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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베네치아에서 살고 싶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10.04 22:05
조회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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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내가 나한테 생일 선물로 사주었던 그림책들 중에서 '아빠와 함께 한 베니스 여행'을 읽고 나도 그만 베니스란 도시에 반해 버렸다.
이 담에 내가 '해리 포터' 같은 밀리언 셀러라도 하나 써내어 신나게 돈지랄을 부릴 수 있는 처지가 된다면 베니스 한 귀퉁이에 내 소유의 집을 하나 구입하여 잠깐 지나쳐 가는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그곳의 어엿한 주민의 자격으로 살아 보고 싶을 지경이다.

 

상상해 본다.
내가 사는 낡은 3층짜리 집은 그 고색 창연한 도시에서도 특히 오래 된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좁은 골목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맞은편 집 창과 내 방 창을 연결하는 빨래줄 위로 내가 빤 바지를 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이 좋겠다.
그래도 햇빛만은 방 깊숙이 쏟아지도록 남향 집이 좋겠고, 집 현관문을 열면 곧바로 찰랑거리는 수로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수퍼에 장 한번 보려고 해도 페달로 노를 젓는 수상 자전거를 이용해야 하고, 좀더 장거리의 나들이에는 그 유명한 배 택시를 불러야 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내 소유의 곤돌라를 한 척 주문할까? 맞어! 난 개와 함께 하지 않으면 도대체 사는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니 아무래도 노를 젓는 내 맞은편에 개를 앉힐 수 있는 2인승 곤돌라를 장만하는 편이 낫겠다.
하루에 외출 한번씩만 해도 운동량은 충분할 테니 건강에도 이롭겠지.
그 유서 깊은 도시 구석구석에 내 단골 빵집.꽃집.책방을 갖는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황홀하잖어.
매일 아침 운동을 겸한 수상 산책을 마치고 단골 카페의 노천 테이블에 앉아 내 얼굴을 기억하는 웨이터가 날라다 주는 카푸치노를 홀짝이며 바쁘게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경멸의 시선을 던져 줘야지.
매년 장마철이면 운하가 넘쳐 1층 부엌까지 물이 들어와 넘실거리는 것도 스릴 있는 경험일 거야.
그러다가 문득 두고 온 고국 생각이 나면 그 성량 좋은 이탈리아 가수들 다 놔두고 김광석이나 전인권 노래를 틀어 놓고 먼하늘을 바라보며 향수에 잠겨 봐야지....


아니면, 프로방스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릴 적에 도데의 '월요 이야기'를 아동판으로 읽고 나서부터 난 그곳에서 살고 싶어했었다.
도데처럼 낡은 풍차 방앗간을 구입하여 주거용으로 개조했으면 싶다.
아침마다 내 침실 창 밖에서 법석을 떠는 새소리에 잠을 깨고,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는 마을 빵집에 가서 바케트를 사다가 정원에서 비발디를 들으며 아침 식사를 하고, 뒷마당의 텃밭에서 키우는 약용 식물들을 손보며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넓직한 나무 책상 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소설을 쓰고....
그러다가 세 시가 되면 운동 삼아 다시 자전거를 끌고 마을 우체국에 다녀와야지.
우편물을 확인한 다음, 신문 한 장을 사서 단골 카페로 가서 뭔가 달콤한 것을 마시면서 읽어야지.
그러다가 발치에서 뚱순이가 칭얼거리면 ㅡ뚱순이가 누구냐고? 아, 난 개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라니까. 프랑스에서는 개 안 데리고 살겠어?ㅡ 내가 마시던 걸 녀석에게도 좀 나눠 줘야지.
그래야 녀석도 헐레벌떡 내 자전거를 뒤쫓아온 보람이 있을 것 아냐.
저녁은 소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지? 대신에 아침을 좀 요란뻑적하게 먹고 말야.
어쨌건 어디서 뭘 하고 살건 간에 늦은 아침과 저녁, 그렇게 하루 두 끼가 나한테는 적합할 듯싶네.
그리고, 역시 어디서 뭘 하고 살건 간에 TV 따위는 보지 않도록 하자고.
헨델 아니면 비발디, 아무튼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서 바슐라르를 읽다가 자는 거야.
프로방스에서는 일찍 자야 해. 그게 정상이야.


그것도 아니면ㅡ
아예 뉴욕의 마천루 한복판에서 살아 봐?
가장 높은 빌딩의 옥상 펜트하우스가 내 거처인 거야.
마치 진기한 회색 식물들처럼 길쭉길쭉하게 뻗은 고층 빌딩들을 발 아래 두고 사는 기분, 괜찮겠지?
빌딩 새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까마득한 지상의 개미떼 같은 차들의 행렬을 굽어보면서 블랙 커피를 마시는 거야.
그런데, 어떡하지? 난 블랙커피는 싫은데.
이런. 그것 하나 못 참어? 세련된 사람이 되려면 더러 역겨운 것도 마실 줄 알아야 하는 거야. 어떻게 사람이 자기 좋은 일만 하고 사누.

또 아니면ㅡ
파리에서 한 일 년 살아 보는 것도 한번 경험해 볼 만한 일일 거야.
봄의 파리, 여름의 파리, 가을의 파리. 겨울의 파리. 비내리는 파리, 눈오는 파리, 새벽의 파리, 오전의 파리, 저녁의 파리. 파리의 밤, 밤의 센느와 아침의 센느....

인도에다 내 소유로 제법 고급스런 아파트 한 칸을 마련해 두는 건 어떨까?
인도 지리를 모르니 어떤 도시를 골라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도란 그 광활한 땅의 한복판에다 현대식 살림살이들을 두루 갖춘 아파트를 장만한 다음 인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숱한 유적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는 거야.
그러니까 아파트는 그런 유적 탐방 중에 체력이 떨어지면 돌아가서 푹 쉴 수 있는 쾌적한 베이스 캠프인 셈이지.


그건 그렇고, 어디서 살건 바다 바깥에서 살 량이면 거기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ㅡ 자신 있어? 중 2때 이미 영어 과목을 포기했던 터에 말야.
그게 문제야. 이제부터라도 슬슬 그 문제에 대비를 해야 할 텐데, 내가 칠 히트의 규모를 아직 알지 못하니 앞에서 열거한 도시들 중에 어디에서 살게 될지 가늠이 안 된다는 것, 따라서 어느 나라 말을 공부해 둬야 할지 모른다는 것 말야.
그런데 집을 살 자금 생각은 해봤느냐고?
돈지랄을 떨려면 우선 돈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알았어. 지금 글쓰러 갈께. 글쓰러 가면 될 것 아냐.

 


Comment ' 13

  • 작성자
    Lv.77 새벽고양이
    작성일
    13.10.04 22:31
    No. 1

    직접 가면 진짜 볼 것 없대요...

    라지만 저도 아직 못 가봐서..꼭 가보고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4 22:39
    No. 2

    말도 안 돼! 그 보석 같은 도시에 볼거리가 없다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아나키즘
    작성일
    13.10.04 22:44
    No. 3

    가봤는데...상상과 현실은 다른 듯 해요. 복잡하게 계획없이 깔린 물길 때문에 너무 불편하고, 그나마도 더러워서 이쁘다는 생각은 안들었어요. 다른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실망스러운 첫인상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4 22:45
    No. 4

    전 개인적으로 깔끔한 도시보다 조금 지저분한 도시를 더 선호하니까 상관없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언더덱
    작성일
    13.10.04 22:48
    No. 5

    베니스 식당에서 사기당한거 생각하면 두번다시 가고 싶지 않은 도시...

    이탈리아 여행 시작점이 베니스였는데 덕분에 이탈리아 국가 + 사람들에대한 불신이 가득 박혔지요

    그리고 유럽여행은 언젠가 가야지 하다가 기회되서 갔는데 생각했던 것처럼 어~~~~엄청 신나고 환상적이고 그런 건 아니지만 평생의 추억이 될만한건 확실합니다.

    주로 여자들은 파리와 에펠탑을 로망으로 여기고 남자들은 독일, 이탈리아를 로망으로 여기더군요.

    유럽여행도 생각만큼 비싼건 아니라서 비수기에 항공권 구하시면 UAE쪽 경유해서 왕복 100만원이면 됩니다.

    숙박도 요새는 대행업체가 워낙 많아서 어디에 머물고 종류 (호텔/호스텔/민박) 정하면 가격별로 알아서 예약까지 다해주고요.

    여행 나가서 가장 웃긴건 우리나라사람 정말 많습니다 ㅋㅋㅋ

    실제로 외국 여행 가신다면, 외국나가는 사람들중 20대 여성 비중이 50%고 20대 남성이 20%고 나머지연령대가 30%라는 놀라운 사실을 체감하시게 될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7 새벽고양이
    작성일
    13.10.04 22:55
    No. 6

    우리나라 해외 여행객 중 20대 여성이 많다는건 너무나 비극적인 현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0 초용운
    작성일
    13.10.05 00:24
    No. 7

    전 베니스 대신 피렌체를 갔는데 오히려 거기가 좋더군요;; 진짜 예술의 도시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10.04 22:50
    No. 8

    꿈과 이상과 낭만이 있다면 어디든 내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전 비행접시 건조후 세계정복을 한 다음 화성인이 되고픈 꿈이 있는데 언제쯤 가능할까요?
    꿈을 이룰 수단과 방법이 참 막막하네요.
    =3=3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3.10.04 23:03
    No. 9

    전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 섬을 사고 싶습니다.
    개인 배도 사서.. 뭍으로 장보러 다니고, 작게 리조트 같은거 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어요. 낚시 하고, 일광욕 하고, 스노클링 하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어디까지나 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고검(孤劒)
    작성일
    13.10.04 23:05
    No. 10

    저기 가면 유명해요..
    저기서 가면 사서 클럽 가시면 인기만점임...
    제가 그거 못사 갖고 가서 엉엉...
    그리고 곤돌라 타시는데 잘 살펴보시면 광장 바로 옆에 있는 곤돌라 택시가
    제일 싸용...
    저기서 피자 먹은거 같은데..사진이 어딨더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無轍迹
    작성일
    13.10.04 23:41
    No. 11

    http://www.youtube.com/watch?v=ehn94l2Ow2c
    캐논 오두막 광고용 영상 비슷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베네치아 화면입니다.
    이 영상속 베네치아와 실체 베네치아 사이의 간극은... 뭘로 채워야 할까요?
    (이 영상 720 정도로 맞추면 전체화면으로 봐도 상당히 색감이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o*****
    작성일
    13.10.05 00:36
    No. 12

    이탈리아는 18세기 부터 현대까지 유럽인들에게 사기꾼, 도둑놈들 나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역사로만 로마제국이나 르네상스 시대 배웠던 한국사람들은 이해 안갈만한 인식이지만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위밍업
    작성일
    13.10.05 10:49
    No. 13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실제로 상주하고 살면 상당히 불편만 할것 같네요. 집안에 큰 물건 뭐 하나 사 들여 놓기도 계획을 잡아 해야 할듯.. 비용도 그렇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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