이 뛰어난 파이터다. 1라운드에 끝낸 경기는 무려 14번이다.
테세이라는 포지션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주먹과 팔꿈치를 안면 쪽으로 사정없이 내리친 것을 비롯해 틈만 나면 서브미션 시도를 하며 말도나도를 힘겹게 했다. 특히, 연이은 팔꿈치 공격은 말도나도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상처에서는 연신 피가 흘러내렸다. 그라운드에서 말도나도는 할 게 거의 없었다. 매서운 테세이라의 파운딩을 엄청나게 많이 허용하면서도 견디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힘겹게 그라운드에서 탈출한 말도나도의 다리는 풀려있었다. 테세이라는 마무리를 짓겠다는 듯 여유있는 표정으로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말도나도를 압박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도 비틀비틀 위빙을 멈추지 않던 말도나도가 달려들던 테세이라에게 빠르게 왼손 펀치를 적중시킨 것, 불의의 일격에 테세이라는 휘청거렸다. 이후에도 말도나도는 얻어맞는 와중에서도 날카롭게 펀치를 휘둘렀다. 말도나도가 데미지를 크게 입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테세이라가 위험할 뻔한 상황이었다.
말도나도 입장에서는 초반 너무 쉽게 테이크다운을 허용했던 게 아쉬웠다. 잽과 보디블로우등 스탠딩에서 상대를 괴롭힐 타격기술이 좋은 만큼 타격전이 길게 이어졌다면 좀 더 명승부가 나왔을 것이라는 평가다. 말도나도의 타격에 깜짝 놀란 테세이라는 이후 스탠딩을 피하고 그라운드로 끌고 갔다. 테세이라는 인정사정 없었다. 엉망이 된 말도나도의 얼굴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팔꿈치를 계속해서 내리쳤다.
이러한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 국내 일반 팬들에게 UFC가 외면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팔꿈치다. 과거 프라이드가 대중적인 큰 인기를 끌었던 배경에는 우리와 공감대가 같은 동양적인 정서 외에도 밝은 조명과 선수들을 존중하는 엄숙한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
하지만 UFC는 어두컴컴한 철장에서 조금만 지루하면 여지없이 야유가 터져 나오고, 팔꿈치에 의한 출혈이 많아 거부감을 내비치는 팬들이 많다. 팔꿈치 공격에 큰 타격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피부를 찢어 출혈을 일으키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며, 상처 부위를 팔꿈치로 짓이겨 비비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말도나도는 이미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다시금 2라운드 내내 얻어맞았지만 끝까지 버텨냈다. 닥터스톱으로 끝나지 않았다면 3라운드까지도 버틸 기세였다. 말도나도를 대수롭지 않게 보던 팬들까지도 놀라운 근성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주제가와 함께 등장한 말도나도가 경기장에서 보여준 기량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만큼은 영화 속 록키 발보아 못지않았다.
-윈드윙-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