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 농산물 글이 많이 보이네요.

집에서 농사 짓습니다. 

소 7마리 정도 키우다가 완전 말아먹은 게 최근 일이네요. (사료 값 장난 아님.)

한우 값이 비싼 이유는 생산단가가 높아서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거의 유통마진이에요.(소매상에서 제일 마진이 클거에요.) 

돼지나 닭은 잘 모르겠네요. 닭 같은 경우는 아마 계약으로 할 겁니다. 닭고기 브랜드 있잖아요? 

그리고 채소는.... 원래 비싸요. 

근데, 직거래가 왜 더 비싸죠? 라는 물음들이 보이는데, 그거 비싼 거 맞아요.  구매자입장에선 비쌀 수 밖에 없지만 판매자입장에선 그렇게 팔 수 밖에 없어요.  직거래 하는 경우는 중소규모의 농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중소규모일 경우 대규모 농장보다 생산단가가 더 높아요. 이건 설명하기 어려운데(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규모가 클 수록 생산단가는 줄어들어요.  

근데, 규모가 크면 그걸 직거래로 하긴 힘들죠. 물량이 워낙 엄청나니까요. 이런 경우는 그냥 유통 거치거나 아니면 대형마트랑 계약해서 재배하고 그래요. 그래서 나름대로의 고충은 있지만 꽤 벌죠.

근데, 우리나라 농업정책이 좀 중소규모 농가에는 불리해요. (그리고 대규모이면 유리한 점이 원래 많죠 어떤 분야든) 그래서 생산단가 높아지고 게다가 포장 및 택배비용 생각해보면 판매자 입장에선 비싼 게 아니에요. 마진도 얼마 안되고요. 

하지만, 구매자 입장에선 그런 상품들이 더 비싼 게 맞죠. 

그렇다고 소규모 농가라서 좀 품질이 좋으려나? 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대규모 농장의 경우, 농업에 관한 지식이 소규모농장 하시는 분들보다 높으신 편이에요.(도토리 키재기지만) 그래서 어떤 면에서 보면 대규모 농장의 상품의 품질이 좋을 수 도 있어요. 

게다가 소규모 농장의 경우 단점이 좀 많아요. 

특히, 거래중개사이트에서 사는 경우, 품질은 보장하기 힘들죠. 완전 직거래로 할 경우는 모아니면 도인데, 그래도 생각 있는 판매자라면 품질 좋은걸로 보내주죠.

 구매자 입장에선 자신에게 맞는 걸 사시면 되요. 

가격보다 품질이 중요하다 하시는 분들은 직거래 선호하시는 게 더 좋을거에요. 전체적인 품질은 그럭저럭이지만 좋은 곳의 품질은 정말 좋거든요. 

제가 이 글을 쓴 건 딱 한 가지 이유에요. 

직거래가 비싼 건 좀 남겨먹으려고 하는 사람들 탓도 있지만, 생산단가가 높아서 그런 게 훨씬 커요. 그거 아세요? 유통 거친 상품이랑 직거래로 파는 거랑 직거래로 파는 게 비싸다고 해도 유통마진이랑 생각해보면 직거래로 파는 상품 마진이 더 작아요.

소매로 살 경우 전체마진> 직거래에서 생산자 마진. 

아무튼 날강도 같은 심보로 비싸게 파는 건 아니에요.

[그림자.]

농업경제학이라고 푸드 시스템에 대해 다루는 경제학을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농산물이 필요한 곳이 상당히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직거래가 비싸고 유통시장이 매우 크게 발달해 있죠.

예를 들면 당근을 한 가구에서 얼마 소비하지 못하고, 소비하는 가구들이 각기 분산되어 있죠. 농산물 시장에서는 대학교 학생식당이 소비하는 양조차도 매우 적기 때문에, 지역 농산물 소비를 추진했던 교수와 학교도 곤란을 겪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 이럴 땐 여러 대학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지요. 학교 급식에서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로 들여오는 것 역시 이면에는 고충이 크게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우리나라는 푸드시스템에서 유통이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큽니다. 비중이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문제고요. 이런 부분을 개혁하기 위해 교수 분들은 연구를 지속하고, 혁식적인 청년들이 여러 형태의 유통과정을 도입해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사회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