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이미 말차나와서 딩가딩가 하다가, 너무너무 온몸이
썩어들어 가는 것 같이 심심해서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서
알바를 구했습니다.
그날 가서 면접 봤는데 사장님께서는..
"뭐? 다음주에 전역이야? 근데 돈벌러 왔어?
정신이 제대로 박힌 건강한 젊은이구만! 응, 그래!
내일 부터 나와!" ..
라고 하시며 터프하게 바로 오늘 부터 10시30분부터 출근해서
방금 17시인 오후 5시까지 일하다 왔습니다.
일하는 곳이 거친곳도 아니고, 펜시숍이라서 걸레갔다가
그냥 물건들 닦고, 밑에 바닥청소 해주고,
재고 수량 파악이나 해주고,
애들 많으면 손장난 안치게 눈 좀 부라려주고(?)..
주5일에다가 밥도 사장님께서 4000원짜리 점심도 맛나게
사주시니 이거 뭐.. 정말 천국이 따로 없는 꿀 알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메니저 형과 밥을 먹다가 갑자기 어째서 이런 꿀 알바
자리가 공석이었는지 물어 보니까..
"애들이 힘들다고 하루나 삼일, 길게는 1주일 하다가 다
잠수타드라고.."
순간 이해가 안갔습니다...
'응?..우리는 하루 8시간의 강제노역과 근무에다가,
근무 시간도 개인정비 시간에 들어가게되면 그날 그냥
22시 이후에 당직사관에게 말해서 씻거나 손,발만
야옹이 세수 잠깐 하고 자고, 밤에 또 근무나가고 그러는데..'
확실히 인간은 척박한 곳에서 살다보면 강하게 자라나 봅니다..
사실, 저도 아르바이트라고 해봤자 수능 끝나고 남자들이
으레 한다는 택배 알바 3일하고 때려치고, 친구따라서 놀러간
호프집 1주일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그나마
여름방학때 횟집 서빙 알바하다가 서빙은 커녕, 주방 도우미
처럼 하루 종일 접시만 닦다가 1달만에 그만 둔 알바 등
밖에 없어서 저란 놈의 근성은 정말 저질에다가 끈기도 없고
자부심도 없고, 프라이드도 없다고 생각한데다가..
난 참 뚱뚱해서 누구도 좋아해주지 않을 꺼라는 트라우마에
누가 눈만 부라려도 덩치는 곰만한게 어깨를
움츠려들어서 다니고, 내가 뚱뚱한가에 대해서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치만 내 땀냄세에 누군가가 싫어 할 꺼라는
결벽증 적인 강박관념 등등을 22살까지를 지냈거든요..
그런데 참..
군대 갔더니 사람을 참 많이 변화시키긴 하나봅니다..
사람을 봐도 눈을 먼저 보면서 스스로 당당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그 사람의 첫인상이나 기감을 느껴보도록 하고,
주위 환경보다는 나 자신의 스스로 집중 하는 것에 훨씬 더
무게감이 쏠리더군요..
이러니 저러니.. 오늘 하루 가서 일하고 끝날때
사모님께 칭찬 많이 받았습니다..>_<)~
방금 샤워 마치고 왔는데 피켓 셔츠가 땀에 한 바가지 가까이
젖어 있었네요..-_-);;.. 내일 이거 또 입고 가야하는데..
페브리즈가 어딨지..[..]
뱀발: 밥 먹고 잠시 커피 타임에 저희 펜시숍 앞 까페 티아모에서
일했다는 염색한 어린 동생들(?)이 오더니 사모님과 메니저 형
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하더라구요..
저야 뭐.. 그냥 고개만 묵례 정도 해줬는데 ..
"응? 사모님, 여기 고등학생도 받나요..? 수시 입학하셨나보네..
아! 그리고 사모님.. 저 7월에 입대해요 T-T.. 맛난거 사주세요
T-T.."
"물론 사주지!.. 그런데 어떡하니.. 이분 다음주면 전역인데.."
"[....]"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눈빛을 처음 받아봤습니다..
마치 김태희와 내가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을때 정도에
버금가는 질시와 부러움의 눈빛을..
이제 마탑만 탈출하면 저에게 남을 만한 구속구는 없는
거겠죠...?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