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차별만 알면 간단하다고요? 전혀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야 편견을 없애고 사고의 전환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만, 그게 그렇게 쉽게 이루어집니까?
간단한 예로, 출판계의 화두인 인터넷 불펌이나
가요계의 문제인 MP3, 만화계의 문제인 스캔만화...
적어도 고무판에 계신 분들이면
저것들이 왜 우리나라의 문화계를 고사시키는지 알고계시겠지만
공짜에 익숙해진 대개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입아프게 설명한들
알아먹던가요?
관련 종사자들이 눈물로 호소해도 개념 못알아먹고 콧방귀 뀔뿐입니다.
나중에 어떻게 되든말든 지금 공짜로 볼수있고 들을 수 있는데
손해볼 생각이 없을테니까요.
남녀평등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말만으로는 편견을 없애고 뿌리깊이 박힌 남아선호사상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겁니다.
그 제도가 당연한 것이 되었을 때나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는 거고요.
그래서 여성부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어떤 기관이든 완벽할 수는 없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완성되어 가는 거니까요.)
물론 저역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도대체 여성부의 존재의의와 페미니즘의 실체,
이땅의 뿌리깊은 남녀차별에 대해 단한번의 진지한 접근도, 연구도
해본 적이 없으면서 함부로 말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군대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또한 거기에 대해 임신과 출산이 비교되는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비교대상이 아닌 건 확실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도 다같이 군대가는 걸로 해결보면 된다는 건
정말 어리석은 논리이고 하향평준화로 가자는 얘기밖에 안됩니다.
별 도움도 안되는 군가산점폐지 가지고 이대 어쨌다니 해대며
여성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2년의 의무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요구해야 합니다.
남자들이 군대가면 여자들, 그리고 여타의 이유로 면제인 남자들에게도
세금을 내라고 하세요.
그리고 그 세금으로 군인들의 월급을 지급하라고 하세요.
지금처럼 몇만원이 아니라 군대에 있는 동안 웬만한 회사에서 받는 연봉만큼
돈을 받고 군대라는 특수상 위험수당도 지급되고 하면
지금처럼 군대 안가려고들 할까요?
문제는 남자는 가고 여자는 안가고가 문제가 아니라
날리는 2년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이 없기 때문이 아니던가요?
군대문제를 말하면 남자들이 늘상 꺼내는 말이
여자들은 권리만 찾고 의무는 지지않으려고 한다는 건데,
미안한 말씀이지만, 이땅에서 여자에게 의무를 지우지 않은 건
여자가 아니라 남자들입니다.
지금까지 이땅에서 만들어온 정치와 경제의 제도적 중심에 여자가 있었습니까?
남자만 군대가라고 법을 만든 건 남자들입니다, 여자가 아니라.
그리고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의무를 주지않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여자들에게 남자들과 같은 의무가 주어지고 그에 따르는 권리를 찾을 수 있게되면
남녀는 싫어도 동등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여성들은 독립합니다.
지금까지처럼 남자에 의지할 필요도 없고,
온갖 부조리를 참아내면서 가정에 매여있을 이유도 없습니다.
경제적인 독립이 가능하고 성에 관한 종속적인 편견이 더이상 굴레가
되지않는다면, 유럽처럼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거나 입양을 해서
남편없이 아이와 사는 일명 미혼모 가정이 대폭 늘어날 겁니다.
이런 상황이 오면 가장 손해를 보는 건 남자들입니다.
여자들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남자들의 필요성이 없어진다면
남자들은 더이상 여자들에게 지금처럼 큰소리를 치면서 살 수가 없습니다.
극단적이죠?
그러나 결코 불가능한 가정도 아니거니와
이 땅의 남자들은 자꾸만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여성들을 몰아갑니다.
다들 아실 겁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문제가 선진국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이 이야기가 나오면 남자들은 여자들 이기적이라는 식으로 비난하기
일쑤입니다만, 그렇게 만든 것도 남자들입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사는 모습을 지켜봐온 여자들이,
그리고 말로만 변했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여성의 위치를 뻔히 알고 있고,
이미 남자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진실을 알게되고 똑똑해진 여자들이
결혼이라는 제도속에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삶을 또 반복하려 할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이 위기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여자들을 비난하며 여자들을 더 극단으로 몰고가는군요.
그럴수록 나중에 돌아오게 되는 댓가는 커질지도 모릅니다.
산업혁명이니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여성문제 역시 서양처럼 여성의 의식발달과 함께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변화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의식과 교육정도는 이미 남자들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제도는 아직 미비하고 남자들의 사고엔 전근대적인 남녀차별의식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런 불균형때문에 벌써부터 저출산문제가 대두되는 겁니다.
여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아니 남자들보다 훨씬 더 똑똑합니다.
무엇보다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명분이나 체면에 집착하기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여자들이 주류인 집단과 남자들이 주류인 집단, 그 양극단의 두 부류에
다 속해있어봤기 때문에,
각 집단의 장점과 한계, 문제점... 웬만큼은 느껴봤습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장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의 남자들은, 절대로 여자들을 이기지 못합니다.
즉 더디더라도 분명 사회는 여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는 거죠.
남녀평등과 공존을 위해 같이 노력하지는 못할 망정
언제까지나 페미니스트들을 미친X이라 욕하고 여성부는 쓰레기부라 욕하면서
그들이 외치는 남녀평등을 개풀뜯어먹는 소리라고 외치기나 한다면
언젠가 그대로 돌려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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