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제를 잃은 탓이 컸습니다.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그래도 운동이란 건 목숨 걸고 파봤던 어린 시절의 진로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격투기의 통념을 싸그리 무시한다는 판단이 서자, 과민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특히 맞짱을 뜨자는 말에 화가 치솟았던 게 컸습니다. 그래서 맞짱을 뜨자는 말을 흘려 듣질 못하고, 옳거니 받아버리며 직접 찾아오라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이 스파링을 주관하시겠다는 말까지도 덥석 승낙하기까지 했습니다.
스포츠인으로서 교류를 목적으로 겨루는 게 아니라, 서로 감정 생겨서 스파링 하는 거면 애들 싸움이나 다를 바가 없지요. 어차피 시간 좀 지나서 실제로 얼굴 보고 하면 며칠 전의 열 올랐던 기억이 무색할 만큼 머쓱해질 게 분명합니다. 고교 시절 타 학교의 에이스에게 졌을 땐 그 친구가 죽일 듯이 미웠습니다만, 한참 후에 사적으로 만나면 그래도 사람이다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든 경험도 많습니다. 사람 심리가 그런 것 같습니다. 몇날 며칠 지나도록 여전히 열을 식히지 못해서, 보자마자 누군가에게 덤빌 수 있다면 그게 진짜 무서운 사람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다솜이아빠님과 치고 박고 싸울 생각까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운동을 한 경험자 간의 스파링이라면 얼마든지 받아주겠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부상 입히지 않는 선에서 스파링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만 몰두할 지경이었습니다. 제딴에는 체육관 등지에서 흔히 시행되는 정식 스파링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저만의 생각일 뿐이며 객관적으로 보자면 영락없는 현피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실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제 스파링까지 안 가더라도 이런 논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진심으로 정담 여러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잡다한 상념들을 다잡고 나니, 별 것도 아닌 자존심을 세우느라 많은 분들의 감정을 소모하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안일하게도 제가 열심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작 몇 시간만 지나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일에 열을 받아 버리는 치기 어린 젊은이에 불과했습니다. 현자와 범인을 가르는 것은,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줄 아느냐의 차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 번 더 말을 고르고 골라서 했더라면’ 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담을 오고 가시는 문피아 회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더불어 다솜이아빠님께도 사과를 드립니다. 운동을 그만둔 지 오래 되어 몸은 무거워지고, 유연함이 퇴색되는 와중에도 어린 시절의 그 집요한 호승심과 치졸한 혈기만은 끝끝내 떨쳐두지 못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을 고쳐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딱 한 순간만 오기를 접으면, 그 후로는 누구도 감정이 상할 일이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정담의 분위기를 흐려놓은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많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사소한 트러블로 여기며 넘기는 대신, 많은 깨달음을 얻은 계기라 생각하며 반성의 자세로 지내겠습니다. 거듭 정담의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가디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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