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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결혼은 미친 짓이다.

작성자
Lv.62 탁주누룩
작성
12.04.04 00:23
조회
614

저는 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얼굴을 맞대면 심장이 터질듯 뛰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망설이게 되는 그 설렘을 모르겠어요. 제 나이도 이제 연애와는 무관한 시간대로 달려가는데 이거 정말 잘못된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곤합니다.

여태껏 저를 좋아한다는 여자는 꽤 있었습니다. 주로 연하들에게 인기가 많더군요. 하지만 끝가지 잘된 일은 없었습니다. 몇번은 조건이 너무 좋아서 사귀었었죠. 그런데 조건이 좋아서 사귀는 것이 연애일까요? 거리낌이 있었지만 그때의 저는 다들 그러는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원했어요. 나는 별 감정 없이 시작해도 사귀다보면 그렇게 가는거다, 너 놓치면 정말 후회한다, 경험이라고 생각해라. 주변 말 듣고 그러는줄 알며 시작한 몇번의 끝이 좋지 못했습니다.

맘에 안들면 밀어내고, 마음에 들어도 밀어내고. 그래도 용기내서 먼저 저 좋다고 이야기하는 마음에 드는 여자애와는 사귀고. 그리고 쫑나고.

애초에 저는 저를 보듬어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모자라고 모난 저를 이해해주고 삐뚤어진 제 인생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연상의 여인이요. 하지만 세상에 그런 형편 좋은 일은 없더라고요. 다들 자기 힘든데 누가 누굴 받아들입니까. 그러고보면 다목적 보모가 필요한거지 여자사람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제가 가진 취미의 이미지에서 저를 상상하고, 제가 입는 옷의 이미지에서 저를 상상하고, 제가 가진 직업의 이미지에서 저를 상상하고, 제가 보는 책, 제 외모, 제 행동. 저에 대해서 모르면서 제가 가진 이미지만 보고 가까이오는 여자들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허영심이 충족되면서 외로움이 다가왔지요.

잦은 우울증과 불면으로 상담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이 일만은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정신적으로 삐뚤어지거나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는게 부끄럽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고 누구나 그럽니다. 잘못된게 있으면 고치고 꼬인 부분은 풀어야지요. 현대인 대부분은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저는 그 원인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결혼. 결혼은 미친 짓입니다. 저는 저와 같은 아이를 낳고, 아내와 평생을 으르렁댈 생각을 하면 끔찍합니다. 예, 그래요 아버지 같이 되는 것도 끔찍하고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도 끔찍합니다. 무간지옥이라는 말 밖에 어울리는 것이 없는 괴로움. 어차피 인생이 고해라지만 괴로움을 만들어내는 상황 하나쯤은 없애야하는 것 아닙니까. 사회적 명망이 있는 위치에 있게되면 그때서야 이혼하고 싶어도 못하거든요.

저는 아버지를 이해하기에 더 괴롭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증오스러워요. 저는 그냥 짐입니다. 아버지 자신의 괴로움을 이어나가게하는 존재에요. 다사다난했던 성장과정을 거치며 유일한 안식처였던 가족과 집은 어느 순간부터 벗어나고 싶은 진창이었습니다.

그곳으로 가야할때 받아주는 집이 없는 순간 여러분은 방황하게됩니다. 공허한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채우기 위해서 교우관계에 힘쓰고, 그러다가도 그 교우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지고. 온갖 취미에 빠지고 영화, 음악,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각종 컨텐츠를 소모하고. 절, 교회, 입산, 서원, 수련원. 정신적 수양을 위해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평온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고인 물처럼 명경지수를 유지하고,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다가도 한편으로는 마음껏 웃고 떠들고 화내고 짜증내면서 자기를 풀어놓고. 봉사활동을 하고 아프리카의 빈민을 후원하고. 아직도 마음의 안식과 평온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저에게는 사랑이 없어요. 정신적인 고자입니다. 여러분 결혼은 미친 짓이에요. 지금 저에게는 하이네켄 블랙과 수제 소시지가 연인이네요. 아직 2병의 맥주와 3개의 소시지가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주지육림 아니겠습니까? 낄낄낄 >ㅁ<

아 알딸딸한 기분에 쏳아내니 시원하네요. 익명성 짱이에요. 인증사진 같은거 괜히 올리지 마세욬ㅋㅋㅋㅋ


Comment ' 10

  • 작성자
    Personacon 뜨라래
    작성일
    12.04.04 00:39
    No. 1

    농담으로 적으신 건지 진심으로 적으신 건지는 모르겠지만..읽으면서 엇..내 동생인가? 하고 놀랐습니다. 제 여동생이 올해 서른인데 그 아이가 늘 하는 말이 그렇더라고요. 사람을 만나도 두근대거나 설레는 건 모르겠고 조건이 좋으면 만나보기는 하는데 얼마 못간다고요.
    고백은 많이 받지만 그 고백이 설레었던 적도 없고 오히려 부담인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자기가 원하는 건 연애가 아니라 자기를 돌봐줄 보모를 구하는 것 같아서 평생 사랑 같은 건 못해볼 것 같다고.
    동생은 로맨스물을 잘 보지 못합니다. 이해가 안 간대요. 왜 저렇게 유치하게 구는지 왜 저렇게 서로 좋아 죽는지 그런게 도무지 자기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고.
    본문을 읽는 내내..그 행간마다 내 동생이 하던 토로와 너무 닮아서 혼자 울컥 합니다.
    사랑..그 까이꺼 안해도 상관 없다고...그냥 언니랑 재미있게 살자고 매번 농담으로 위로를 하면서도 그 아이의 허허로움이 맘에 아프게 쌓이는데...
    불러내서 맥주나 사줘야겠네요.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Susie
    작성일
    12.04.04 00:50
    No. 2

    발뭉님 마지막 말에 정말 공감가네요ㅋㅋㅋ.. 제 성격이 어디서부터 삐뚤어진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힘들고 고민되는 일이 있으면 친구들한테 얘기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런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에 올리는 게 더 맘이 편하고 좋더라구요ㅋㅋ... 이게 바로 얄팍하고 넓은 저의 인간관계의 최대 단점이 아닌가 생각해요ㅋㅋㅋ
    제가 문피아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의 깊은 고민을 공유한 사이트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려면 어느정도 고민이나 비밀스런 부분을 공유했다는 그런 유대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그런 고민을 여기에 털어놨기 때문에 저의 문피아 앓이가 시작된 게 아닌가 싶네요ㅎㅎ
    그런데 정말이지 역설적이게도 여기서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그 좋은 인연이 온라인 상에서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점점 더 힘들거나 나에대해 고민한 것들을 적지 못하게 되는 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아요...
    슬슬 떠날 때가 됐나;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2.04.04 01:14
    No. 3

    결혼하면 월급 쥐꼬리만큼 더주는 곳 있기도 한 걸로 알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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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Personacon 셸a
    작성일
    12.04.04 01:44
    No. 4

    글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네요.. 온전히 남의 일 같지만도 않아서 더더욱ㅠㅠ 모든 것 이상에서 정말로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라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테사
    작성일
    12.04.04 02:35
    No. 5

    결혼이 허망한 인생에서 중심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정말 죽고 싶을때 가족에 대한 책임감(특히 아이)으로 살게된다는 사람도 있어요.
    결혼이 삶을 풍요롭게도 해줄수 있는데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안타깝네요. 좋은 건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4.04 03:13
    No. 6

    이 또한 지나가리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인생사랑4
    작성일
    12.04.04 04:04
    No. 7

    저도 심한 정도가 아닌지라 신경쓰고 있지 않았지만...
    몇 번의 이성친구를 만나봤지만... 사랑? 모르겠더군요.
    그냥 지인과 다른점이 뭐가 있나.. .싶은게 그냥 막말로 설레기보다는
    욕망을 중족시켜주는, 단 한명의 이성친구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성에게 닥달하지 않습니다.

    근데 궁금한점이 있는데... 사랑은 느껴보지 못했어도, 이것 저것
    욕구라던가 단순히 이성이라는 것에서 기인한 설렘조차 느끼시지 못하는 것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탁주누룩
    작성일
    12.04.04 04:45
    No. 8

    제가 그쪽으로 좀 담담합니다. 신체적으로야 건강합니다. 저도 남자니 살짝 야릇한 느낌이 들죠. 그런데 의식적으로 그런걸 무시하려고합니다. 예쁜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다거나, 알아보려고 노력을 하는 등 행동하지않죠. 애초에 다른 사람한테 관심을 안두려고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황혼사
    작성일
    12.04.04 09:31
    No. 9

    그러다 한방에 훅 갑니다...
    정말 한방에 훅 갑니다...
    혹시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해보셧는지..
    저 가는여자 안잡고 오는여자 안막고 살았었습니다.
    몇번을 다른사람눈에서 눈물나게 했더니
    내눈에선 정말 피눈물 납니다...

    정말 내눈에서 피눈물 납디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4.04 09:35
    No. 10

    저랑 비슷하면서도 정반대시네요.

    저도 여자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저 좋다고 대쉬하는 여자도 있긴 있었습니다만,

    금새 귀찮아져 버려서, 게임과 여친에 대해 고민하다가 헤어져버리고;;

    뭐 그런겁니다.


    그러다 내 인생을 걸 가치를 가진 여자를 만나서, 결혼 이야기까지 오고 갔는데, 상황이 안따라줘서 얼마전에 완전히 끝났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발뭉님이 적절한 상대를 못만나서 그런듯합니다.

    저도 과거에도 지금도 여성이라면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상형을 나열하면, 이건 미연시 주인공정도는 되야.....(그래서 안생기...)

    근데,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여자는 그 어떤 결점도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발뭉님도 때가되면 한번은 그런 시기가 오지 않을까요?

    물론 저도 때가되서 떠밀려서 하는 결혼은 진짜 미친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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