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명은 끊임없이 변화해오고 발전해왔습니다. 내년이면 1차세계대전 100주년입니다. 1차세계대전 때와 현대를 한번 비교해봅시다.
1차대전때는 라디오가 지금의 스포츠카 수준의 사치품이였고 자동차는 자가용 비행기 수준의 사치품이였습니다. 지금은 다들 한두개씩은 가지고다니는 스마트폰 안에 기본으로 라디오가 들어있습니다.
1차대전 때면 컴퓨터는 커녕 컴퓨터라는 개념조차 극도로 이론적인 면모만 희박하게 존재했지만, 이제 저희는 모두 주머니에 한두개씩 손바닥만한 컴퓨터를 가지고 다닙니다. 이 컴퓨터는 에니악의 쌈따구를 맛깔나게 후려갈길만큼 훌륭한 성능과 뛰어난 안정도 그리고 발달 된 전력효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스마트폰은 저희를 언제 어디에서나 전세계의 정보 인프라와 연결시켜줍니다.
1차대전 때면 거함거포주의와 모신나강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대이지만, 지금은 바다의 황제 항공모함이 오대양을 누비고, 지구의 평화는 (아이러니하게도) SLBM이 수호하며, 미해병대는 발달 된 광학장치와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자동소총으로 무장했습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르다고 외골격 강화장치를 개발해 상용화 직전까지 도달했습니다.
1차대전 때면 여성인권은 커녕 여성참정권 조차 없던 시대이지만, 지금은 다양한 여성인권단체가 전세계에 수없이 흩어져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1차대전 때면 동성애는 악마의 꾐에 넘어간 사악한 행위, 소돔과 고모라에서나 있었을법한 저열한 짓이였지만. 지금은 동성애자의 인권이 크게 신장되었으며 동성결혼이 합법인 나라도 있습니다.
1차대전 때면 인권은 권력의 발굽에 무참히 짓밟혔으며 국가의 이익을 드높여 외치는 배부른 소수를 위해 배고픈 다수가 허황 된 전장의 영광을 꿈꾸며 끔찍한 참호전으로 알게 모르게 끌려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인권이라는 이슈를 두고 시민이 힘을 합쳐 기득권층과 대결을 벌일 수 있고, 실제로 여러차례 대결을 벌여 승리했습니다.
1차대전 때면 기초과학은 크게 떨어져 양자역학은 제대로 정립조차 되어 있지 않았으며 항공우주학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법한 얘기였습니다. 지금 저희는 화성으로 사람을 보낼 계획을 짜고 있으며, 워프 드라이브를 연구중이고, 양자역학을 이용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컴퓨터인 양자컴퓨터를 성공적으로 개발해내 시제품을 생산해냈으며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1차대전 때면 현대의 다양한 문화매체는 발달 되지 못해서 영화는 싸구려 문화로 취급받았고 만화는 더더욱 심했으며 게임이라는 것은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지금 저희는 간단히 타자를 몇번 타탁거리는 것 만으로도 현대사회가 무시무시하게 뿜어내는 문화의 물결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1차대전 때면 개인과 개인은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티비는 없었고 라디오와 전화기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였습니다. 지금 저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교류를 나누고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1차대전 때면 여전히 군주제와 귀족정의 잔재가 유럽 전역에 남아 있었으며 백인우월주의에 기반 한 제국주의가 온세계를 뒤덮었습니다. 지금 프랑스가 ‘알제리는 우리의 식민지다!’ 라 말하면 자국민과 전세계 모두로부터 욕 잔뜩 얻어먹습니다.
1차대전 때면 개인주의는 발달되지 못했고 개인은 오로지 국가라는 더욱 더 거대하고 위대한 조직의 구성원이자 일부로서 존재할 뿐이였습니다. 개인의 개성은 존중받지 못했고 국가가 개인을 착취하고자 한다면 수많은 수단을 동원해 간단히 착취를 자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유럽은 개인주의의 성지이며 개인주의의 흐름은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국가에 의한 개인의 착취및 핍박이 이루어질시 정부의 정당성이 크게 위험해지며 반대당에 의해 무참히 공격받게 됩니다.
단 100년이란 세월만에 세상은 이토록 급속도로 변했습니다. 인류는 가끔 퇴보도 하고 끔찍한 만행도 저지르고 그랬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시 인류는 결국 과거에는 오로지 상상만 할 수 있던 대단한 진보를 이루어냈습니다. 제가 만약 죽는다면, 저는 앞으로 100년 후, 200년 후, 500년 후, 1000년 후에 이루어질,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분명 기적적이고 위대할 것이 틀림없는 인류의 진보를 절대 맞이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산다면, 저는 인류가 발전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인류진보의 경이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대 어떻게 오래살면 삶이 지루해질 수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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