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겔리온은 사실 성서를 꼬아서 만든 이야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두번째 아담이자, 완벽한 아담이라고 표현합니다.
만약 센트롤 도그마에 있는 것이 아담이라면...
그것은 두번째 예수 그리스도, 곧 재림 예수여야 하지요.
그런데, 그것은 아담이 아니라, 릴리스였습니다.
릴리스라고 한다면, 그것은 두번째 릴리스요, 완벽한 릴리스이자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존재가 아닌 파멸시키기 위한 존재입니다.
(탈무드에 남아있는 창세기에는 아담과 릴리스가 존재합니다. 신은 흙을 빚어 남녀의 사람을 만듭니다. 그것이 아담과 릴리스였지요. 릴리스는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서 아담에게 죄를 짓게 만들고, 아담은 낙원에서 쫓겨나며 사탄과 릴리스는 지옥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홀로남은 아담을 불쌍히 여긴 신은 아담의 갈비뼈를 뽑아서 이브를 만들게 됩니다.)
신은 혼돈(카오스)에서 질서(코스모스)를 창조합니다.
이는 분별이라는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콩 한무더기에서 붉으스름한 콩을 골라서 한 곳에 두면...
붉은 콩과 검은 콩이라는 두개의 개념이 생겨나게 됩니다.
창조는 분리이며 혼돈에서 질서를 뽑아내는 개념이고...
파멸은 질서에서 벗어나 혼돈으로 돌아가는 것이 됩니다.
그리스도교의 창조가 '개별자'를 만들어 내고, 구원이 개개의 영혼에게 영원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인류 보완 계획은 영혼에게서 영원성을 빼앗고, 혼돈으로 돌려버리는 것입니다.
제레는 세컨 임팩트에서 살아남은 '지옥을 경험한' 사람들이며, 그들이 연명하고자 하는 것은 환생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또 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그들은 영원한 무로 돌아감으로서 진정한 안식을 얻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센트럴 도그마의 지하에 있는 아담은, 인류 전체를 하나로 뒤섞어서, 기독교 세계관의 종말을 가져오는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은 개별 영혼의 구원이라면...
그 대척점에 서있는 힌두교 세계관의 구원은 윤회를 거듭한 영혼은 마침내 신의 일부가 되는 것으로 되어 있지요.
기독교적 세계관의 구원이 아닌, 반 기독교(힌두-불)적 세계관의 구원을 원하는 것이 바로 인류 보완 계획입니다.
개인으로 독립할 것인가, 전체에 녹아서 융화, 동화될 것인가..
지하 도그마의 아담(실제로는 릴리스)는 인류 전체를 그 영혼까지 녹여버릴 하나의 용광로이고, 인류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오는게 에반겔리온의 스토리지요.
아담(신지)-릴리스(레이)-이브(아스카)의 구성도 바로 여기서 온 것입니다. 레이의 유혹을 벗어나서 이브를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의 아담과 이브가 되는게 바로 에반겔리온의 내용일까요.
부모로부터 인격적으로 독립하는 시기인 사춘기의 주인공을 통해서..
자궁으로 회귀할 것인가, 새로운 짝을 찾아서 독립할 것인가를 테마로 그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영혼이 영원하다는 것을 구원으로 볼 것인가, 속박으로 볼 것인가, 영원한 존재의 소멸을 구원으로 볼 것인가도 중요한 테마지요.
겐도 사령관의 의도는 단순합니다.
인류를 하나로 녹여 뭉치는 지구 규모의 폭탄이 지하의 아담이라면, 자신만을 녹여서 이미 녹아버린 아내 유이와 합쳐줄 뇌관은 레이지요. 오직 자신만이 유이와 하나되길 바란 겐도는...
인류보완계획이 실패해서도 성공해서도 안된다고 보고 교묘하게 줄타기를 했고, 마침내는 실패했다고 봐야 할 듯 싶네요.
그리스도교와 힌두(불)교의 신화를 통해서...
두 종교간의 대결 구도를 그렸다고도 볼 수 있을 듯...
알고보면 생각보다 알기 쉬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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