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를 했었다. 쓰리린 경험속에 굳은 결심을 했고 언제 모의고사를 보는지, 무엇을 더 공부해야 되는지 다 알고 있었다. 나 뿐인가? 내 주위의 수많은 재수생, 삼수생, 심지어 N수생들 조차 다 알고 있었다. 재수학원의 광고를 보면 재수만 하면 다 성공할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로 재수로 성공한 사람은 10% 도 안된다. 절반정도가 작년 성적을 유지하고, 한 40%는 더 떨어졌다. 안타까운 것은 나보다 더 굳은 각오로 공부했고 평소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지만 , 정작 중요한 시험에서 등급이 모의고사 보다 내려간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다. 너무 긴장해서 착각 했을 수도 있고, 시험 당일 감기에 걸렸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시험 감독관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에 페이스를 잃은 경우도 있었다. 재수할 때 바로 작년 고3때에 경험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또 자신의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 엄청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이 인생이다.
최근 문피아에 유행하는 소설은 대개가 회귀물이다. 몇십년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했다가 하나하나 해결한다. 그리고 예외없이 성공한다. 물론 이런 글은 팍팍한 삶에 대리만족을 주는 오락물로는 적합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모조리 이런 류다 보니 마치 인생의 실패는 내가 회귀하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망나니가 회귀해서 성공하는 글들을 보면, 재수해서 실패하는 사람들은 인간도 아닌 것 같다.
아무리 통속소설이라 해도 그렇지 일단 소설이라는 간판을 입을 려면, 거기에 작가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녹아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요즘 문피아의 몇몇 글들은 오락물이지 소설은 아니다. 어디가서 판타지 소설 작가라는 자기소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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