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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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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3.03.05 06:27
조회
1,534
실바와 스탠2.jpg


3일(한국시각)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서 열린 UFC on FUEL TV 8 'SILVA vs STANN'에 대한 격투 팬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주최 측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에 걸맞게 동양팬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매치업을 준비했다. 고미 다카노리를 필두로 오카미 유신-히로타 미즈토 등이 일본을 대표해 출전했고 김동현, 강경호, 임현규 등 코리안 파이터도 3명이나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메인이벤트는 'Mr. 프라이드'라 불리던 '도끼살인마' 반더레이 실바(37·브라질)로 완벽한 아시아형 UFC 대진이었다. 화끈한 파이팅이 트레이드마크인 실바는 크로캅-표도르-고미-사쿠라바 등과 함께 프라이드 역사를 대표하는 선수다. 그만큼 일본대회 메인이벤트에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파이터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한때 강력한 한방과 탄탄한 내구력을 자랑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노쇠화로 기량이 크게 저하됐다. 그와 맞섰던 브라이언 스탠(32·미국)은 실바보다 젊은 데다 상대성 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온 실바는 놀라운 투지로 자신의 MMA인생에 길이 남을 명경기를 연출했다.

세기의 난타전에서 승리한 '도끼살인마'

실바는 프라이드 시절부터 난타전을 즐겼다. 전광석화 같은 핸드스피드를 앞세워 정면에서 상대를 무섭게 몰아쳐 넉아웃 경기를 자주 연출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패턴이 UFC 입성 후 잘 통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같은 패턴을 고집하다보니 상대는 이에 철저히 대비했고, 노쇠화로 인해 펀치속도와 맷집도 예전 같지 않았다.

롱런하기 위해서는 파이팅 패턴을 바꿔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평생을 같은 방식으로 싸워온 선수가 선수생활 말년에 변화를 주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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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스탠은 현재의 실바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력한 펀치와 맷집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묘하게 스타일이 겹쳤다. 이 점이 실바 팬들을 불안하게 했다. 화끈한 승부는 예상했지만 비슷한 조건에서는 한창 젊고 상승세를 타던 스탠이 유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실바가 스탠과 난타전을 벌이다 장렬히 전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사한 쪽은 실바가 아니라 스탠이었다.

경기 전부터 모든 것을 태우기로 마음을 먹은 듯, 실바는 공이 울리기 무섭게 스탠에게 달려들었다. 스탠 역시 맞불을 놓았다. 둘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방어마저도 포기한 공격일변도의 혈전이었다. 관중들도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해 경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둘은 교대로 상대의 턱과 안면에 정타를 꽂았고, 그럴 때마다 한사람씩 무릎이 꺾이고 다리가 풀리며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만, 다시 자세를 잡고 역으로 반격을 가하는 광경이 계속해서 반복됐다. 심지어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맞잡은 상황에서도 묵직한 펀치를 주고받았다. MMA 역사상 최고의 진흙탕 난타전 중 하나인 돈 프라이와 타카야마 요시히로의 대결을 연상케 했다.

실바의 정신력은 놀라웠다. 사실 맷집이라는 면에서는 스탠이 조금 더 나았던 게 사실이다. 스탠은 강펀치를 허용해 휘청거리면서도 금방 회복한 반면, 실바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커 보였다. 그럼에도 실바는 우직하게 정면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승부는 2라운드에서 갈렸다. 상당한 체력소모와 데미지를 입은 채 숨고르기를 하고 있던 순간, 실바가 과감하게 달려들었고 몸을 숙이면서 내던진 오른손펀치가 스탠 안면에 그대로 꽂혔다. 연이어 레프트 훅이 스치듯 적중했고 큰 충격을 받은 스탠은 뒤쪽으로 나가떨어졌다. 기회를 잡은 실바는 파운딩으로 확인 타격을 가했고, 터미네이터 같은 내구력의 스탠도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한때 일본열도를 피와 공포로 물들였던 도끼살인마의 '혈부(血斧)'가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경기는 프라이드 시절 퀸튼 잭슨과의 승부와 더불어 실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마기가 되살아난 도끼살인마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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