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다섯 명이 모두 주인공인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ㅡ무능한 회사원인 선량한 가장
ㅡ무능한 남편을 둔 죄로 부득불 돈 한 푼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작은 행복을 누리고자 애쓰는 인색한 아내
ㅡ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만 감성만 병적일 만큼 섬세할 뿐 그다지 재능은 없어 보이는 노처녀.(가장인 오빠에게 얹혀 사는 처지)
ㅡ일 년 선배 남학생을 짝사랑하는 고1 여학생 딸. 연예인들 가십에 열중하고 자잘한 멋을 부리느라 더러 교칙도 위반하는, 한 마디로 평범 자체인 귀여운 소녀
ㅡ왕따에 시달리는 중2 아들.
이 다섯 명은 각기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ㅡ가장은 정리해고의 대상에 오른다.
ㅡ아내는 휘청거리는 가계를 꾸려나가느라 기진맥진한다.
ㅡ가장의 여동생 노처녀는 자신이 쓰려던 드라마의 기본 아이디어를 유명 드라마 작가에게 도둑맞는다. 그 일을 따지다 명예훼손으로 오히려 고발당하고 ‘이 바닥에서 매장당하지 않으려면 공개 사과를 하라’는 압력까지 받는다.
ㅡ여고생 딸은 짝사랑하게 된 남학생이 하필이면 교내 폭력 여학생 서클의 짱인 무서운 여학생의 남자친구다. 그 때문에 결국 학교 폭력 학생들의 목표물이 된다.
ㅡ중학생 아들에게도 마음에 품고 있는 같은 반 여학생이 있다. 그런데 왕따 주동자들의 위협에 시달리다 결국 그 여학생을 왕따시키는 일에 협조하도록 강요당하고.... 그리고 결국 그 비열한 위협에 굴복하고 만다.
그리고 이 가족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통의 위기가 다가오고....
(그 위기가 무엇인가는 여기서는 밝힐 수 없군요.)
아무튼 이 다섯 가족이 각자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로 사투를 벌이고 어떻게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그런 소설입니다.
지금 제가 드리려는 질문은 작품 구성상의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맨 먼저 다섯 명이 차례차례 소개됩니다.
그들의 나이, 성격,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이 뭐냐.... 등을 그들이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압축하여 제시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한 명 한 명 차례로 그들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게 되는 압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그 압력이 점점더 강화되어 나중에는 그들을 제각기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궁지에 빠지게 만들 작정입니다.
그럼 질문은 뭐냐?
다섯 명의 주인공이 차례로 등장하는 첫 다섯 장(章)을 프롤로그 형식으로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니까 프롤로그1, 프롤로그2....하는 식으로 말이죠.
왜냐하면 비중이 똑같은 다섯 명의 인물 중에서 누구를 먼저 등장시키고 누구를 나중에 등장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그렇게 하면 해결되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각기 해당 인물의 프로필을 소개하고 있을 뿐 스토리 전개상의 유기적 연결이 안 되는 첫 다섯 장이 공중에 붕 뜨게 되지 싶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프롤로그 형식을 채택하면 이번에는 또 그것대로의 문제가 생깁니다.
ㅡ첫 등장에서 가장은 무능한 회사원으로서의 모습이 소개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등장하는 장에서 회사의 정리해고 소문을 듣고 근심에 잠기는데, 이 대목은 첫 등장 장면의 연속으로 기능합니다. 첫 장이 없었다면 정리해고 소문에 그가 그렇게 근심하는 일이 잘 납득되지 않을 테지요.
ㅡ여고생 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첫 등장하는 장에서 그 여자애는 짝사랑하는 남학생에게 학교 일진 여학생이란 무서운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불안해 합니다. 그리고 다음 등장하는 장에서 그 무서운 여학생의 표적이 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두 장이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나머지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등장하는 첫 장과 그 다음 등장하는 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첫 등장하는 장은 프롤로그로 처리하고 그 다음부터는 본 소설로 취급한다?
이게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여겨진다는 것이 지금 저의 고민입니다.
그렇다면 프롤로그 형식을 채택하지 않고 곧바로 소설에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
그럴 경우, 처음 다섯 장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장이 나와서 트로트를 부르고, 여고생 딸이 나와서 인디밴드 노래를 부르고, 노처녀 여동생이 나와서 발라드를 부르고.... 그런 식으로 서로 다른 분위기의 장이 다섯 토막이나 등장함으로써 소설 초반이 토막토막이 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써 둔 것처럼 다섯 가족이 차례로 등장하여 자신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이 ‘토막 형식’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하는 직감 같은 게 드는군요.)
1. 다섯 가족이 차례로 등장하여 그 기본 캐릭터가 소개되는....다섯 번의 프롤로그 형식을 채택한다.
2. 프롤로그 따위 없이 곧바로 그 다섯 장을 본 소설로 취급한다.
둘 중에서 어느 편이 나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물론 11번과 2번 중에 어느 쪽이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되건 그 의견을 제가 반드시 따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냥 읽는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고 참고로 하고 싶어서 이럽니다.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