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전 부분은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형편없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 드라마에 비해 스케일만 커졌지 전투 묘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폭파하면 멋지게 한 바퀴 공중제비 돌면서 다이빙하기, 칼로 그으면 갑옷을 입고 있어도 그냥 으악~ 하며 쓰러지기, 함성 지를때 엑스트라들의 너무나도 어설픈 모습, 장수들의 지나치게 과장된 오버액션....
게다가 사극에서 언제나 지겨울 정도로 보게 되는....조선군의 벙거지 옷차림. 이건 정말 짜증납니다. 이순신 게시판에서 어떤분이 이 옷차림을 보고 '포졸 옷차림'이랍니다. 딱 맞는 표현입니다. 다모처럼 파격적인 디자인은 아니어도 좀 전장터에 맞는 옷차림을 했으면 좋았을 겁니다. 포졸 옷차림이랑 다른게 뭔데? 색깔?
왜군은 병사도 갑옷을 입는데, 우리나라랑 명나라는 장수들만 갑옷을 입고 병졸들은 다 맨몸이네. 왜국이 더 경제력이 발달했었나? 아니면 조선군은 다 철포삼을 익혀서 맨몸으로도 칼을 받아낼 수 있나? 당연히 최소한의 갑옷을 입었을 것이고 그에 대한 고증이 있어야 했습니다.
전투야 눈요기니까 그냥 그렇다 쳐도 인물묘사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더군요.
이순신의 모습에서는 죄없는 백성들의 희생앞에서 고뇌하는 모습은 보일 지언정, 압도적인 수의 왜적을 놀라운 전략으로 무찌르던 지략가의 모습은 조금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냥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고, 좌우에서 부장들만 나불나불... 특히 그 정의의 화신마냥 까불대는 부장은 정말 넌센스였습니다. 이순신 제독 앞에서 '그따위 군령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니요.
"백성들을 구해야 합니다~"
그래, 발포를 멈추고 난 후엔 어쩔건데? 이렇게 묻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아군 다 죽이려고? 아니면 그냥 퇴각? 그럼 왜군이 항상 승리하겠네. 선두에 포로 몇 놈만 잡아두면 되니까.
이렇듯, 이순신 뿐만 아니라 휘하 제장들도 전투에 앞서 전략을 논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하나같이 칼부림이나 할 줄 아는 무사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래서야 무인시대하고 무슨 차별성이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배가 등장하는거, 돈 많이 들여서 CG를 대거 도입한거 외에 무슨 차별성이 있는건지...
아래 글은 제가 불멸의 이순신 홈페이지 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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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게 뭐냐. 무인시대 해전판이냐?
해전에서 배들이 움직이는 모습이라던지, 일제 발포하는 모습이라던지, CG로 처리한 대규모 병력의 움직임 등....CG를 가미한 장면들은 보기 좋았다.
하지만... 총평하자면 진짜 어이없다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난데없는 육상전투를 보자면 이게 이순신 드라마인지 무인시대 해전판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해전 장수가 갑자기 어디서 대부를 가지고 나와서 일기당천으로 육박전을 치루니 이게 무인시대가 아니면 뭐냐.
총탄에 무릎을 얻어맞아서 부러진 모습을 보여줬으면서도 바로 다음 장면에서 멀쩡하게 뛰어다니는 넌센스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황첨사(맞나?)를 포위한 왜구들이 일본도가 아니라 국적불명의 양날검을 들고 있는 장면도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뭐 전투야...눈요기니까. 덤으로 명나라와 왜넘들이 한국말로 지껄이는 것도 봐줄 수 있다.
하지만 인물 설정과 그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구성은 진짜 눈뜨고 봐줄 수가 없다. 보다가 몇 번이나 웃었다. 뭐냐 저게.
첫장면부터 심상치가 않더라. 난데없이 무슨 무협 드라마의 한 장면마냥 명나라 진린 패거리와 맞서 칼 뽑아 목을 겨누질 않나.
이순신이 손수 칼을 뽑아서 명나라 제독의 목을 겨누었다고?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너무 극적인 장면을 꾀한게 아닌가 싶다.
온갖 오바를 일삼으며 혼자 난리부르스를 추는 진린 제독과 그의 뚱보 부장은 가히 코미디였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또 어떻고? 당시 정황으로 보면 극도의 초조감과 위기감에 사로잡혀있어야 할 그이건만, 오히려 고니시의 모습은 이순신보다도 더 여유있게 그려졌다. 누가 보면 고니시가 승승장구한줄 알겠다.
게다가 고니시가 쇼군이었나? 장군이란 호칭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더더군다나 히데요시를 [폐하]라고 부르다니....이런 말도 안되는 호칭이 어디있나.
히데요시가 황제냐? 왕이냐?
그의 관직인 [태정대신]이나 [관백]으로 호칭함이 옳았다. 관백께서...이렇게 말이다.
선조는 또 어떻고? 비열함의 대명사인 선조가 아주 위풍당당하게 나오더군. 마치 오래전부터 이순신을 총애하고 굳게 믿은 사람처럼. 어이가 없어서...뭐 이것도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고...
압권은 황첨사인지 뉘신지 하는 영감의 육상전이었다. 너무 극적인 장면을 잡아내려 무리했다. 육군도 아닌 수군이 왜국의 정예병력이자 칼싸움이라면 누군한테도 뒤지지 않을 왜군들을 상대로 삼국지 서황이 휘두를 법한 대부를 휘저으면서 장렬히 전사하는 장면이라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닌자의 등장은 한순간에 나를 웃기고 말았다. 순식간에 드라마가 개그물로 바뀐 듯 했다.
그래, 그렇다 치자. 마지막 장면에서 닌자가 이순신을 습격하던데, 다음 회에선 어쩔건데? 이순신이 칼 뽑아서 닌자 죽였대?
풋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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