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얼굴을 맞대면 심장이 터질듯 뛰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망설이게 되는 그 설렘을 모르겠어요. 제 나이도 이제 연애와는 무관한 시간대로 달려가는데 이거 정말 잘못된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곤합니다.
여태껏 저를 좋아한다는 여자는 꽤 있었습니다. 주로 연하들에게 인기가 많더군요. 하지만 끝가지 잘된 일은 없었습니다. 몇번은 조건이 너무 좋아서 사귀었었죠. 그런데 조건이 좋아서 사귀는 것이 연애일까요? 거리낌이 있었지만 그때의 저는 다들 그러는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원했어요. 나는 별 감정 없이 시작해도 사귀다보면 그렇게 가는거다, 너 놓치면 정말 후회한다, 경험이라고 생각해라. 주변 말 듣고 그러는줄 알며 시작한 몇번의 끝이 좋지 못했습니다.
맘에 안들면 밀어내고, 마음에 들어도 밀어내고. 그래도 용기내서 먼저 저 좋다고 이야기하는 마음에 드는 여자애와는 사귀고. 그리고 쫑나고.
애초에 저는 저를 보듬어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모자라고 모난 저를 이해해주고 삐뚤어진 제 인생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연상의 여인이요. 하지만 세상에 그런 형편 좋은 일은 없더라고요. 다들 자기 힘든데 누가 누굴 받아들입니까. 그러고보면 다목적 보모가 필요한거지 여자사람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제가 가진 취미의 이미지에서 저를 상상하고, 제가 입는 옷의 이미지에서 저를 상상하고, 제가 가진 직업의 이미지에서 저를 상상하고, 제가 보는 책, 제 외모, 제 행동. 저에 대해서 모르면서 제가 가진 이미지만 보고 가까이오는 여자들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허영심이 충족되면서 외로움이 다가왔지요.
잦은 우울증과 불면으로 상담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이 일만은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정신적으로 삐뚤어지거나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는게 부끄럽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고 누구나 그럽니다. 잘못된게 있으면 고치고 꼬인 부분은 풀어야지요. 현대인 대부분은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저는 그 원인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결혼. 결혼은 미친 짓입니다. 저는 저와 같은 아이를 낳고, 아내와 평생을 으르렁댈 생각을 하면 끔찍합니다. 예, 그래요 아버지 같이 되는 것도 끔찍하고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도 끔찍합니다. 무간지옥이라는 말 밖에 어울리는 것이 없는 괴로움. 어차피 인생이 고해라지만 괴로움을 만들어내는 상황 하나쯤은 없애야하는 것 아닙니까. 사회적 명망이 있는 위치에 있게되면 그때서야 이혼하고 싶어도 못하거든요.
저는 아버지를 이해하기에 더 괴롭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증오스러워요. 저는 그냥 짐입니다. 아버지 자신의 괴로움을 이어나가게하는 존재에요. 다사다난했던 성장과정을 거치며 유일한 안식처였던 가족과 집은 어느 순간부터 벗어나고 싶은 진창이었습니다.
그곳으로 가야할때 받아주는 집이 없는 순간 여러분은 방황하게됩니다. 공허한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채우기 위해서 교우관계에 힘쓰고, 그러다가도 그 교우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지고. 온갖 취미에 빠지고 영화, 음악,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각종 컨텐츠를 소모하고. 절, 교회, 입산, 서원, 수련원. 정신적 수양을 위해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평온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고인 물처럼 명경지수를 유지하고,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다가도 한편으로는 마음껏 웃고 떠들고 화내고 짜증내면서 자기를 풀어놓고. 봉사활동을 하고 아프리카의 빈민을 후원하고. 아직도 마음의 안식과 평온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저에게는 사랑이 없어요. 정신적인 고자입니다. 여러분 결혼은 미친 짓이에요. 지금 저에게는 하이네켄 블랙과 수제 소시지가 연인이네요. 아직 2병의 맥주와 3개의 소시지가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주지육림 아니겠습니까? 낄낄낄 >ㅁ<
아 알딸딸한 기분에 쏳아내니 시원하네요. 익명성 짱이에요. 인증사진 같은거 괜히 올리지 마세욬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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