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종교는 국가위에 서있다. 신이 있고 우주가 있고 지구가 있고 인간이 있고 국가가 있기에 국가와 종교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종교인 것이다.
가장 대중적인 종교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의 신이 만약 한국이 악의 세력이라는 계시를 내렸다면, 그 계시가 사실이라고 믿는 한국의 기독교는 한국을 떠나거나 한국을 타도할 수 밖에 없다. 혹은 다른 나라의 기독교인에게 공격받거나
(어디까지나 예일 뿐, 물론 그럴리가 없다)
그런 종교 중에서 무기를 들지 말라는 종교가 있다고 한다면?
그들은 남에게 죽임을 당할 때도 무기를 들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런 그들에게 과연 법과 국가의 이름으로 무기를 들게 할 수 있을까?
다시말하지만 종교의 율법은 국가의 위에 있다.
일단 그종교의 신자가 되고 나면, 그 이후는 그 신자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그 율법에 대해 망설이는 순간 그는 진실한 신자는 이미 아닌 것이다.
곧, 한국 헌법이 규정하는 종교의 자유에 따라서 진실한 신자가 된 그는 필연적으로 국가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양심과는 다른 문제다. 양심은 사회적인 기준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기준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천원을 주워서 경찰서에 갖다줘야 양심적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천원 정도는 양심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천원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들이 천원으로 밥 사먹는 대신에 경찰서까지 가는 수고를 하고 자신의 양심을 지킨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들보다 엄격한 양심의 기준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의 희생을 감수해야한다. 그것이 징역이든, 더 긴 대체복무기간이든 말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남들을 양심없는 사람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나 종교는 그렇지가 않다. 사회적 기준도 개인적 기준도 아니다. 종교적 기준만이 있을 뿐이다. 단군상의 목을 자르는 종교인들도 있고, 길거리 포교, 방문 포교로 남들을 괴롭히는 종교인도 있다. 분명히 사회적으로 문제있는 행동이지만, 그들은 종교의 신념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지나친 종교는 이단이나 사이비로 취급당하며 사회적 탄압을 받는다. 즉 종교의 자유를 제한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병역거부를 지시하는 종교는 사이비인가 이단인가? 어디까지가 사이비이고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바로 이런 문제가 병역거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문제들, 예를들어 대체복무가 허용되면 누가 군대를 가겠느냐하는 등의 문제제기는 본질적이지 못하며, 방법론적으로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수단으로 얼마든지 해결가능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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