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담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선언해 놓고 이러는 것이 조금 민망하기는 합니다만 이런 질문 올릴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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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까? 물어 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경수는 마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듯한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 우리 수학 숙제 말야. 81페이지부터야, 83페이지부터야?"
문제지를 풀고 있던 옆 자리의 아이는 경수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는 눈치였으나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깐 딴생각하다가 못 들어서 그래. 수학 숙제가 81페이지부터야, 83페.... "
녀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요란하게 기지개를 켜는 바람에 경수는 하던 말을 끝내지 못했다.
"안 되겠다. 역시 화장실에 다녀와야겠어."
달아나듯 교실을 떠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경수는 암담한 기분에 빠졌다.
'역시 그랬구나.... '
아침에 교실을 들어서자마자 엄습해 왔던 불길한 느낌이 기분 탓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 오늘 아침부터가 아니었다.
사실은 며칠 전부터 긴가민가했었는데 이제 확실해졌다.
자신은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그나마 방금 그 녀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수와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기에 차마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어 화장실에 가는 시늉이라도 한 것이었다.
나머지 반 아이들은 경수를 향해 노골적으로 깔보는 얼굴을 짓고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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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의 한 장면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는 한 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저 짧은 글 속에 기분이란 단어가 세 차례나 들어가 있는 것이 조금 신경쓰이는군요.
기분이란 단어를 마음이나 심정 같은 다른 단어들로 대체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저 글에서는 아무래도 기분이란 단어가 가장 정확한 듯싶어 그러고 싶지 않네요.
저 글, 어색한가요?
그래도 문장의 질을 판단할 만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여기밖에 없어서 체신머리 없는 행동인 줄 알면서도 이곳에 다시 질문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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